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 펴낸 김응교 시인, 더숲낭독회 통해 독자와 시 세계 공유해
시집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 펴낸 김응교 시인, 더숲낭독회 통해 독자와 시 세계 공유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4.25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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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20일 노원구에 위치한 ‘노원문고 문화플랫폼 더숲’에서는 유현아 시인의 진행 하에 매달 1회 정기적으로 열리는 ‘더숲낭독회’가 진행됐다. 이날 낭독회에는 김응교 시인이 초청되어, 자신의 시집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에 수록된 시를 일부 낭독하고 그에 얽힌 일화들을 소개했다. 

김응교 시인은 1987년 ‘분단시대’에 시를 발표하고 1990년 ‘한길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 1991년 실천문학에 ‘풍자시, 약자의 리얼리즘’을 발표하며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씨앗/통조림”과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을 펴냈으며,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및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무에 귀를 대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김응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부엉이바위에서 그가 떨어졌던 
숲속에서 주워온 
부러진 나무
기타 옆에 세워두었어 
친구 잃은 인디언처럼 주문을 외웠지 

억울한 죽음이 이어졌어 
장례식이 있을 때마다 
설움에 달았던 근조 리본을 부러진 나무에 붙였어 
나무야, 오늘도 누군가 돌아가셨어 

(후략) 

-「세상의 모든 숲」 부분

김응교 시인은 자신의 집에는 독특한 오브제가 하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노란 리본이 주렁주렁 매달린 마른 나뭇가지이다. 이 나뭇가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부엉이바위에 방문해 주워온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물품이다. 김 시인은 이후 백남기 농민의 죽음, 세월호 참사 등 “사람이 억울하게 죽을 때마다 근조리본을 달았다.”며 “나중에는 무슨 인디언 샤먼 나무처럼 리본이 주렁주렁 달렸어요.”라고 말했다.

김응교 시인은 “촛불항쟁이 아무런 피를 안 흘렸다고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슬픔을 표하며 “이 나무에 귀를 대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시집의 제목을 “부러진 나무에 귀를 대면”으로 정했다는 것. 또한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시집은 ‘시’보다는 ‘부러진 나무’의 이야기를 받아 적은 ‘메모’인 셈이라고 말했다.

<유현아 시인(좌)과 김응교 시인(우). 사진 = 육준수 기자>

유현아 시인이 이 시의 낭독을 요청하자, 김응교 시인은 “자꾸 울컥 올라와 이 시는 제가 못 읽겠다.”며 행사에 참여한 독자에게 대독을 부탁했다. 

그동안 뭐하셨어요. 어른들이 너무 미워요.

(전략) 

어제 한겨레신문에서 좌담회를 했다 
광주항쟁부터 촛불혁명까지 
좌담회에서 한 청년이 불쑥 말했다 
그동안 뭐하셨어요. 어른들이 너무 미워요 

당연히 미안했지 
학생들에게 아들에게도 미안해서 
매주 광장에 목감기 달고 미안 미안해서 

구호만 외쳐도 끌려가기에 
학생회관 밧줄에 매달려 전단 뿌리며 독재 타도, 
교실에서 쫓겨난 선생님 
견딜 수 없어 목숨 끊은 해고 노동자 
데모하다가 연애도 취직도 못 해서 
반지하 월세방에 서식하는 결핵 환자 혁명가 

석방되고 암에 걸려 죽은 홍겸이 
잡풀길 되길 가끔 나비만 찾아드는 무덤 

명동성당 농성 때 컵라면 수십 박스 
배달부로 위장해서 나르던 순간, 
시 쓰고 논문 써야 할 시간에 
스티로폼 위에 엎드려 매직으로 쓰던 대자보, 
공부하고 싶었는데 수배당하고 수갑에 채워져 
감옥에서 쓰레빠 맞고 부서진 코뼈 

(후략) 

-「지루하고 잔혹했는데」 부분

<김응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응교 시인은 과거 한겨레 촛불혁명 좌담회에 50대 대표로 참여했을 때 “어린 학생들이 ‘그동안 어른들이 뭐해서 우리가 추운 날 나오게 만들었냐’고 어른들에게 야단치듯 항의했다.”며, 당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한편, 자신의 세대 또한 “하고 싶었던 공부를 못하고 길에서 노동자들과 고생”했기 때문에 억울함과 슬픔이 느껴졌다는 것. 

이런 일화가 담긴 시 '지루하고 잔혹했는데'에서 김응교 시인은 “유신독재 시절의 젊은이”들을 ‘반지하 월세방에 서식하는 결핵 환자 혁명가’ 등으로 표현하며, 그들의 치열했던 삶을 조명하고 있다. 

또한 이 시에는 명동성당 농성에 참여했던 김응교 시인의 경험도 녹아있다. 전경의 봉쇄를 뚫고 컵라면 사오는 일을 맡은 김응교 시인은 “이틀을 명동성당 문화원에서 지내는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해 너무 피곤했어요. (컵라면을 사오다가) 목욕탕에 들어갔는데 물 안에서 잠이 들어버렸어요. 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한 끼 식사를 못 했을 거예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그런데도 선배들이 ‘수고했어’라고 말하던 순간”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빈민들의 지린내는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냄새처럼 달콤했다.

(전략) 

집 없이 산다는 것 
애완견 대신 오줌 냄새 품고 
쓰레기통 베갯머리 삼아 
피부병과 동상凍傷을 가족 삼는 것 

오줌 냄새랑 친해지려고 나도 무진 애썼다 
홈리스 곁에 앉아 다꽝을 한 달쯤 삭히면 날 만한 
시궁창 이빨 앞에서 내 욕망의 다비식도 해봤다 
여물 닮은 성聖 지린 증기蒸氣여! 

앗싸, 코끝에 
발효하는 오줌 냄새가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으로 풀리던 날 
나도 나도 
예수님에게도 아슴지린 오줌 냄새 
석가님에게도 달콤지린 오줌 냄새 

-「성聖 지린」 부분

<김응교 시인이 윤동주의 시 '나무'를 바탕으로 만든 자작곡을 부르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김응교 시인은 처음 일본 노숙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공연을 할 때에는 “노숙자의 쉰 냄새가 온몸에 묻어” 힘들게 느껴졌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의 땀 냄새와 오줌 냄새가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냄새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노숙인들의 삶이 시인의 마음에 긴밀하게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김응교 시인은 “예수나 석가도 빈민들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땀 냄새가 범벅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를 시에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야기를 마치며 김응교 시인은 자신의 시집의 표면적 이미지는 ‘부러진 나무’이지만 사실은 “땅바닥을 기는 지렁이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이는 김 시인이 시인은 그 무엇보다도 “땅바닥을 기어가는 존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응교 시인은 “제가 지렁이 역할을 못 하고 타락하는 순간 저를 욕하고 책해주시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기어가는 이야기”를 써나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제13회 로고스서원 일일캠프 포스터. 사진 제공 = 김응교 시인>

이날 낭독회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시민들은 객석에서, 혹은 무대 앞에서 김응교 시인의 시를 낭독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편, 김응교 시인의 시낭송콘서트는 이후 5월 12일 오후 3시 부산 로고스서원에서, 5월 21일 와와인문클럽에서, 9월 8일 대구 인문학 모임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더숲은 5월 18일 박준 시인과 함께 ‘더숲낭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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