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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본질에의 집중, 작품을 통해 작가 깊게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vol.1’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5.12 21:36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현대문학은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에 소개한 “한국 문단에서 가장 첨예하고 현대적인 시인들” 6인의 책으로 구성된 ‘핀 시리즈 시인선 vol.1’을, 지난 2월 말 출간했다. 이장욱의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이기성의 ‘사라진 재의 아이’, 김경후의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유계영의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양안다의 ‘작은 미래의 책’ 등이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vol.1'. 사진 = 이민우 기자>

현대문학은 시리즈의 제목인 ‘핀(pin)’이라는 단어에는 옷자락이나 사물을 여밀 때에 쓰는 뾰족한 물건, 꽃이 개화한 상태, 무대 위에서 일정한 오브제를 강조하기 위해 쏘는 조명 등 다양한 뜻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본 시리즈를 통해 작가를 보다 명확하게 조명하고, 독자와의 연결을 도모하겠다는 것. 그러며 이 시리즈의 진지함과 ‘핀’이란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이 아이러니한 결합을 이루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대문학 관계자는 그동안 문학에서는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며, 전통적 의미의 문학은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오히려 “문학, 그 본질을 향한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때문에 점차 줄어들고 있는 문예지의 창작 지면을 대폭 늘릴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가장 현대문학다운 방식”으로 여러 작가들이 독자들과 ‘깊게’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뜻이다. 이런 까닭으로 ‘핀 시리즈 시인선’은 1994년에 데뷔해 동국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는 이장욱 시인부터 20대 후반의 젊은 작가인 양안다 시인까지, 다양한 작가들로 구성되어있다. 

‘핀 시리즈 시인선’의 각 시집에는 20여 편의 시와, 시인들이 자신의 시집 테마에 걸맞게 쓴 에세이 한 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는 50편에서 100편의 시가 해설과 함께 실리는 기성의 시집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분량이다. 때문에 이장욱 시인은 “핀 시리즈는 음악으로 치면 EP앨범 비슷한 느낌”이라며, 출판사들이 시집을 발간하고 작가를 조명하는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인들은 한 권의 시집을 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같은 책에 수록된 시임에도 예전에 쓴 시가 최근에 쓴 시에 비해 촌스럽고 낡아 보이는” 상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이기성 시인은 세 번째 시집을 내고 4년이 흘러 부담을 느끼고 있었으나, 핀 시리즈를 통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vol.1'.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장욱 시인은 이번 자신의 시집은 “동물성의 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제는 여기에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가 “광물성이나 무생물성”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시를 쓸 차례가 됐다고 부연했다. 아래는 이장욱 시인의 시집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의 여는 시, ‘원숭이의 시’이다.  

당신이 혼자 동물원을 거니는 오후라고 하자, 
내가 원숭이였다고 하자. 
나는 꽥꽥거리며 먹이를 요구했다. 
길고 털이 많은 팔을 철창 밖으로 내밀었다. 
원숭이의 팔이란 그런 것 
철창 안과 철창 밖을 구분하는 것 
한쪽에 속해 있다가 
저 바깥을 향해 집요하게 나아가는 것

- 「원숭이의 시」 부분

30세 전후의 젊은 작가인 유계영, 양안다 시인은 책을 내기 전에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있었으나, 막상 책을 보고서는 그런 불안감이 전부 사라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특히 ‘작은 미래의 책’이 첫 시집이었던 양안다 시인은 출간 이후 자신의 책을 거듭 읽고 즐거워했다며 ‘핀 시리즈 시인선’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양안다 시인 첫 시집 '작은 미래의 책'. 사진 = 이민우 기자>

현대문학 출판사의 관계자인 박상수 시인은 문화예술계가 어려운 이때일수록, 자중하며 조용히 지내는 것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첫 발을 떼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핀 시리즈 시인선 vol.1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현대문학에서는 시인선이 나온 적이 없었다며, ‘핀 시리즈 시인선’을 통해 한국 시간의 중추에 해당하는 여러 작가들을 소개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또한 현대문학은 앞서 소개한 여섯 명의 작가 외에도, ‘핀 시리즈 시인선 vol.2를 통해 김행숙, 오은, 임승유, 이원, 강성은, 김기택 시인의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4월 25일에는 편혜영 소설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을 ’핀 시리즈 소설선‘의 첫 번째 시리즈로 펴낸 바 있다. 

한편, 핀 시리즈는 디자인에서도 기존의 도서들과 차별점을 두고 있다. 가로 104mm, 세로 182mm라는 컴팩트한 판형을 채택해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로 만들었으며, 패브릭 드로잉 아티스트 정다운 작가의 작품을 표지로 사용해 심미성을 높인 것. 신촌 인근의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고 있는 유희경 시인은 3월 8일 핀 시리즈 낭독회에서 “표지가 예쁘다는 말들이 유독 많다.”며, 디자인의 인기를 증언한 바 있다.

육준수 기자  skdml132@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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