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시인, "자아존중감과 자기비평, 균형이 중요"
박준 시인, "자아존중감과 자기비평, 균형이 중요"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4.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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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서울시 구로구가 진행하는 인문학 프로그램 '희망의 구로 인문학'이 4월 18일 박준 시인을 초청,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개최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시인으로 꼽히는 박준 시인은 2008년 계간 실천문학을 통해 데뷔했으며, 저서로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있다. 박준 시인의 작품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SNS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발매 이후 지금까지 총 13만 부를 찍으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박준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강연에서 박준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특히 시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의 시기를 위트 있게 이야기하며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준 시인은 먼저 시를 쓰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동아리를 통해 김수영 시를 접하고, 현대시를 읽으며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시를 쓰는 모습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어머니 말씀을 빌리면 뭔가 꼴값을 떨며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박준 시인이 말한 "꼴값" 중 하나는 바로 몸에다 시를 쓰는 것. 멀쩡한 노트를 놔두고 몸 곳곳에다가 시를 써보기도 했다는 박 시인은 당시 자신의 모습을 "시를 쓰기 시작한다는 자의식, 시인의 자의식을 스스로 북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집 밖을 나갈 때 생수통에다가 소주를 담아 마시며 "남들은 내가 그냥 사람인 줄 알겠지만 나는 사실 시인이야."라고 생각했다는 시인은 당시 자신의 시작(詩作)을 가리켜 "시의 신이 온 것처럼 썼다."고 표현했다. 당시 남한에서 자신보다 잘 쓰는 시인은 없다고 생각하며 연작시를 남기기도 했다는 시인은 그러나 신춘문예에 빈번히 낙방하며 세상을 원망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신춘문예가 짜고 치는 것 같았다. 스승이 제자를 알음알음 뽑나? 이렇게 제도를 의심하고 세상을 원망하기 시작했다."고 말한 시인은 당시에는 "예술이라는 것은 누가 좋고 나쁘고를 판단해? 예술은 자유로운 것인데, 왜 맘껏 재단해?" 같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술은 가장 자유로운 것이지만 동시에 가장 엄격한 것"이라고 밝힌 시인은 "캔버스를 설치해놓고 물감을 튀긴 후 이 작품을 전시해달라, 출품해달라 라고 하면 거절당할 것이다. 어떤 의도와 어떤 역사를 갖고 물감을 튀기는 것과 그 행위를 따라하는 것은 결과적으론 비슷해 보이지만 같지 않다."며 "당시에는 이걸 오해하고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시를 잘 쓰는데 왜 날 안 써주지 하고 원망하던 시기."라고 표현했다. 

구로구청 강당에서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박 시인은 이러한 시기가 모든 창작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있는 일이며, 그 시기에서부터 창작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했다. 나쁘게 말하면 자만이지만 좋게 말하면 자아존중감이라는 것이다. 창작은 어느 누구도 '어느 정도 하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으며, "매번 아무 것도 써있지 않은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기에 자신을 믿는 자아존중감이 없다면 창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창작자들은 '내가 제일 잘 해'라는 시기를 겪다가 어느 순간에는 반대로 '내가 제일 못해, 난 소질 없어' 이런 감정에 빠진다."며 "나쁘게 말하면 자기비하고, 좋게 말하면 자기비평"인데, 이 ‘자기비평’이 자아존중감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 비평의 시기를 통해 창작물을 객관적인 수준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 시인이 창작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은 자아존중감과 자기비평이 우리의 삶에도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박준 시인은 "어떤 판단이나 말, 결심을 할 때는 스스로를 믿어야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자기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근데 그것만 있으면 안 된다."며 동시에 자기비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인은 "주변에서 다 옳다고 해도 자기 비평을 가지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나 말이 ‘틀린 것일 수 있어’, ‘잘못된 것일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내 말과 행동이 잘못되지 않을 거고, 잘못된다 하더라도 그것을 수용하고 고칠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기를 당부했다. 

박준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박준 시인과 함께한 ‘희망의 구로 인문학’은 구로구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으며, 강연 이후에는 구민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편 구로구는 매달마다 철학, 문학 등 인문학 명사들을 초청, 인문학 프로그램 ‘희망의 구로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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