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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소설가, “좀 더 가난해도 좋고 더 고독해도 좋은데, 끝내 명랑하자”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4.17 00:44
강연 중인 권여선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광명도서관이 제54회 도서관주간을 맞아 전시, 어린이 인형극, 캐리커처 이벤트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15일 도서관 강당에서 권여선 작가의 초청 강연회가 개최됐다. 

권여선 작가는 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으며, 솔직하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일상의 균열을 해부하는 작품 세계로 주목받았다. 제15회 오영수문학상, 제32회 이상 문학상,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제18회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최근 단편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를 선보인 바 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없음을 즐기는 법 - 결핍과 고독”으로, 권여선 작가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생각한 결핍과 고독의 속성을 설명하고, 이 둘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 “좀 더 가난해도 좋고 좀 더 고독해도 좋은데, 끝내 명랑하자”

권여선 작가는 결핍을 물질적, 경제적 결핍으로, 고독을 다른 사람 없이 혼자 있는 것,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상태로 정의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40대가 된 후 결핍과 고독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는 권 작가는 “일반적으로 결핍과 고독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을 수밖에 없으며, 어떤 의미에서 보편적인 조건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평생 함께 가는 조건이기에 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려 한다.”며 스스로에게 “더 가난해져도 괜찮다, 더 고독해져도 괜찮다”고 주문을 건다고 밝혔다.  

“좀 더 가난해도 좋고 좀 더 고독해도 좋은데, 끝내 명랑하자”를 삶의 화두이자 목표로 두고 있다는 권여선 작가는 고독과 결핍이 부정적인 상태가 아닐 수 있다고 강연을 풀어나갔다. 

마이크를 잡은 권여선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권여선 작가는 “돈은 없어도 고독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시다. 가족, 지인, 종교 활동, SNS 등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나는 별로 고독하지 않다.’고 말한다면 일견 맞는 말이지만 끊임없이 고독을 회피하려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화두를 제기했다.  

권 작가는 “관계를 잘 맺는 것과 혼자 있는 걸 못 견디며 관계에 종속된다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말했다. “관계를 맺을 때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아니라 자기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더 외로운 것이며,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 있을 수 없어서 외롭다”는 말이 적확하게 외로움을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한 권 작가는 고독과 외로움을 분리해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독은 “자발적으로 혼자 있고 싶은 상태, 혼자 있으며 고요한 상태를 즐기는 감정”이며, 외로움은 “자발적이지 않은, 어쩔 수 없이 자기 혼자 있는 상태, 타의적으로 버림받은 상태”라는 것이다. 

고독이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한 권여선 작가는 이어 결핍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빈과 빈곤의 상태를 벗어난다면 재산이 불어나도 행복감이 팍팍 불어나지는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의 신빙성을 떠나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밝힌 권 작가는 “극빈의 상태가 아니라면 그 다음 욕망하는 것은 주입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외부로부터 욕망을 자극받아 끊임없이 소비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한 상태가 관계 맺기마저도 자본적으로 이뤄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권 작가는 “더 가난해져도 된다는 말은 뭔가 악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말을 해주는 게 좋다.”며 “더 가난해져도 괜찮고 나는 잘 할 수 있다, 더 불행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자신에게 결핍의 그늘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극빈과 빈곤의 상황, 결핍에서 벗어났다면 그 다음 중요한 것은 관계 맺기다. 권여선 작가는 “어떤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좋냐 나쁘냐를 따라 행복감이 생긴다.”며 “돈으로 매개된 관계, 무료함을 떨치기 위해 각자 떠드는 관계, 남에게 보여주기만 하는 관계 모두 진심이 아니라 의미 없이 맺어진 관계이며, 이런 관계가 아무리 많아도 행복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여선 작가는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하며,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이 바로 고독하기라고 말했다. 외로움과는 다른 상태인 고독을 통해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언제 기쁜지조차 모른 상태에서 인간관계를 맺어가기 시작하는데, “자기가 자신과 잘 하고 있지 못하다면 남에게도 잘 할 수 없다.”며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걸 싫어하면 안 된다. 우리가 혼자 있는 걸 피하려고 하냐면 자기 자신이 꼴 보기 싫기 때문이다. 자기와 잘 지내는 사람은 혼자 있어도 충만하다.”고 덧붙였다. 

광명 시민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강연에서 권여선 작가는 자신이 느꼈던 결핍과 고독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지 시민들에게 이야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독서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권 작가는 “책을 읽는 것은 관계를 맺는 것이면서 동시에 영혼이 나올 수 있는 방식.”이며 “독서란 혼자 생각하도록 만들어주는 매개체.”라는 것이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한 권 작가는 이 ‘의미화 과정’이 “우리가 어떤 불행이나 절망에 빠졌을 때에도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엄청난 훈련이 되어준다.”며 책읽기를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광명 시민 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으며, 작가 특강 이후에는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작가와의 대화, 사인회 순으로 이어졌다. 한편 광명도서관은 도서관 주간을 맞아 4월 25일에는 "토끼마을 노래자랑" 인형극을 광명도서관 강당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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