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문학인 제주대회 선언문 낭독해, “판문점 선언 적극 지지하고 통일시대 문학 준비하겠다.”
전국문학인 제주대회 선언문 낭독해, “판문점 선언 적극 지지하고 통일시대 문학 준비하겠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4.3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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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28일 제주 한화리조트 1층 연회장에서는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가 주관한 ‘전국문학인 제주대회 : 그 역사, 다시 우릴 부른다면’의 본 행사가 열렸다. 전국문학인 제주대회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진행된 제주4.3 행사로, 한국작가회의 각 지회의 회원들과 해외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종형 제주작가회의 회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대회사를 맡은 이종형 제주작가회의 회장은 본디 제주4.3은 “이승만 정권이 획책하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고 통일국가로의 염원을 담은 자주적 저항이자 항쟁”이었으나, “진실은 왜곡되고 감추어진 채, 이념적 덧씌우기를 거듭하며 침묵을 강요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제주 4.3은 한국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아픔이자, 무고한 제주 민중의 고통과 희생으로 점철된 역사”라는 것.

이종형 회장은 전국문학인 제주대회는 “한마음 한뜻으로 4.3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위무하며, 70년의 역사가 던져주는 문학적 사유를 나누는 자리”라며, 이 정신을 이어받아 “역사가 다시 우리를 부른다면, 우리는 기꺼이 다시 역사의 광장으로 나아가 문학이라는 촛불을 들고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문학인 제주대회의 참가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하고 통일시대의 문학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언문은 홍경희 제주작가회의 사무국장이 참가자 대표로 낭독했다.

<선언문을 낭독하는 홍경희 제주작가회의 사무국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들은 “남북은 전쟁과 분단의 종결, 평화체제로의 명백한 전환을 선언하는 악수와 포옹의 당사자가 되었다. 이제는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관용과 인내, 단호한 실천이 요구된다.”며 “우리 작가들은 ‘한반도의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이는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선언했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는 민족의 화해를 통한 자주통일과 전쟁 위험 해소를 통한 남북관계의 개선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또한 “2005년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문학이 만났던 남북작가대회의 감격”을 기억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판문점 선언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며, 참가자들은 “이 기억을 기반으로 우리는 새로운 말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며 ‘남북 공동어문학의 복원’과 ‘창조적 상상력의 영토를 확장한 통일시대의 문학의 준비’를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전국문학인 제주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끝으로 참가자 일동은 “혁명이 혁명을 멈추는 순간 혁명이 아니듯, 우리가 스스로 언어의 생장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언어는 소멸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가 새벽처럼 다가올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뿌리임을 결코 잊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한편, 격려사를 맡은 이경자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당시 제주도민들은 조상이 살던 터전을 잃고, 온 마을이 같은 날 부모님을 제사 지내야하는 상황 속에서 눈과 귀, 입을 막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며 이런 “철벽같은 시간”에 구멍을 뚫은 작품이 바로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 삼촌’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경자 이사장은 “‘순이 삼촌’은 세상 모든 소설가가 해야 할 책무의 전범을 보여준 원형”이며 “소설가란 역사적 사실과 그 진실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경전처럼 일깨워줬다.”고 치하했다. 또한 제주 4.3이외에도 “우리의 근현대사엔 우리가 하지 못한 일들이 태산 같다.”며, 역사적 사건들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날 전국문학인 제주대회 본 행사는 국내외 작가들의 박수 속에서 끝을 맺었으며, 이후에는 환영 만찬 및 친선의 밤이 이어졌다.

아래는 전국문학인 제주대회 선언문 전문이다.


전국문학인 제주대회 선언문 

어김없이 꽃은 피고 다시, 사월이다. 일흔 해 전, 제주에서 죽어간 숱한 주검들은 차가운 땅 아래에서 봉인되어야만 했다. 죽음의 기억조차 망각을 강요받았던 시대가 있었다. 입은 있으되 말할 수 없었던 시절, 그렇게 언어의 신체를 얻지 못한 말들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하지만 억압의 겨울이 길어질수록 기억의 뿌리는 뜨겁고 충만하게 지하에서 단단하게 뻗어갔다. 그렇게 사월은 해마다 통곡으로 꽃을 피웠다. 

사월, 제주. 이제 우리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모였다. 70년 전 제주는 분단의 모순을 온몸으로 거부한 항쟁의 섬이었다. 우리들은 오름마다 피워 올랐던 봉화를 기억한다. 그것은 몸을 불살라 피워낸 찬란한 발화(發火)였으며 불의 함성이었다. 그것은 야만의 시대에 새겨놓은 언어의 흔적들이었다. 

넘어설 수 없을 줄 알았다. 끝끝내 사라질 줄 알았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견고한 시대의 벽에 글자 하나를 새겨놓는 일이었다. 때로는 분노였고 때로는 통곡이었다. 나의 언어가 너의 언어를 불렀다. 나의 자음은 너의 모음이 되었고 너의 언어는 우리의 말이 되었다. 어둠의 벽을 가득 메웠던 말은 담쟁이처럼 끝내 벽을 넘었다. 제주에서, 여수에서, 광주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의 언어가, 바로 우리의 몸이었다.

사월, 판문점. 남북은 전쟁과 분단의 종결, 평화체제로의 명백한 전환을 선언하는 악수와 포옹의 당사자가 되었다. 이제는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관용과 인내, 단호한 실천이 요구된다. 우리 작가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이는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에게 이 선언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2005년 평양,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문학이 만났던 남북작가대회의 감격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 기억을 기반으로 우리는 새로운 말의 길을 열어갈 것이다. 남북 공동어문학을 복원하고 창조적 상상력의 영토를 확장하여 통일시대의 문학을 준비할 것이다.     

혁명이 혁명을 멈추는 순간 혁명이 아니듯, 우리가 스스로 언어의 생장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언어는 소멸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언어가 새벽처럼 다가올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뿌리임을 결코 잊지 않으려 한다. 

2018. 4.28 제주에서 
한국작가회의 전국문학인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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