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낭독공감 이사라,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통해 유의미한 인연에 대해 논하다
수요낭독공감 이사라,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통해 유의미한 인연에 대해 논하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6.0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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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교수직을 맡으며 제자 육성에 힘쓴 이사라 시인은 올해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를 기념해 지난 30일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에서는 교보문고와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한국문예창작학회가 주관하는 수요낭독공감이 개최됐다. 행사의 제목은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로, 이사라 시인이 5월 8일에 출간한 동명의 시집에서 인용했다. 

이날 이사라 시인은 자신의 시집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에 수록된 ‘뭉클’과 ‘사람 하나’, ‘나무들’, ‘가족 여행’을 낭독하고 시에 얽힌 사연과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또한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아 시인으로 성장한 최치언, 신혜정, 원보람, 이성진, 이승희 시인은 스승의 시를 각 한 편씩 낭독하고, 스승과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것이 주는 의미 

<이사라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행사를 시작하며 이사라 시인은 “젊은 시절엔 날카로운 바늘처럼 이곳저곳을 찌르고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재의 나이가 되니 “이런저런 경험 속에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더 중요하게 떠올랐다며, “사람, 그리고 관계 속에서 뭉클하게 남는 여운과 울림”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됐다고 전했다. 관계성이 아니라면 우리는 삶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시인의 생각은 시 ‘사람 하나’의 “사실 단 한 사람이면 되는 일이었지요”라는 문장을 통해 더욱 깊어진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파악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삶 자체가 군중 속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나 그렇다 해도 이해받지 못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이사라 시인은 이는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는 단 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며,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살만하게 느껴진다.”고 유의미한 관계성과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 사람과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많은 사람을 부르게 된다. 예컨대 서로의 가족이나 겹치는 생활 권역에서 자주 보게 되는 단골 음식점 사장, 서점주인 등이 그렇다. 이사라 시인은 이 많은 사람들은 “최초의 한 사람 때문에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요낭독공감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또한 이사라 시인은 ‘가족여행’ 역시 관계에 대해 쓴 시라 밝혔다. 이 시인은 “살면서 우리는 한 번쯤 같이 지내던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남는 사람이 된다.”며 “이 시는 6년 전 어머니를 잃었을 때, 혼자 남은 아버지를 보며 쓴 시”라고 밝혔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이는 어떻게 삶을 견디며 살아갈까? 이사라 시인은 “이미 저세상으로 떠난 이는 남은 이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것”이라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고 전했다. 그러며 이 시인은 “우리는 존재하던 이가 부재하는 그 순간에 당황하게 되지만, 당황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라 시인과 인연을 맺은 소중한 ‘한 사람’들 
따뜻한 균형, 그 쓸쓸한 아름다움의 세계 

이어진 순서에서 이사라 시인의 제자들은 스승의 시 한 편씩을 낭독했다. 

<왼쪽부터 신혜정, 원보람, 최치언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황무지’를 낭독한 신혜정 시인은 “선생님과 처음 만난 지도 거의 이십년이 되어 이제는 제가 불혹이 됐다.”며 “말도 안 듣고 수업도 안 듣는 뾰족뾰족한 학생을 여태껏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살짝 건널 수만 있다면’을 낭독한 이성진 시인은 “저는 이사라 교수님 때문에 학교에 왔다고 이야기했다가 그 자리에서 지도 제자가 된 케이스”라며 이사라 시인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시간의 고고학’을 낭독한 원보람 시인은 “아마 제가 제일 따끈따끈한 제자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데뷔한 해에 “지도교수님의 시를 낭독하는 자리에 초대 받아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낭독회를 기획한 최치언 시인은 ‘저기’를 낭독하고는 “저는 공연을 한 이십년 했는데, 그러는 동안 어디 가서 시 쓴다는 소개를 잘 하지 못했다. 교수님의 시심이 어디서 계속 나오는지 부럽다.”고 감탄했다. 

<이승희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승희 시인은 짤막한 평론을 통해 시집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는 이사라 시인이 그간 펴낸 시집과는 다른 질감, 다른 균형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속에서 시인이 취하고 있는 자세에 대한 설명이다. 이승희 시인은 “살면서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세상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며 “그 속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결국, 세상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며 어떻게 독립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교수님은 세상과 여전히 부딪히고 싸우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승희 시인은 “얼마 전 이사라 선생님을 만났는데 시집을 그만 내고 싶다는 말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사라 시인의 발언은 젊은 시인조차 시집을 내기 힘든 현실을 비유적으로 꼬집은 것으로, 시집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했을 뿐 확정적 발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제자인 이승희 시인으로서는 마음이 덜컥 주저앉았던 것. 이 시인은 “저는 선생님이 시를 쓰는 과정이 나아간다면 닿는 곳이 어디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며 “이번 시집이 마무리가 아니라, 지금까지는 없었던 정직하고 묵묵한 걸음의 또 다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날 낭독회는 이사라 시인의 제자들과 동료 또는 후배 문학인들, 남편과 아버지, 문학독자들의 박수갈채 속에서 마무리 됐다. 끝으로 이사라 시인은 “정답이 없는 것이 문학이고 인생”이라며 자신의 시집을 읽은 독자들이 각자 마음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품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사라 시인이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시집의 제목인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는 독립된 한 편의 시가 아닌 ‘뭉클’의 첫 문장을 따온 것이다. 이사라 시인은 “이 제목은 편집 담당인 김민정 시인의 추천을 받아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제목을 정하고 나니 해당 문장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본 기사는 이승희 시인의 요청에 의해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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