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에서 온 편지 - 지성찬 시조시인
백마에서 온 편지 - 지성찬 시조시인
  • 지성찬 시조시인
  • 승인 2016.03.3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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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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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에서 온 편지

 

           백마에 오시려면 전철 타고 오시구려
           무악재 쉬이 넘어 구파발서 기다리면
           화정역(花井驛) 꽃길을 따라 꽃구름이 필 겁니다.
 
           구름 속 백마(白馬)들이  바람처럼 내달리면
           천리(千里)를 뛰어도 좋을 동화 속의 들이 있고
           바람은 첫 손님에게 매달리며 안기리다.
 
           춘삼월(春三月) 오실 때에 흰 샤쓰를 걸치시면
           진달래 붉은 입술을 꼭꼭 찍어 드리리다
           개나리 고운 금관(金冠)을 머리에 얹어 주고
 
           오월이 가기 전에 꼭 한 번 오시구려
           무릎 꿇고 들어 보면 푸르른 관현악 소리
           그 것이 詩가 되나 봅니다, 푸른 글이 돋습니다.
 
           꽃 하나 피는 것도 기적이요 섭리러니
           수 많은 꽃이 앓는 계절의 절정에선
           능선도 가만히 내려와 그 자리에 멈춥니다.
 
           경황이 없으시면 日常 옷을 걸치시고
           헐거운 풍경 속을 그렇게 걷다 보면
           그 것이, 좀 모자라는 것이, 넉넉하게 보입니다.
 
           비가 와도 괜찮아요, 촉촉히 젖어와도
           그저 님을 그리듯이 세상사에 젖다 보면
           두고 간 발자국마다 삶의 맛이 고입니다.
               
           마음이 구름처럼 흘러가고 싶을 때면
           白馬에서 말을 타는 그런 꿈도 꾸어 보고
           꿈 같은 얘기 하면서 밤도 풀어 보시구려.
 
           큰 강도 이쯤에선 발걸음이 더딥니다
           바다가 멀지 않은 노을 빛도 서러워서
           한 번쯤 눈물을 닦고 흘러가고 있습니다.
 
          
           세상사 시끄러운 그런 소리 없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귀가 모두 고장나서
           웬만큼 큰 소리 아니면 꿈쩍도 안 합니다.
 
           세월은 물이지요 흘러서 간다지요
           모두들 흘러가서 흐를 것이 없다지요
           흐르는 그런 것 말고 永遠을 만나리다.
 
           섣달도 그믐밤은 길이 뵈지 않습니다
           별을 보고 걸어가면 넘어지지 않습니다
           안개나 자욱한 밤엔 엎드려야 하구요.
 
           밤하늘 겨울새가 불을 끄고 울다 가면
           곱게 잠든 꽃가지에 그 울음이 떨어져서
           아파서 꽃이 핍니다 먼저 꽃이 핍니다.
 
 
일산 백마에 오기 전에는 일산으로 이사하는 것이 사실 마음에 탐탁치 않았었다.

백마는 일산의 한 마을의 이름인데 백석동 과 마두동의 첫 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백석동은 일명 흰돌마을이라고도 하며 마두동은 마을의 지형이 말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오래 전부터 백마에는 많은 연인들이 놀러왔던 곳이다. 넓은 들이 펼쳐진 그런 곳이다.

하루 하루 정을 붙이며 살다 보니 일산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넓직한 생활공간과 도시와 농촌이 합성된 구도가 답답한 도시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는 더욱 좋은 곳이다. 공기도 맑고 번잡함이 없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봄이 오면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는데 진달래 철쭉의 아름다움은 어느 곳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꽃동산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봄 여름이면 빈터에 상추, 아욱 가지, 호박등을 심으면 그 자라는 모습도 신기하게 느껴진다.
흙을 만지며 흙냄새를 맡으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씨앗을 뿌리며 자식농사를 생각하게 되고 가을에 수확을 보면서 인생의 결산을 떠올리기도 한다. 가끔은 채소를 뽑아가거나 호박을 따가는 사람들이 있을지라도 필요한 이웃에서 가져갔으니 잘 된 일이라고 치부한다.

많은 쇼핑센타가 뜨거운 판촉경쟁을 하여 일산은 생필품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품목에 따라서는 원가의 절반이하로 파는 물건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런 물건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또한 별미 별식을 자랑하는 음식점이 도처에 있고 쉴만한 호수공원이 있어 주말이면 연인들, 가족들이 이 곳을 찾게 되고 겸하여 쇼핑센타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한다. 그리하여 주말이면 인근 도시의 차량들로 붐비는 곳이 일산이다.

호수 공원의 시원한 공간은 일산의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휴식공간이다.

이렇게 좋은 공원은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항시 맑은 물과 꽃이 피는 공원은 일산의 자랑거리요 휴식공간이다. 아이와 어른, 연인들의 산책은 하나의 영화장면과도 같다. 음악도 흘러나오고 새들의 비상을 첨가하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호수공원에서 필자가 좋아하는 김원각, 박시교, 김현, 김영재 시인들과 포천막걸리를 들면서 한 여름의 오후를 보낸 적이 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곳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만, 아름다운 절경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그 절경이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아름다운 마음의 눈의 렌즈로 보는 풍경만이 아름답답게 보일 뿐이다. 유유히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그리고 옷차림도 가지각색이다.

자판기에서 한 잔의 커피를 뽑아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맛은 일품이다.

나이든 어르신들이 연주하는 흘러간 노래들을 듣노라면 세월의 덧없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이 노래를 듣는 젊은이들이 30년 후에 나와 똑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항시 그래왔다. 젊은이들은 결코 늙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늙는 것은 순식간에 벌어지는 사건이다. 아침을 먹고 우물우물 하다보면 점심때가 되고 점심을 먹고 책을 몇 페이지 읽다 보면 해는 벌써 서산으로 기울어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해가 저물 듯이 인생은 저물게 마련이다.

결코 시들지 않는 꽃이 없듯이 인생은 시들게 마련이다. 하나의 꽃을 보면서 하나의 지혜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일산 백마에 와서 한 편의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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