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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제4장 1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호메로스 효과. 김상천의 고전문예강의
김상천 문예비평가 | 승인 2018.04.26 19:09

2,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아킬레스의 분노Achilles's Wrath


라, 호메로스 효과Homeros effect 

지금까지... 

[뉴스페이퍼 = 김상천 문예비평가] 나는 서구적 사유의 예술적 기원으로 일컫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리아스]가 하나의 고전으로 오늘도 여전히 갈등으로 휩싸인 세계를 비추는 오래 된 청동거울이고, 서구 민족주의의 마르지 않는 샘이며, 동시에 ‘세계시’로서의 위상을 지닌 최고의 지적 유산an intellectual legacy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고전은 시공을 초월하여 여전히 지하수맥처럼 흐르먼서 메마른 대지에 젖줄이 되고, 부박한 풍토에 수원水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즉 고전은 매트릭스입니다. 

이렇게 고전이 하나의 모태母胎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고전이 고무줄 같이 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고, 퍼브처럼 친숙한 대중적 ‘보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술집the pub도 너무 자주 가다보먼 자기도 모르게 알콜 중독에 빠지고 마는 것처럼, 고전도 너무 좋아하게 되다 보먼 고전에도 독이 있다는 것을 모르게 됩니다.  

아니, 고전이 젖도 되고 독도 된다니, 과연 그럴까여...우리는 다음 글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호메로스는 시인의 정치적 기능을 알려 주는 명백한 사례며, 그는 ‘모든 그리스인의 교육자’였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한길사

(인간의) 자유를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치적 행위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는 이 책에서, 세계적인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호메로스’라고 통칭되는 시인이 본질적으로(명백하게) 정치적 기능을 지닌 존재임을 마치 독수리가 지상을 날카롭게 쏘아보고 있듯이, 꼭 그처럼 시인의 본질에 대해 날카롭게 쏘아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먼 여기 호메로스를 포함하여 고대 그리스 시인들의 정치적 기능이 무엇인지 좀 톺아 보것습니다. 하나의 교육자로서 대체 ‘정치적’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여... 

“'political' is relating to the government, politics, and public affairs of a country" 

즉 ‘정치적’이란 한 국가의 통치와 정치행위, 그리고 공동의 관심사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공동의 관심사’가 중요한 것임을, 그리하여 폴리스 중심의 도시국가로서 하나의 운명공동체로서의 삶을 유지해야만 했던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하나의 정치적 모럴로서 시인이 어떻게 공동의 관심사를 반영한 시에, 다시 말해 시가 하나의 전체주의적 요소를 지닌 양식으로서 시인이 어찌하여 모든 그리스인의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떠맡고 있었는지, 우리는 뜻밖에도 여기서 시인의 정치적 기능에 대한 놀라운 전언을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지적은 아렌트만이 한 것은 아닙니다. 니체도 에릭 A. 해블록도 지적하였습니다.  노예도덕을 비판하고 주체도덕을 세우려 했던 도덕의 혁명가 니체([도덕의 계보학])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예술가들은 어느 시대든 도덕이나 철학 또는 종교의 시종이었다.”  

다시 말해, 니체, 그는 시인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어느 시대든 독립적인 존재가 못 되었다는 것인데, 근대 이후로 문학이 하나의 독립된 학으로 분과학문이 된 것을 두고 보먼 니체의 명제는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시인)들이 시종이었다는 주장은 결국 시인이 노예였고, 종놈의 신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이건 용납하기 쉽지 않은 주장일 뿐만 아니라 사실 매우 래디컬한 데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땠을까여...어원 분석을 통해 보것습니다.  

