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토론회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 이어져
미투운동 토론회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 이어져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4.20 2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차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최근 미투운동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발생 원인이 각 예술계가 가지고 있는 ‘남성 중심적인 권력구조’라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이는 19일 오후 2시 서울 YMCA회관 4층 대강당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3차 미투운동 연속 토론회 ‘문화예술계 성폭력, 원인은 무엇인가?’에서의 발언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지나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 윤단우 작가, 이연주 연출가, 이성미 시인(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과 이지현 춤비평가 김태희 연극평론가, 정세랑 작가, 조형석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조사과장이 참여했다. 

<이성미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여성문화예술연합 이성미 시인은 현재 한국 문단의 권력은 “등단제도와 문예지 지면, 문예창작교육, 문학상, 출판사, 공적 지원금”이라는 여섯 개 요소의 결정권을 쥔 소수 인원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런 결정권자는 대부분 남성인 데에 반해, 작가 지망생은 여성이 많은 상황이 각종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자 성폭행 혐의로 징역 8년 형을 받은 배용제 시인의 사례도 “백일장 출전 권한을 바탕으로 한 ‘위력에 의한 폭력’”이라는 것. 

이성미 시인은 예술제도권 내에서 일어나는 성폭행의 가해자는 교수나 강사, 선배 작가, 명망 있는 스타 작가이며 피해자는 주로 학생이나 지망생, 신인작가, 여성 편집자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이성미 시인은 “문단 내에 발생한 성폭력은 가해자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 발생한다는 점에서 친족 내 성폭력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연주 연출가 역시 연극계의 권력구조는 가족의 모습을 닮아있다고 전했다. 적은 예산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하며 고생을 공유하기 때문에, 계약보다는 책임과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 이 연출가는 “극단을 책임지는 대표는 대개 한국사회에서 보았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이유로 폭력적, 권위적이었던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며 “이런 권력은 남성을 통해 승계된다. 간혹 여성이 승계하더라도 아들이 갖춰야 하는 권위적인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주 연출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유지나 교수는 한국 영화 관련 직업군의 성비 분포를 보면 제작, 연출, 촬영, 조명 등의 주 분야에서는 남성의 비율이, 미술, 소품, 분장헤어, 의상 등의 분야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높고 임금 격차 역시 심하다고 이야기했다. 유 교수는 영화계의 주 분야로 여성들이 진출하기 힘든 현실이라며 “영화계의 고인물들이 침묵의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며 여성 영화인이 증가할 수 있도록 성평등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세랑 소설가는 “저 교수한테 잘 보이면 A 출판사로 등단할 수 있어. 사장이 친한 동생이야.”나 “문학상 심사, 1년에 다섯 개씩 귀찮게 왜 하냐고? 그렇게 해서 내 라인 만드는 거지.”, “제 동향 후배인데, 시를 아주 잘 씁니다.” 등의 발언을 직접 들은 적이 있다며 “문학계와 출판계, 학계는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정세랑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정세랑 소설가는 “자랑처럼 ‘내가 이 문학상 20년간 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할 거다.’라고 말하는 분이 있다.”며 “그건 명예가 아니고 부끄러움이며, 존경이 아니고 적폐다. 공적인 자원의 사적인 운용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라고 일침을 날렸다. 

또한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에서 심사위원 풀을 공개추천 받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정세랑 소설가는 “그간 담당자가 알음알음 끌어 모으던 심사위원을 더 풍부한 풀에서 끌어 모으면 경장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 자리에도 신문사, 출판사에 소속된 분이 있다면 심사위원 변경을 요청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날 토론회는 객석에 참여한 시민들과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한편 이성미 시인은 문단의 이념과 문화가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작품과 작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작품비평이론이 예술가의 범죄 행위 처벌과 징계에 반대하는 논리로 잘못 사용된다는 것. 또한 “예술가를 하려면 성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는 등 비도덕성을 예술가의 자질로 옹호한다.”며 예술적 업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문화는 예술가의 윤리가 시민의 윤리 기준보다 못함을 뜻한다고 비판했다.

Tag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