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작가, “제가 꿈꾸는 ‘반격’이란?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문화”
손원평 작가, “제가 꿈꾸는 ‘반격’이란?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는 문화”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4.3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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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회가 성북문화재단, 트리콘과 함께 ‘기억하다’, ‘응시하다’, ‘성장하다’, ‘연대하다’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작가와의 만남을 개최했다. 현기영 소설가가 참여한 첫 번째 행사 ‘기억하다’가 지난 4월 19일 진행됐으며, 손원평 작가가 참여하는 두 번째 행사 ‘응시하다’가 4월 28일 성북정보도서관에서 이뤄졌다. 

영화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손원평 작가는 장편소설 “아몬드”로 데뷔했으며,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을 통해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랜 기간 영화인으로서 활동해왔으며 ‘두 유 리맴버 미 3D’, ‘좋은 이웃’ 등의 감독을 맡았다. 이날 행사는 성북구의 독서모임 회원 정은주 언어치료사가 대담을 맡았으며, 소설 “서른을 반격”을 중심으로 집필 계기부터 작품 속 인물, 사건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궁극적으로 작가가 바라는 ‘반격’이 무엇인지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정은주 언어치료사(좌), 손원평 작가(우)

소설 “서른의 반격”은 88년 태어나 2017년에 서른이 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권위의식과 위선, 부당함과 착취 구조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반격’을 그려낸 작품이다.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심사위원들은 “88만원 세대인 주인공이 허위의 세상을 바꾸려고 몸부림치는 실존이 가상하다. 작은 체 게바라들에게서 희망을 읽게 한다.”며 “사회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그들, 1프로에게 농락당하는 세상, 변화의 주역으로 사는 주인공들을 설정하는 작가의 시각이 미쁘다.”고 평가했다. 

서른의 반격

“서른의 반격”은 당초에는 제주 4.3 평화문학상에 공모하기 위해 쓴 작품은 아니었다. 15년 3월에 초고가 완성됐지만 “제주 4.3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투고할 엄두를 못 냈다.”는 손원평 작가는 “장강명 소설가가 ‘댓글부대’로 수상하는 것을 보며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공모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서른의 반격”은 제주 4.3을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구조적 모순에 약자들이 저항의 몸짓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가적 폭력에 저항한 제주 4.3과 연관성을 갖는다. 

주인공 지혜는 평범한 삶에 익숙해져 사회의 부당한 일을 애써 모른척하고 무신경하게 구는 인물이다. “100% 옳은 것이 아니고 비겁한 면도 있는 인물, 사회에 섞인 한 평범한 인물로 소설을 시작해보고 싶었다.”는 손원평 작가는 “우리 모두가 지닌 어떤 지점을 주인공도 가지고 있으며,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지혜는 자신을 속박하는 관계들에 별 저항을 하지 않다가 다른 등장인물 ‘규옥’과 만나게 되며 변화를 맞이한다. 규옥은 지혜에게 전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지혜와 함께 ‘작은 반격’을 꾸미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걸요? 억울함에 대해 뒷얘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죠. 내가 말하는 전복은 그런 겁니다. 내가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는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가치의 전복이요.” 68쪽

등장인물들은 경범죄로 보기엔 약하고 명예훼손이라 칭하기엔 애매한 반격을 벌이게 되고, 이들의 반격이 알려지자 ‘반격’을 따라 하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소설은 구조 속에서 억압받던 약자들이 “놀이를 통한 균열”과 “균열을 통한 변화”를 추구하며 권위주의와 부당함, 위선에 일침을 놓는다. 

손원평 작가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반격’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밝힌 손원평 작가는 “무엇이 서로를 이렇게 갈등하게 만들고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을까.”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 중 하나가 ‘참아라’였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한 손원평 작가는 ‘고자질하지 마라’, ‘어디서 눈을 똑바로 떠’ 같은 말들이 부당하게 사용되었다고 설명했다. ‘고자질하지 마라’ 같은 말들은 약자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의미로 사용됐으며, ‘어디서 눈을 똑바로 떠’, ‘말대꾸 하지 마’ 같은 말들은 자기 의견을 말하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손원평 작가는 “자기 생각을 억누르면 터지게 된다. 터지는 건 좋지만,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폭발시키는 게 되어버린다.”며 의견 전달이 아닌 감정의 폭발은 이해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반격’이 ‘화풀이’와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서 ‘반격’이란 “자기 의견을 말하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약자가 힘 있는 이에게 말을 할 수 있는 문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어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는 손원평 작가는 “작년과 비교하면 무언가 많이 달라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의 변화가 감지되는 것을 긍정했다. 미투 운동에 대해서는 “억압됐던 마음의 씨앗이 불타오른 것”이자 “변화의 양상은 거칠기도 하고 기준이 오락가락할 때도 있겠지만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으며, 청와대 청원 같은 경우는 “황당한 것들이 청원으로 올라가는 일이 있지만, 우리 힘으로 뭔가 이뤄내고 어딘가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기대감의 확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대화할 수 있는 문화가 생기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성북정보도서관 이용자들을 포함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독자와의 질의응답, 퀴즈쇼 등이 이뤄졌다. 한편 남은 작가와의 만남은 오는 5월 2일 아리랑도서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연대하다’라는 키워드로 세계적인 작가 ‘바오 닌’의 소설 “전쟁의 슬픔”을 통해 동아시아의 역사적 상처와 문학적 항쟁의 의의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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