고래로 시인은 사제priest로 불려온 사람들입니다. 사제司祭는 종교 행사를 주관하는 자입니다. 여기, ‘시詩’는 ‘모실시寺’와 ‘말씀언言’으로 결합된 형성문자입니다. 즉 시인은 권력자 앞에서 그의 말씀을 전하고 그에게 조언하는 위치에 있던 자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동양의 역사에서 유가 儒家집단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고의 [한서예문지]에 유가는 사도司徒, 그러니까 교육자 집단에서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실 ‘유儒’는 ‘사람人’과 ‘비雨’와 ‘수염而’으로 된 글자입니다. 즉 유가는 군주 곁에서 기우제를 돕고 있는 현자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경詩經] 등 고서에 능통하여 황제의 주변에서 정사의 옳고 그름을 간하는 근신으로서 한때 ‘의랑議郞’ 의 직위에 있었던 당대 최고의 시인 조조曹操에게서 우리는 고대 사제로서의 시인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서양에서 시인이라면 역시 호메로스Homeros를 칩니다. 서양문학의 기원이 그가 썼‘다는’ [일리아스]의 시에서, [오디세이아]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 ‘~다는’이라며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문헌으로 보건대, 호메로스는 맹인이고 신전의 사제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 매우 이상하지 않습니까. 나는 여기서 언어적 재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호메로스는 특정 개인이 아니고, 하나의 시인 집단을 가리키는 고대그리스어라는 것입니다. 플라톤의 문예이론서 [이온Ion]에 보면, ‘시인은 신의 사자였다’고 나와 있습니다. 제우스신의 남성 사자였던 헤르메스hermes는 그리스 어원이 소원을 비는 ‘돌무더기’라는 뜻의 ‘헤르마herma'에서 비롯되었습니다(앙드레 보나르, [그리스인 이야기]) 그러니까 나그네의 안녕을 비는 돌무더기에서 발전하여 신의 말씀을 전하는 신전 돌기둥, 석주石柱를 지키는 사제가 된 사람들이 바로 시인이었습니다. 이건 매우 그럴듯한 얘기입니다. 실제로 그리스어 ‘헤르메이오스hermeios'는 델피 신전의 사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여기서 사자使者를 뜻하는 헤럴드herald가 나오고, 여기서 신의 사자로서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도 나온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호메로스는 사회의 안녕과, 질서유지, 문화전승을 그 존재 이유로 하는 하나의 제도로서의 사제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지 특정 개인을 지칭하는 말이 아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제들이 권력의 수호자이자 문화의 전승자로서 문화재생산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거, 바로 여기서 우리는 왜 고대 시론을 대표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문예론의 핵심이 모방론mimesis일 수밖에 없는지를 봅니다. 당시에는 예술의 세계가 일상 현실의 세계의 연장이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하우저]) 

자, 그렇다먼 이제 시인의 정치적 기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함 보것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서 ‘정치적’이라 함은 부족clan 공동의 관심사로 그것은 머 공동체의 생존과 관련되는 일일테고, 그러니 자연 공동체의 운명을 다루고 있는 고대서사시는 오늘 근대적 개인주의 신화에 기반하고 있는 서정시와는 질적으로 다른 행동 중심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띤 작품일 것입니다. 이런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과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로, 여기서 부족 공동의 운명을 대변하고 있는 아킬레스는 한때 자신의 욕망에 눈이 어두워 왕에게 대들었다가 다시 자신을 억제하고 전장에 나가 민족적 영광을 위해 싸우다 명예로운, 그러나 사실은 비극적 죽음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먼 여기 그리스인에게 하나의 정치적 교과서로서 호메로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여...그것은 첫째, 혼자 잘났다고 시건방 떨지 말고 까불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오만하게 굴지 말고 신의 명령에 복종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먼서 모든 운명은 신에 의미 미리 정해졌다는 것이고, 다행스럽게도 신은 우리 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선민적 사고로서 어느 민족이고 이런 메시지 없이 공동체의 유지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머 좋다 이겁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나보다는 집단이, 개인보다는 전체가 중시되다보니 무슨 일이 났다하먼 집단과 전체의 안전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터로 죽으러 가즈아~하는 분위기가 하나의 공기처럼 풍속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지배적으로 유지, 재생산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이고, 이런 소명을 부여받은 사람이 바로 제우스의 대변자였던 사제로서의 시인 호메로스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호메로스는 학실이 개인이 아니고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사제계급임에 틀림없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가 정치적 교과서인 시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맨 먼저 하는 일은 기억을 일깨우기 위해서 시를 주관하고 있는 제우스의 딸, 뮤즈 여신을 부르는 일입니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스를 분노를, 
아카이오이족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가져다 주었으며 
숱한 영웅들의 굳센 혼백들을 하데스에 보내고 
그들 자신은 개들과 온갖 새들의 먹이가 되게 한 
그 잔혹한 분노를! 인간들의 왕인 아트레우스의 아들들과  
고귀한 아킬레스가 처음에 다투고 갈라선 그날부터  
이렇듯 제우스의 뜻은 이루어졌도다 
......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보겠거니와 부족의 운명을 대표하는 아킬레스라는 서사적 영웅-루카치의 말대로 서사적 영웅은 엄밀하게 말해서 개인이 아닙니다. Lukacs says that "The epic hero is, strictly speaking, never an individual"-은 자신을 죽이고 부족의 운명을 걸고 적과 그야말로 운명적인 결투를 벌이게 되어있는 것이고, 여기서 우리는 과연 고대영웅서사시의 전형적이고 영웅적인 서사형 모델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2편 이어서


김상천 문예비평가       
“텍스트는 젖줄이다”, “명시단평” 저자

김상천 문예비평가  info@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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