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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강연 '박완서, 라는 꿈' 통해 박완서의 여성 인권 투쟁 조명해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5.16 12:35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2018 성북문학주간을 맞아 성북문화원은 지난 8일부터 성북구의 주요 문인 다섯 명을 조명하는 문학 연속강연 “여담 : 다시 타오르는 말들”을 개최했다. 본 강연은 성북시 주최, 성북문화원 주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후원 하에 오는 18일까지 계속되며, 지난 10일 성북문화원 1층 소강당에서는 두 번째 강연 “박완서, 라는 꿈”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교수인 정용준 소설가가 맡았다. 정용준 소설가는 2009년 단편소설 ‘굿나잇, 오블로’가 현대문학에 당선되어 데뷔했으며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와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를 펴냈다. 황순원문학상과 소나기마을문학상,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정용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강연을 시작하며 정용준 소설가는 “박완서라는 작가는 굉장한 투사”라고 이야기했다. 여성이 억압된 사회에 살면서도 시종일관 강경한 언어로 여성을 둘러싼 불합리함과 울분을 사회적 담론으로 이끌어왔다는 것. 또한 “박완서는 소설이라는 픽션을 통해 당신이 구체적으로 생각한 삶에 담겨있는 진실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용준 소설가는 당시 기성사회의 구성원들은 이런 박완서의 소설을 반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왜 그리 불편한 것을 하느냐, 소설이라면 당연히 독자들에게 좋은 마음과 살아갈 힘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냈다는 것. 

정 소설가는 이는 인간에게 있어 진실은 “견딜 수 없이 불편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상에서 인간은 서로 화합하고 편하게 지내기 위해, 진실을 요구하기보다는 거짓 언어를 사용한다. 때문에 현실에 순응하고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기성은, 세상의 틀에 순응하길 거부한 이들에게 ‘왜 넌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냐.’고 화를 낸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좋은 마음을 주는 글을 읽는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정용준 소설가는 지적했다. 오히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편과 직면하고 투쟁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완서의 소설 역시 이런 기성의 인식에 “비장한 얼굴로 ‘그러면 안 된다.’고 돌을 던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소설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여성, 한때 꿈이 있던 여성, 개인으로서의 여성”을 우리에게 제시했다는 것. 

<정용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일례로 박완서의 작품 “친절한 복희씨”에 등장하는 복희씨는 언뜻 보면 촌부에 무슨 말을 해도 웃기만 하지만, 내면에서는 자신을 괴롭히고 무시하는 남성들을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을 갈고 있다. 정용준 소설가는 복희씨가 남자보다 힘이 부족해서 그때그때 저항하지는 못하고 수동적이지만, 분명한 자신만의 자아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불과 오십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는 결혼, 출산, 아들이었다. 때문에 아들을 낳지 못하는 집에서는 ‘씨받이’라는 이름의 후처를 들이기도 했다. 정용준 소설가는 이때의 여성들은 고통 속에서 슬피 울었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용준 소설가는 뉴스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접한다면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개인의 고통보다는 하나의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소설가는 박완서의 1인칭 소설로 인물의 내면을 따라 읽은 독자는, 인물의 서사를 직접 겪은 일처럼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인식이 인간 스스로를 뜨겁게 만드는 “사유의 에너지”를 가져다주며, ‘나’로 하여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한다고 전했다. 

<정용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렇기에 정용준 소설가는 “박완서라는 작가는 그 자체로 한국문단에 아주 중요한 꿈”이라고 말한다. 박완서의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요한 텍스트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때부터 외쳐 온 여성 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는 것. 정 소설가는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박완서 작가의 꿈은 일정 부분은 이루어진 셈”이라며 “검색 포탈에 ‘딸’을 치면 연관검색어에 ‘딸 낳는 방법’이 나올 정도로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야기를 마치며, 이제 등단 10년차 작가가 되었다는 정용준 소설가는 젊은작가상을 받을 당시 심사위원이 박완서 소설가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책이 나오기 전 박완서 소설가가 세상을 떠나 별도의 멘트를 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정 소설가는 “그래서 그 분이 제 소설에 뭐라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그분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젊은 작가들의 글을 열심히 읽었다는 것을 안다.”며 박완서 소설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문학의 발전을 위해, 날카로운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후배들의 글을 읽으며 고민하셨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당신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 글을 읽으셨다는 것에 소설 쓰기 잘 했다는 보람을 느낀다. 박완서 작가는 앞으로도 새로운 사람에게 읽히고 연구되고, 더욱 중요한 작가가 될 것이다. 더 많은 분들이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며 박완서 소설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정용준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정용준 소설가는 고민이 없게끔 만들어낸 이야기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침드라마 같은 경우이다. 정용준 소설가는 우리 드라마에서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을 보면 한국 드라마의 시어머니는 모두 갖다 붙인 듯 똑같고 부자는 전부 나쁘게 그리며 편협한 이미지를 계속해서 주입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걸 본 시청자들은 “저게 우리네 이야기야, 난 저러지 않지.”라고 생각하며 불필요한 자기 만족감에 빠진다고 이야기했다. 

정용준 소설가는 “우리는 이야기를 소비하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박완서 소설가의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든 전형적이지 않고 고유한 존재로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박완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망각된 인물들, 여성들을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용준 소설가의 강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강연은 성북구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육준수 기자  skdml132@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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