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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 , “여성 억압하는 구조 바꾸기 위해 자신과 주변부터 바꿔나가야”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5.15 19:31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정지용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한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 가수인 가와카미 미에코 씨가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와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과 자신의 주변부터 동시에 바꿔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 내의 페미니즘,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들이 더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는 제138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 제20회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젖과 알”은 여성의 몸과 마음의 관계, 그리고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아슬아슬한 곳에서 제어된 훌륭한 문체가 일품”이라며 호평한 바 있다. 

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한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는 일본에서의 페미니즘 운동은 최근 그 열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으며, “페미니즘에 어떤 이들이 좋지 못한 이미지를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성별에 매몰되지 않은 채 인간 개인에 집중하며 차별하지 말자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와세다문학증간 여성호 표지

이어 여성 작가 88인이 모여 만든 문예지의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 17년 9월 출간된 와세다문학증간 여성호는 소설, 시, 평론, 하이쿠, 사진, 에세이, 그림 등 여러 장르의 여성 작가 88인이 모여 만들어졌으며,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가 책임편집을 맡았다. “여성호”는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나 일각에서는 “여성이 모여 과도하게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이 제시되기도 했다.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는 “여성들이 성추행, 성희롱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 ‘살기 답답하다’, ‘여성들이 최근 시끄럽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잘못됐으며,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등의 말을 하는 평론가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강연 중인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어 “여성들은 사춘기 이전부터 욕망의 대상화가 되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소녀만화 같은 문화들이 그것을 당연하다고 말하고, 이런 구조가 내면화된 채 여성들의 말이 언어화되지 못하는 시기가 길어진다.”며 자신 또한 구조에 위화감을 갖고 있었으나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것은 20대 이후였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남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지금 생각해보면 젠더가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남동생이니까, 남자니까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저나 어머니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가와카미 미에코 작가는 자신이 작품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쓰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상황이나 문제를 분석해 흑백을 가리고 싶은 마음은 아니”며 “창작하는 것은 올바름의 추구가 아니며, 작품을 한정할 가능성이 있기에 이데올로기에 접근하는 걸 주저하는 것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메시지가 훤하게 드러난 작품을 써버리는 것만큼 시시한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위화감이 있다면 위화감을 그대로 쓰는 것이 자신의 자세이자 표현”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해야 한다”라고 쓰는 게 아니라 “혼돈 그대로를 표현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조금 바뀐 것은 젠더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너는 아기’라는 글을 썼다는 것”이라며 “너는 아기”라는 에세이를 소개했다. 

"너는 아기" 표지

“너는 아기”는 가와카미 작가의 임신출산육아 에세이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육아를 “굉장한 경험”이라고 치켜세울 의도로 쓰여진 것은 아니다. 가와카미 작가는 “(일반적으로) 출산신화, 모성신화를 강화하며 출산 경험을 굉장한 경험이라고 치켜세우는 일이 많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쓸 마음은 전혀 없었다.”며 임신출산육아의 과정에서 여성들에 과도한 부담이 주어지는 것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당시 “하루 2시간도 잠들지 못하는데 수유, 일, 가사도 있어 부담이 엄청났다.”고 밝힌 작가는 임신출산육아가 남편과의 동반자 개념마저 고민하게 만들었으며, 자신의 고통을 인지하지 못하는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여성이 뛰어넘어야 할 대상은 자꾸 바뀐다. 실전의 축적이 되지 않는다. 뭔가를 해놓으면 새로운 장소로 가기에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한 작가는 “지금은 SNS도 있어서 여러 정보가 축적되고 있지만, 더욱 더 여성의 목소리를 언어화하고 표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 말미에 작가는 “여성만이 아니라 지금부터 자신이 바뀌고 싶다는 사람,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는 사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집 안에서부터 바꿔나갈 것, 먼저 자신을 바꾸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바꿀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바뀌어야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여성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길 당부했다. 

이재무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발표 이후에는 이재무 시인과의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이재무 시인은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고 번져가고 있다.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고 한국도 지난 1월 미투가 시작되어 불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투 운동 때문에 한국에서도 많은 저명인사가 망신살을 뻗치는 경우가 있었고, 저명인사 가운데는 혹시 자신이 미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불안과 초조 속에서 뉴스를 검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와카미 작가에게 실존주의 페미니즘적 관점과 일본의 역사적 성차별 요소에 대해 질의했다.  

가와카미 작가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라는 가치관이 재생산되고 있다.”며 성정체성이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에 동의했으며, 일본의 역사적 성차별 요소에 대해서는 호적 제도를 예로 들었다. 일본의 호적 제도는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라가게 되어 있는데, 고치려는 여성들이 있지만 남성들의 이해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도 호적에 대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관심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기자  ksh@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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