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포지션 콜로키움 성료, T.S.엘리엇 등 영미 모더니스트 시인의 문학관 검토해
제1회 포지션 콜로키움 성료, T.S.엘리엇 등 영미 모더니스트 시인의 문학관 검토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5.1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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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12일 문학의 집 서울 2층에서는 시 전문 계간지 ‘포지션POSITION’의 창간 6주년을 맞아, 포지션 문학회의 주최 하에 “제1회 포지션 콜로키움”이 개최됐다. 주제는 “최상 현실의 주제에 의한 세 가지 변주”로 영미권의 모더니스트 대표 시인 T.S. 엘리엇과 월리스 스티븐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문학을 조명하여 한국 현대시에 끼친 영향 등을 검토해보는 자리였다. 

이날 콜로키움의 발제는 양균원 대진대학교 영문과 교수가 맡았다. 양균원 교수는 1981년 광주일보, 2004년 서정시학을 통해 데뷔한 시인이기도 하다. 시집으로는 “허공에 줄을 긋다”와 “딱따구리에게는 두통이 없다”가, 저서로는 “1990년대 미국시의 경향”, “욕망의 고삐를 늦추다” 등이 있다. 

<양균원 교수. 사진 = 육준수 기자>

양균원 교수는 우리 시문학은 20세기적 근대성 확립에 있어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서양에서는 “19세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근대문학이 만들어졌으나, 우리 현대시는 일제강점기 때 외국 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해외의 시학을 수입해오며 출발했다는 것. 

양 교수는 19세기 당시 낭만주의 시론에서 시인은 예언자, 이름을 부여하는 자, 비공인 입법자였다고 말했다. 시인의 지위가 창조주의 위치까지 높아져 있었다는 것. 하지만 20세기 영미 예술가들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신으로 대변되던 인간의 가치문화유산이 전부 사라져버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는 이때 시인들의 마음속에 “과연 시인에게 그런 정신 능력이 있는 것이냐?”라는 의문이 생겼고 세상과 거리를 두게 됐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엘리엇과 스티븐스, 윌리엄스의 시에서는 “현실에 대한 태도”가 도드라진다고 양균원 교수는 이야기했다. 신학을 비롯해 “전통이 살아있어야 모든 것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 엘리엇은 큰 박탈감을 느껴 현실을 황무지로 표현했으며, 다른 두 시인은 그에 반해 ‘신의 그늘’을 철저하게 떨쳐버린 채 시를 썼다. 

<포지션 콜로키움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양균원 교수는 우리가 이해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세상은 개인의 생각이나 감각 등, 인간의 의식이 덧씌워진 세상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언어를 입힌 것이 시가 된다고 말했다. 시의 정신을 많이 반영하면 주관적인 시가, 반대로 세상을 많이 반영하면 객관적인 시가 된다는 뜻이다. 양 교수는 이렇듯 시는 일방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 상상력과 현실이 조응한 결과라며, 엘리엇과 스티븐스, 윌리엄스는 “인간이 어떻게 세상에 관여하는 것이 최상의 현실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평생 시의 주제로 삼아 고민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엘리엇은 “역사의식은 시간적인 것에 대한 의식일 뿐 아니라, 무시간적인 것에 대한 의식이기도 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시간적 인식을 기저에 둔 발언이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며 미래의 과거라는 총체성을 가지고 있듯, 우리에게 주어진 매 순간이 오롯한 현재가 아닌 과거로부터 도출된 현재임을 인식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여겼다는 것. 

또한 엘리엇은 인간은 누구나 편견과 허영심을 가진 불순한 존재이기 때문에, 개성 배제를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의 개성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이해하여 주관적 감정에 몰입하는 것을 뜻한다. 양 교수는 엘리엇은 낭만주의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개성이나 자기주장이 자기 편견에 빠질 수 있는 불순한 가치로 여겼다고 말했다. 

<양균원 교수가 엘리엇 시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양균원 교수는 스티븐스와 윌리엄스는 미국의 문인이기 때문에, 영국의 문인인 엘리엇과 달리 기존에 형성된 고급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공통된 심미적 체계 같은 문화의 허울을 없애버리고, 온전한 자신의 정신만을 남겨둔 채 사물과 만났다는 것. 양 교수는 이를 통해 미국문학의 역사는 “미국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역사”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미국은 영국적인 것을 흉내 내고 미국적인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나, 이후 미국의 가치를 찾아 자신들의 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의미 있게 만들고 문학으로서 조명하였기에 지금에는 그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러며 양 교수는 윌리엄스가 “어떤 상징주의도 용납될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을 언급했다. 이는 시에서 상징을 쓰지 말라는 뜻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관용화 된 세계’임을 꼬집은 것이다. 예컨대 과거 우리 사회에서 아들은 부엌에 가거나 걸레도 잡지 말라는 식의 교육을 받으며 인식이 고착화되었다. 하지만 양 교수는 “윌리엄스는 이런 세상을 한 번 뒤집어보며, 관념(문화적 허울)이 배제된 세상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고 한 것.”이라 해석했다. 

발제를 마치며 양균원 교수는 이 세 명의 모더니즘 시인들은 낭만주의가 쇠퇴한 이후 유일하게 남은 현실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황무지가 된 현실을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에 대해, 스티븐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인간 정신의 관계의 중요성을, 카를로스는 다른 요소들이 배제된 부분적 현실을 말했다는 것. 그러며 양 교수는 “이런 근대성을 파악해 볼 때 영미권에서 자신들 문학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며, 이런 고민들이 우리 문학에 깊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지션 콜로키움은 많은 시인들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차주일 주간.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이날 행사에 참여한 포지션의 차주일 주간은 “우리 한국의 시문학이 상당한 갈래가 있고, 표현양태와 문예사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단순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는 특정 매체와 개인의 강한 헤게모니, 권력에 기대지 않으면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차 주간은 “특정한 단체의 정체성에 기대어, 힘 있는 한 사람에 의해 한국 시문학의 미래가 결정되고 대안인 양 인식되는 우리에게 새로운 문학전공의 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포지션 문학회가 열어나갈 콜로키움의 내용들을 포지션에 게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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