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보상 지급해야 vs 여건 안 된다’, 과학소설작가들과 출판사 대립한 까닭은?
‘정당한 보상 지급해야 vs 여건 안 된다’, 과학소설작가들과 출판사 대립한 까닭은?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6.02 2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5월 말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온우주 출판사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과학소설 작가들의 모임이며, 온우주 출판사는 SF와 판타지 장르의 책을 출간해온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다. 작가들과 출판사는 파트너이자 동반자로, 성장에 있어 서로를 빼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하물며 시장이 좁은 한국 장르문학에서 작가와 출판사는 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작가들과 출판사가 대립하는 형태에 이른 것일까?

- 미지급 고료 지급, 출판지연 및 지연지급 사과하고 정당한 보상 지급해야

앞서 지난 5월 28일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온우주 출판사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의 주된 내용은 미지급 고료 지급, 출판지연과 고료지연지급에 대한 사과, 정당한 고료 지급할 것, 불공정 비표준계약서 사용을 중단할 것 등이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피해 작가들이 수개월을 독촉하거나 부탁하고서야 고료를 받을 수 있었고, 심지어 원고를 인도한 후 1년 이상 고료를 지급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으며, 이어 “전체 원고를 보낸 후 출간일정의 확정을 요구하는 작가에게 '완전원고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료를 지급하지도 않고, 출판사로서 적절한 수정이나 편집 업무를 수행하지도 아니한 채 원고를 방치하며 다만 출판 및 고료지급만을 지연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약 1,500만 원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모금한 “여성 작가 SF 단편 모음집”의 경우 작가 고료가 30만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후원금과 작가 고료를 연동하여 정당한 고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후원 플랫폼은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이며 “후원목표 초과달성에 따른 출판사의 수익과 작가가 받는 고료를 연동하여 수익의 일부를 작가에게도 분배, 공정한 고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으며, 고료의 액수가 알려지자 작가를 응원하고자 펀딩에 참여했던 독자들은 당혹감을 표하기도 했다.

작가에게 불리한 비표준계약서를 사용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온우주 출판사는 선인세를 지급하지 않으며, 책 출간 이후 고료를 지급하는 형태로 계약하고 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출간 이후 고료를 지급하는 계약 방식은 작가에게 매우 불리하며, 계약서에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을 무조건 거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분쟁기간을 장기화하는 비표준 계약서라고 비판했다.

입장문 말미에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4월 중순부터 시작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의 문제제기에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온우주출판사는 후원 플랫폼을 이용할 계획으로 새로운 단행본을 기획하고 원고를 모집하고 있다.”며 피해의 확대를 막기 위해 입장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으며, 1. 고료의 미지급 및 지연지급을 사과하고 시정할 것, 2. 후원플랫폼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작가에게 공정한 고료를 지급할 것, 3. 출판표준계약서를 사용하고 계약 내용을 이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 ‘부조리한 출판사 낙인 유감... 초창기 제외하고 미지급 지연지급 없었다’

입장문 발표 이후 뉴스페이퍼에서는 온우주 출판사에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입장문에 관한 질의를 요청했다. 온우주 출판사에서는 “부조리한 출판사라는 낙인이 찍혀가는 상황에 대해 유감”이라며 인세 지연지급, 미지급, 계약서 등에 대해 해명했다.

먼저 작가들에 대한 미지급과 지연지급 문제는 창립 초기에만 발생했을 뿐 15년 이후부터는 없었다는 것이다. 온우주 출판사는 “13년 창업한 이후 14년도까지 일부 지연 지급한 사실이 있으나, 이후 출간한 책의 인세를 온전히 지급하지 않은 건은 단 한 건이며, 해당 작가 분은 온우주의 사정을 인정하고 지연지급을 허락한 상태”이며,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는 텀블벅으로부터 돈이 입금된 직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표지 일러스트 대금 지연 지급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불공정 비표준 계약서라고 문제 삼은 ‘선인세 미지급’과 ‘저작권위원회 조정’에 대해서는 전자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며, 후자는 작가들의 요구에 의해 넣은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 온우주 출판사 측에서 제공한 계약서 일부
제12조 저작권 사용료 및 지불 방법, 시기
① 인세 : 판매부수당 정가의 10%
② 저자는 납본, 기증, 홍보 등에 사용되는 부수와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손품에 대해서는 저작권 사용료를 면제한다.
  
