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제3장 2편 :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호메로스의 세계성. 김상천의 고전문예강의
[연중기획] 제3장 2편 :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호메로스의 세계성. 김상천의 고전문예강의
  • 김상천 문예비평가
  • 승인 2018.04.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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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아킬레스의 분노Achilles's Wrath

지난 시간에 이어...

[뉴스페이퍼 = 김상천 문예비평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킬레스의 개인적 분개 이상으로 이 작품에 더욱 공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아킬레스, 그가 아가멤논에 대한 개인적인 분개에 그치지 않고, 이를 민족적 분노로 승화시켜내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즉 아가멤논이 지옥문처럼 미워서 전쟁이고 머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뭉개고 있는 사이, 그리스군이 위기에 닥쳐 전멸 지경에 이르러 충직한 시종 파트로클로스가 그의 무구를 입고 대리 출전, 용감하게 싸우다 적장 헥토르에게 잔인하게 죽게 되자 무거운 쇳덩어리처럼 꿈쩍도 않던 그가 드디어 거인처럼 일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대목에서 또다시 진실의 힘을 확인하기에 이른 나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분노란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해서 
인간들의 가슴 속에서 연기처럼 커지는 법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괴롭더라도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필요에 따라 가슴속 마음을 억제해야지요 
이제 나는 나가겠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헥토르를  
만나기 위해, 제 죽음의 운명은 제우스와 다른 불사신들께서 
이루기를 원하시는 때에 언제든 받아들이겠어요" 
...... 
- 호메로스, [일리아스]제 18권 ‘무구제작’  

여기서 우리는 왜 괴테가 호메로스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진정calm시키는 자장가를 발견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젊은 날의 격렬한 사랑과 열정을 통해 감정의 위기를 겪었을 괴테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다시 말해 괴테는 하나의 도구막대로써 개인적인 분개를 민족적 분노로 승화시킨 아킬레스라는 타자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완화시키고 감정을 순화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즉 괴테는 자신에게 닥친 분노를 다스리는 아킬레스를 통해 자신을 타자화시키고, 이 타자화된otherized 자신을 재전유하여 객화시킴으로써 존재의 위기에서 벗어났던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호메로스가 자장가이지 않것습니까? 호메로스야말로 정령 훌륭한 자장가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보았듯이, 아킬레스가 적장인 헥토르에 의해 죽은 자신의 시종 파트로클로스에 분해 개인적 분개를 떨치고 일어섰던 것은 냉정하게 볼 때, 하나의 민족적 감정의 발로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 명예로운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적 감정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노가 민족주의의 마르지 않는 샘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던 것입니다. 즉 아킬레스의 개인적 분개는 민족적 분노로 전환transition된 것에 불과한 것이지 그것이 크기는 비록 다를 지라도 분노라는 감정에 있어서는 질적으로 전혀 동일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하나의 ‘민족’서사시라는 것을 확인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도 호메로스는 세계 고전으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여...여기서, ‘세계’ 고전이라는 것은 그것이 민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류적類的’ 보편이라는 지평을 확보했을 때만이 쓸 수 있는 워딩입니다. 이런 사실을 논의의 전제로 삼는다먼 [일리아스]는 하나의 민족서사이자 보편서사라는, 하나의 민족시이자 ‘세계시’라는 위상을 지닌 고전임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일리아스]가 하나의 고전으로서 황금처럼 빛나고 있는 것은 이것이 다만 민족의 영웅적 분노를 다룬 서사시가 아니라는 야그입니다. 

과연 그럴까여...[일리아스]의 세계적 면모는 과연 무엇일까여... 

