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 변화는 현재 진행형! 패션화보와 문학 접목한 비주얼문예지 “Motif(모티프)”
문예지 변화는 현재 진행형! 패션화보와 문학 접목한 비주얼문예지 “Motif(모티프)”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5.21 21:42
  • 댓글 0
  • 조회수 316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인 이미지 <사진 = 문학레이블 공전 제공>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문예지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15년도부터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축소되며 생긴 경제난과 신경숙 표절 사태로 말미암은 자성의 목소리가 문예지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악스트”, “릿터”, “문학3” 등 대형 출판사의 문예지부터 “쓺”, “젤리와 만년필”, “배게” 등 일종의 독립문예지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자기들만의 독특한 주관과 콘텐츠를 가지고 독자들에게 접촉하려 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비주얼문예지 “Motif”는 독자들에게, 나아가 비독자들에게까지도 연결되는 것을 목적으로 패션화보와 문학의 접목을 보여준다. 

비주얼문예지 “Motif”는 “세상과 가까운 문학을 꿈꿉니다.”라는 ‘문학레이블 공전’의 슬로건에서 시작됐다. 일종의 문학 동인이라 할 수 있는 ‘문학레이블 공전’은 문학 시장의 침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학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확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문예지가 될 수 있을까.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한 ‘문학레이블 공전’은 패션화보 형식의 삽화를 문학과 접합시킨 “Motif”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Motif”는 패션화보와 문학작품을 동시에 수록하고 있다. 처음 문예지를 집고 패션잡지를 읽듯 가볍게 휙휙 페이지를 넘겨도 좋지만, 작품과 화보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Motif”를 읽어나갈 수 있게 된다. 

“Storytelling Artwork” <사진 = 문학레이블 공전 제공>

“Storytelling Artwork”는 작가의 작품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해 촬영한 패션화보를 작품 사이사이에 삽화처럼 배열했다. 1호에는 ‘포크는 방울토마토를 찍기에 알맞은 도구인가?’, ‘그림책의 두가지 색’, ‘빵’, ‘입장모독’, ‘호신’ 등 문보영 시인의 다섯 편의 시가 실렸으며, 배열된 삽화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Storytelling Artwork” 직후에는 문보영 시인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모티프 편집위원들은 “Storytelling Artwork” 작업 중 “작품을 시각적인 화보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책임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고백한다. 너무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버리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상상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위원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 거기다 5편의 작품이 더티 캐시라는 모티프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시가 실리는 순서까지 염두에 두고 콘티 구상을 했습니다.”고 밝혔다. 

“‘빵’이라는 작품의 화보에서는 진짜 빵과 함께 빵을 뜻하는 수어를 마네킹 손으로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서로 마주 앉아 있지만 시선을 마주치지는 않는 두 인물이 등장하는데, 입 밖으로 더 이상 마음을 꺼낼 수 없는 관계의 단절을 상징하기 위해서였죠. 잡지 표지의 모델이 취하고 있는 액션이 바로 빵이라는 의미의 수어입니다. 손바닥 위에서 무언가를 움켜쥐었다가 들어 올리며 서서히 텅 빈 주먹을 펴는 동작이 저희가 1호의 모티프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독자가 문학 작품을 조금 더 잘 읽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치로 화보를 택했던 것이기 때문에 그 둘이 전복되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저희가 구상한 화보가 사유할 수 있는 힘을 주길 바랐습니다. 그게 성공적이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Writer Modeling” <사진 = 문학레이블 공전 제공>

“Storytelling Artwork”에서 작가의 작품을 전문 모델이 맡았다면 “Writer Modeling”은 작가들의 신작과 함께 작가 본인들을 모델로 내놓는다. 육호수, 류진, 김남숙, 임국영 등 네 명의 작가들이 패션모델이 되어 작품과 함께 나란히 배치됐다. “Writer Modeling”은 “작가도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대중들이 작가와 친숙하게 접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패션지에서도 종종 작가들의 화보와 인터뷰를 찾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대중들은 작가라는 직업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있지요. 바깥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는다는 것에는 분명 장점도 있지만, 저희는 장점보다 단점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학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편견을 타파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문학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작가를 ‘셀러브리티’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글도, 글을 쓰는 사람도 이렇게 세련될 수 있다. 작가라고 다들 골방에 틀어박혀 원고지에 글을 쓰지는 않는다.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모티프” 1호의 ‘모티프’는 ‘더티 캐시’다. 비트코인 사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비트코인으로 인간의 욕망 그 자체에 주목했다. 모티프 편집위원들은 “실물도 없는 무언가에 울고 웃는 사람들, 욕망이 좌절된 후에 얻는 허무함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고 밝힌다. 잡지 내에는 ‘모티프’에 걸맞은 에세이와 오피니언이 수록됐으며, ‘Gongjeon Randezvous’ 코너에는 경마장을 찾은 편집위원들의 후기가 실렸다. 

“Storytelling Artwork”와 “Writer Modeling”이 비주얼문예지 “모티프”의 정체성을 말해준다면 “Book Advising”은 ‘문학레이블 공전’의 구심점이자 기반이다. “Book Advising”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책 광고다. 그러나 일반적인 책 광고가 책 표지와 저자사진을 띄워놓고 평론가의 작품 해설, 시인 소설가의 추천사를 올려놓았다면, 또는 책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하는 리뷰를 수록했다면, “모티프”의 “Book Advising”은 인스타그램을 보는 것처럼 이미지적이고 감각적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한다.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추어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도록 지면을 구성했다.”는 것이 편집위원들의 설명이다. 

“Book Advising”에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으며,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들, 어울리는 분위기, 노래나 영화 같은 것들을 제시해준다. 편집위원들은 “독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문학을 하라’고 말해줄 수 있는 페이지라고 생각한다. 호를 거듭할수록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전 구성원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수연, 이유수, 이리, 김의석 <사진 = 문학레이블 공전 제공>

“패션화보와 문학을 접목시키기로 한 것은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기 위해서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는 것이 편집위원들의 생각이다. ‘문학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패션’은 사전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복식 등의 일정한 형식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양식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편집위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유행은 변화합니다. 그러나 그 유행이 언제나 절대적으로 옳은 길이 되어주지는 않죠. 한때는 건강에 지장이 갈 정도로 마른 체형과 그에 맞는 옷이 유행했던 것처럼. 하지만 어떤 새로운 패션을 마주쳤을 때, 그것의 옳고 그름을 스스로의 기준에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 문화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겠죠. 문학의 패션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고 전했다. 

“모티프” 2호는 10월 초에 발간 예정이다. 2호의 ‘모티프’는 연결되지 않은 전화를 뜻하는 ‘Miss Call’로, 현대인들의 주체적 단절에 대하여 컨텐츠를 구성한다. 21세기에서 파편화된 대중들과, 그들이 원하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소통을 거절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모티프”의 발행처인 ‘문학레이블 공전’은 “레이블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다양한 방면에서 문학 사업을 진행할 것”이며 “형식과 장르 구분 없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 뜻을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