제17조 소송의 관할
① 본 계약과 관련하여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을 시 먼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을 받는다. 
② 본 계약과 관련하여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 제기되는 소송은 출판사의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을 제1심 법원으로 한다.]

선인세는 인세를 미리 지급하는 일종의 계약금으로, 선급금으로 표현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공하는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에는 선급금을 지급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분쟁 항목에 대해서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로, 조정을 받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지는 않다.

[-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중 일부

제13조 (선급금) 
① 을은 이 계약과 동시에 선급금으로 원을 갑에게 지급한다.
② 초판 제1쇄의 발행부수는 부로 한다.
③ 을은 초판 제1쇄 발행 시 지급할 저작권사용료에서 제1항의 선급금을 공제한다.
  
제28조 (분쟁의 해결) 
① 이 계약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갑과 을은 제소에 앞서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
② 갑과 을 사이에 제기되는 소송은 법원을 제1심 법원으로 한다.]

이에 대해 온우주 출판사는 “선인세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책이 팔리지 않아 선인세를 지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며 최소한 출간 직후에라도 인세를 지급할 여력이 되었을 때 다음 출간을 한다는 방침을 정한 뒤에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소송의 관할’ 조항에 대해서는 “과거에 다른 작가와 계약서를 쓸 때 그 작가 측에서 요청한 사항이라 수정하지 않고 현재까지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계약서에서 사용치 않는 부분을 삭제하고 표준계약서를 참조하여 최대한 간결하게 작성하고 있다.”며 비표준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온우주 출판사에서 진행했던 "여성작가 SF단편모음집"

크라우드 펀딩 성공 이후 정당한 분배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료를 지급했다는 것이 온우주 측의 입장이다.

입장문에서 예시로 든 “여성 작가 SF 단편 모음집”에는 총 10명의 작가로부터 각각 받은 10개의 단편이 수록됐으며, 791명이 참여하여 15,244,277원이 모금됐다. 작가 고료로 30만 원이 지급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책 한 권의 정가를 15,000원으로 계산 후 2,000부가 판매됐다고 보면 인세 10%는 300만 원이 된다. 이 300만 원을 10명의 작가에게 나눈 금액이 바로 30만 원이라는 것이다. 실제 판매된 도서보다 많은 고료를 지급했다는 것이 온우주 출판사 측의 설명으로, 온우주 출판사는 텀블벅으로부터 수수료를 제외하고 14,905,277원을 받았으며, 인세 300만 원, 인쇄비 350만 원, 표지 외주 디자인비 30만 원, 발송비 240만 원, 안전가옥 이용권과 SF도서관 발행서적, 북커버 등 리워드 비용 442만 원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온우주 출판사의 설명이 맞다면 남은 금액은 128만원인 것이다.

온우주 출판사는 “총 3번의 프로젝트에서 340여명, 1140여명 그리고 790여명의 후원자가 있었고 (2종 진행)500권씩 1000권, (2종 진행)1500권씩 3000권, (1종 진행) 2000권에 해당하는 인세를 지급했다.”며 인쇄된 부수보다 많은 인세를 지급했다고 해명하고 “증쇄할 경우 이에 대해 작가에게 판매현황과 재고를 알려주고 인쇄 후 추가 인세도 지급했다.”고 밝혔다.

- 선인세 지급하지 않는 것이 방침 vs 저자 출판사 간 적절한 파트너십 고민해 달라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미지급금이 있다”고 말하고 온우주 출판사는 “미지급금은 없다”고 말한다. 둘의 입장이 갈리는 것은 계약서와 선인세 때문이다.

온우주 출판사는 지난 1월 “시나리오 견적서 – 히어로 편”과 “시나리오 견적서 – 로맨스 편”이라는 책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출간한다. “시나리오 견적서”는 쉽고 간편하게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아 목표 금액인 5백만 원을 크게 웃도는 2천7백만 원을 모금하며 성공적으로 펀딩을 완료했다.

4월 초 “시나리오 견적서”의 저자가 시리즈 2편에 대한 선인세를 요청하며 갈등이 시작되게 된다. “시나리오 견적서”의 저자는 원고를 건넨 후 2년 째 출간되지 않아 기다리고 있으며, 2편에 대한 선인세와 출간 일정 확정을 요청한다.