첫권 ‘역병, 아킬레스의 분노’로 시작된 [일리아스]는 그 비교불허의 웅장한 스케일-이것이 그리스 민족의 민족적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마르지 않는 샘이것지요. 특히, 제2권 ‘함선 목록’에 담긴 어마어마한 규모의 함선들은 가히 그리스 제국으로 치달을 민족서사시로의 자존적 위상을 지니고 있는 대목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과 디테일한 묘사-그리하여 막연하고 공허한 찬사를 벗어나 사실 묘사와 행동서사에 값하는, 이 작품만의 사실에 육박하는 특별한 아우라에 압도당하게 되는 것입니다-그리고 빈틈없는 구성적 묘미를 지닌 대서사의 강물은 흐르고 흘러 끝내 저 장강대하의 삼각주에 이른 물결이 잠시 바다에 들기 전 모든 토사물들을 토해내듯이, ‘꼭 그처럼’ [일리아스]는 제24권 ‘몸값을 주고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받다’에서 모든 주제를 토해놓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하나의 완결된 의미를 지닌 주제로서, 의미 있는 토포스를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개인적 계기에서 비롯된 아킬레스의 분개가 민족적 분노로, 다시 인류에 대한 ‘동정sympathy’으로 세계 독자들의 가슴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결코 나라는 실체만도 아니고 민족의 일원만도 아닌 ‘인간’이라는 보편적 인식 말입니다. 다시 말해 [일리아스]는 그것이 개인이나 민족이라는 경계와 영토를 넘어, 이 개인과 민족의 경계와 영토를 지나 거기 ‘인류’라는 보편적 모럴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데 고전으로서의 품격과 가치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작품의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거니와,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는 배상금을 잔뜩 짊어진 채 자신의 아들을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인, 적장 아킬레스의 막사로 찾아가 호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신과 같은 아킬레스여,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시오! 
나와 동년배이며 슬픈 노령의 문턱에 서 있는 그대의 아버지를 
혹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그분을 괴롭히더라도 그분을 
파멸과 재앙에서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그래도 그분은 그대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 속으로 
기뻐하며 날이면 날마다 사랑하는 아들이 트로이아에서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오 
하나 나는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오 드넓은 트로이아에서 나는 
가장 훌륭한 아들들을 낳았건만 그중 한 명도 안 남았으니 
말이오 아카이오이족의 아들들이 왔을 때 내게는 아들이 
쉰명이나 있었소 그중 열아홉명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나머지는 소실小室들이 나를 위해 집 안에서 낳아주었소 
한데 그들 대부분의 무릎을 사나운 아레스가 풀어버렸소 
그리고 혼자 남아서 도성과 백성들을 지키던 헥토르도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얼마전에 그대의 손에 죽었소 
그레서 나는 그 애 때문에, 그대에게서 그 애를 돌려받고자 
헤아릴 수 없는 몸값을 가지고 지금 아카이오이족의 함선들을  
찾아온 것이오 아킬레스여! 신을 두려워하고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여 나를 동정하시오 나는 그분보다 더 동정받아 마땅하오 
나는 세상의 어떤 사람도 차마 못한 짓을 하고 있지 않소 
내 자식들을 죽인 사람의 얼굴에 손을 내밀고 있으니 말이오” 

이런 말로 트로이의 왕은 아킬레스의 가슴 속에 아버지를 위해 통곡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주체하지 모한 아킬레우스가 노인의 손을 한쪽으로 밀어내더니 누선을 타고 ‘동정’이라는 형제애의 뜨거운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원수와 원수가 어느 순간 하나가 되어 시체를 앞에 두고 꺼이꺼이 울기 시작하먼서 울음소리가 집안가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 

자, 여기서 우리는 영토와 인종과 문화는 비록 다르지만 하나의 ‘인간human’이라는 보편적 모럴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헥토르나 아킬레스나,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나 아킬레스의 아버지 펠레우스나 다 같은 아들이고 다 같은 아버지라는 사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류적 동일성identity을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 괴테가 어찌하여 호메로스에게서 자장가를 발견했던 것인지...호메로스, 그는 다만 일개 시인으로서 분노를 노래한 자가 아니고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서 인류애를, 남의 불행이나 슬픔 따위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고 위로 할 줄 아는 연대적 감정, ‘동정심’을 나타내는 기호인 것입니다.  

그리하여 호메로스는 또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텍스트로서, [일리아스]는 다만 아킬레스의 분노만이 아닌 인간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애정을 보여준 심오한 작품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또한 고전은 우리에게 작품을 하나의 고정된 틀로만 읽을 것이 아니라 불확정적인 점点들로, ‘복수성들multi-plicites’(들뢰즈, [푸코])로 해석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미적 텍스트로서, 고전은 ‘깊은’ 눈을 뜨게 하는 불멸의 텍스트이기 때문입니다. 

에고... 

 

김상천 문예비평가      
“텍스트는 젖줄이다”, “명시단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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