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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경 소설가, 욕망의 허망 그려낸 "탐욕 - 사랑은 모든 걸 삼킨다" 출간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4.14 19:12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그녀는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것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화경 소설가의 장편소설 “탐욕”에 등장하는 원나라 공주 홀도로게리미실은 권력과 독점적인 사랑을 쟁취하고자 평생을 바치지만 최후의 순간에서야 자신이 아무 것도 손에 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생 아쉬워하고 그리워하고 탐닉해왔지만 마지막에서야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공주는 그저 깊은 슬픔만을 느낀 채 사그라진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라캉의 말이 있다. 우리의 욕망이 타자로부터 비롯된다는 의미다.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타자의 욕망에 이끌려 신세를 파멸시키는 일은 시대를 불문하고 있어왔다. 지난 4월 6일 1심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 인간의 말로를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인물이 타인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는 이로 전락했다는 것은 욕망의 구조와 허무를 드러냈다. 

이화경 작가는 공주 홀도로게리미실이 욕망의 허망을 깨닫는 문장에 “욕망의 본질이 함축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욕망의 대상이란 아무 것이거나 혹은 아무 것도 아니기에, 욕망의 끝은 허망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욕망으로 제 삶을 파먹고 평생을 허덕이고 조바심치다가 결국에는 그 어떤 누구도 그 무엇도 가져보지 못한 채 생을 마치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욕망에 대해 생각하고 탐구한 작가는 지난 5년간의 작업 끝에 장편소설 “탐욕 – 사랑은 모든 걸 삼킨다”를 내놓았다. “탐욕”은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왕과 제국의 공주, 계집종의 딸이 등장하지만 당대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려내지는 않는다. 인물들이 욕망하고 그 결과 파멸하는 모습을 써내려가며, 그렇기에 장편소설 “탐욕”은 역사소설이라기보다 욕망에 관한 “팩션”이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주요 등장인물은 고려의 왕이지만 원 제국의 부마로 들어가 고려를 종속국으로 전락시킨 충렬왕과 정략 결혼의 도구로 사용된 원 제국의 공주 홀도로게리미실, 그리고 미천한 신분이지만 왕의 사랑을 받게 되는 ‘무명’ 등이다. 이들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지하게 슬프고, 겁나게 아프고, 징그럽게 불온하고, 너무나 절절하게” 사랑하고 욕망한다. 

작품 속 남성의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은 충렬왕이다. 일반적으로 ‘왕’은 원초적 남근이자 특권적 기표이겠으나, 작품 속 충렬왕은 “나는 쿠빌라이 칸의 부마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력을 거세당한 환관 노릇을 해 왔다. 환관임에도 칸의 남자가 아니라 공주의 남편 역할을 해야 하는 놈이었지.”라는 대사에서 드러나듯 ‘거세된 왕’으로 표현된다. 이화경 소설가는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정치권력의 폭력성과 취약성을 역설적으로 폭로하는 인물이 바로 왕”이라고 소개했다. 제국의 볼모에 지나지 않은 왕은 공주와의 결혼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고자 한다. 불완전한 권력이기에 왕은 더 큰 힘을 갈망하며 미쳐가지만 그의 욕망은 실현되지 못한다. 목표물을 찾지 못하기에 허망한 사냥과 음주와 가무로 생을 탕진하고 사랑을 맹목적으로 추구한다. 

원 제국의 공주이자 충렬왕의 정략 결혼 대상인 홀도로게리미실 공주 또한 권력과 독점적 사랑을 얻고자 욕망하고, 왕과 마찬가지로 파멸의 길을 걷는다. 작품 속에서 여성의 대표라고 말할 수 있는 등장인물은 ‘무명’이라는 주인공이다. ‘무명’은 계집종의 사생아로 태어나며, 불화를 그린 화가를 사랑했던 어머니로부터 아름다움의 정수를 배운다. 부처님도 말릴 수 없는 사랑과 아름다움을 체득한 ‘무명’은 세상의 금기를 넘어서는 존재로 그려진다. ‘무명’은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탐미하지만, 그것들을 소유하려한다거나 욕망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누린다는 차이를 보인다. 다른 이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욕망하며 파멸하는 동안 ‘무명’은 사랑도 죽음도 온전히 그녀가 선택한다. 

“행복하고 달달한 해피엔딩의 사랑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자 했으나 고통을 주면서 멸망하고 서로를 파괴하고 서로를 탕진하는 독한 러브스토리”를 쓰고자 했다는 이화경 소설가는 “고려도경”의 “고려인들은 분별없이 사랑하고, 재물을 중히 여기며, 남자와 여자의 혼인에도 경솔히 합치고 쉽게 헤어졌다”는 문장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랑의 핵심은 어쩌면 ‘분별없음’인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랑에 빠져드는 고려인들의 모습을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욕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관능적이면서도 서럽고 아름다운 고려 가요들, 왕과 제국의 황녀의 위악적인 화려함과 권력에 대한 거침없는 탐욕, 인간 군상들의 내숭 없는 타락과 흥청망청한 감정적인 분출, 운명의 전율적인 전횡과 피할 길 없는 죽음에 대한 불교적 반추, 예술에 대한 전례 없는 탐닉 등이 그려지며, 이러한 요소들이 맞물리며 욕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탐욕 – 사랑은 모든 걸 삼킨다”가 만들어진 것이다. 

“탐욕 – 사랑은 모든 걸 삼킨다”는 욕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저자는 또한 “끝내 가질 수 없는 권력과 명예와 돈과 불멸을 탐욕적으로 쫓다가 추락한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몇몇 정치인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비극을 그린 이 소설을 통해 세계의 불확실성과 황금 지붕의 허망함을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도서 표지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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