작가 입장에서 선인세가 지급되지 않으면 책이 출간될 때까지 어떠한 수익도 얻을 수가 없다. 때문에 선인세 조항이 없는 계약서는 작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반면 1인 출판사를 포함한 소형 출판사 입장에서는 현금 자본이 없기 때문에 선인세를 지불하기 어렵다. 발매 종수가 적은 소형 출판사에게는 한 권의 실패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에 상업 출판사들이 몰리는 것도 출간 전 구매자를 미리 확보해 위험을 줄이는 전략인 셈이다.

작가의 요청에 온우주 출판사에서는 선인세 지급은 출판사의 방침이 아니며, “1권과 2권의 인세는 지급했고 3권과 4권의 인세는 작가와의 합의 - 나눠서 펀딩을 진행하자는 - 의 사유로 지급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선인세 지급을 거절당하자 “시나리오 견적서” 저자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온우주 출판사에 고료 지급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한다.

온우주 출판사는 “내용증명 수령 후 저희 측 입장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연대 측에 메일로 요청하였으나 이후 지금까지도 일체의 추가 연락은 없었다. 때문에 거절의사를 내용으로 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설명했으며, “연대소속 작가분들의 지연지급에 대한 거부감은 인정한다. 다만, 17년 11월에 시작된 ‘텀블벅 시나리오 견적서 프로젝트’는 1권과 2권에 해당하는 출간 프로젝트였다는 사실과 3권과 4권의 출간의 지연을 제안하고 합의한 작가가 스스로의 약속을 깨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인세 요구에 동조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뉴스페이퍼에서는 선인세는 지급할 수 없으며, 계약서에도 해당 조항을 추가하지 않겠다는 온우주 출판사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인세를 줄 여력이 없기에 줄 수 없다는 온우주 출판사 측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측에 문의하자 연대 측은 “우리 연대는 온우주출판사가 불공정, 비표준 계약서 사용을 포함, 지연지급과 미지급 관행을 점진적으로라도 시정하고, 후원플랫폼 사용 시 출판사와 작가 간 적절한 파트너십에 대해 고민하여 주기를 바랐다.”며 “온우주출판사의 대표가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입장문의 요구사항에는 전혀 답하지 않는 현실이 대단히 유감스러울 뿐 아니라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 법적 대응 기다리겠다 vs 대화 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향후 대응에 대해 묻자 온우주 출판사는 “작가가 요구하고 연대가 압박하고 있는 3권과 4권의 인세에 대해 지급의사가 없으며 연대 측에서는 공언한 민사소송을 빨리 진행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내용 증명을 통해 “민사소송과 공론화를 포함한 법적 사회적 대응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에 법적 대응 건을 묻자 “우리 연대는 온우주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고, 이것은 불공정계약서 문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온우주 출판사는 작가들과 비표준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그중 하나로 일부 계약서(각 작가들의 계약서가 조금씩 다르다. 표준출판계약서가 아니라는 점만 공통적)에는 저작권위원회에 대한 의무적 조정전치 조항이 있고, 현재 고료를 지급받지 못한 피해 작가님도 이 조항으로 인해 온우주 출판사에 소를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어 “이후 계약서를 세밀히 검토해 본 결과 계약서 자체의 불공정성으로 인하여 민사소송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따라 사회적 대응으로서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온우주출판사 대표가 계약서를 작성하였을 뿐 아니라, 입장문에 바로 이 문제가 별도 항목으로 명확히 적시되어 있는데, ‘연대의 법적 대응을 기다린다’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연대의 회원들이 함께 입장을 표명하면 최소한 대화라도 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하였고, 지금도 이를 바라고 있다.”며 “작가와 출판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고, 특히 우리 연대 회원 상당수는 온우주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했다. 그런 작가들에게 이번 입장문 발표는 굉장히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렇기에 우리 연대는 온우주 출판사가 일단 저희 입장문을 숙독하고, 내용을 이해하고 입장을 밝혀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온우주 출판사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사이에는 계약서상의 법적인 문제와 작가와의 정당한 분배라는 도의적 문제,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을 바라보는 ‘후원’과 ‘투자’의 입장, ‘소명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온우주 출판사의 입장과 ‘대화가 게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의 입장 등이 대립하고 있다. 크지 않은 한국 장르문학 출판 시장인 만큼 제대로 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Tag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