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시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출간, 민족의 아픔 씻어 통일로 향하는 씻김굿 문학
김준태 시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출간, 민족의 아픔 씻어 통일로 향하는 씻김굿 문학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6.08 0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진도와 해남 등 전라도 일부 지역에는 ‘씻김굿’이라는 이름의 진혼의식이 있다. ‘씻김굿’은 죽은 이의 부정을 깨끗이 씻어 극락으로 보내주는 행위로, 죽음을 생자와 망자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승화시킨 사례이다. 의식이 열리는 동안 마을 주민들은 춤과 노래를 통해 죽은 이를 위로한다. 우리 조상들이 죽음에 어떤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죽음을 마냥 슬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넋을 기리는 의식을 치름으로써, 도리어 산 자의 마음까지 위로해준 것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한 맺힌 죽음과 고통을 씻어주는 ‘씻김굿’으로서 시를 쓰는 이가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최초의 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의 저자이며, 이것이 문제가 되어 광주 화정동 소재 보안대에서 고문을 당하고 교사직에서 해임되는 등 고초를 겪었던 김준태 시인이다. 김 시인은 광주민주화운동 38주기가 된 지난 5월 18일 도서출판 b를 통해 시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를 출간했다. 

<김준태 시인. 사진 제공 = 김준태 시인>

김준태 시인은 오월민주화항쟁과 제주4.3, 6.25전쟁 등, “이 땅의 모든 비극은 분단으로부터 왔다.”고 진단했다. 남과 북의 대립구도가 수많은 전쟁의 화마를 불렀으며, 이로 인해 국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 그러며 김준태 시인은 이를 위로하고 달래주어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야말로 ‘씻김굿’으로서의 문학이다. 

씻김굿의 성향은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의 4장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장시 ‘requiem, 세월호’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김준태 시인은 “우리 새끼들 일으켜 세우세/이승에서 죽으면 저승에서 살리고/저승에서 죽으면 이승에서 살리고/보내세/젊은 청춘들 좋은 세상으로!”라며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르게 세상을 떠난 304명 청춘들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304명 모두 다 장군이 되어 돌아오네”라고 산 자의 비통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달래고 있다. 또한 이런 시구는 “누가 이제/누가 우흐흐-/칼을 들어/불을 들어/온다! 온다! 온다!”라는 흥겨운 후렴구와 함께 진혼곡의 모양새를 갖춘다. 

김준태 시인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일으켜 세워 주어야 죽은 사람도 산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일으켜 세워준다.”고 말했다. 죽은 이들의 고통을 바로잡고 그 의미를 제대로 새겨야, 죽은 이들이 산 자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반석이 되어준다는 의미이다. 통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고통스러운 역사와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위로해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통일은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은 허울뿐인 행사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이다. 

<김준태 시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사진 = 이민우 기자>

“지금은 평화통일의 찬스에요. 이른바 줄탁동시의 시대인 거죠.” 

4.27 판문점 선언과 네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마쳤으며 6.12 북미회담을 앞둔 현재를, 김준태 시인은 “평화통일의 찬스이며 줄탁동시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올 때, 힘이 부족한 것을 눈치 챈 어미가 밖에서 같이 알을 쪼아주는 모습을 표현한 사자성어이다. 이런 남과 북의 상황은 시에 녹아들어있다. 

밖에서 남녘땅 닭이 쪼고 
안에서 북녘땅 닭이 쪼니 
노오란 봄병아리가 나온다 

어, 둥근 달걀 하나에서 
7,500만 마리 병아리가 
오종종 오종종 걸어나온다! 

-「좋다, 줄탁동시라!」 부분

두 마리 닭으로 대변되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이라는 하나의 알을 사이에 두고 쪼아대자, 안에서는 노란 봄병아리 7500만 마리가 걸어 나온다. 7500만은 통일을 이룩한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인구로, 김 시인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희망적 전망을 엿볼 수 있다. 

<김준태 시인의 쌍둥이 손자. 사진 제공 = 김준태 시인>

또한, 실제 슬하에 쌍둥이 손자를 두고 있는 김준태 시인은 “나는 남과 북이 꼭 쌍둥이 같다.”고 이야기한다. 때문에 통일을 염원하는 방향 역시, 자신의 손자들을 달래주는 모습과 흡사하다. 표제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에서 김 시인은 쌍둥이가 서로 샘을 내어 “한 놈을 업어주니 또 한 놈이/자기도 업어주라고 운다”는 상황에, 에라 모르겠다 싶어 “두 놈을 같이 업어주니/두 놈이 같이 기분 좋아라 웃는다”고 말한다. ‘남과 북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통일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시집의 해설을 쓴 맹문재 시인은 “남북한이 분단 상태로 놓여 있는 한 상호 간의 발전을 이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통일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국가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할 토대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며 직접 역사를 경험했다는 구체성을 품은 채, 분단 상황에 익숙해진 관습에서 깨어나자고 주장하는 김준태 시인의 ‘통일시’는 큰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준태 시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명과 평화, 통일에 대해 노래할 것”이라 밝히며, 이는 “남과 북이 통일을 이룬다고 해도 영원하게 다뤄나갈 주제”라고 이야기했다. 진정한 통일, 하나 됨은 남북의 분단 상황을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어우러져 함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준태 시집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 사진 = 육준수 기자>

오월항쟁을 조명한 최초의 오월시로 우리의 마음에 큰 파문을 만들어냈던 김준태 시인. 그가 시로서, 노래로서 써내려간 ‘통일시’의 정신이 우리의 마음에 다시 한 번 파문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Tag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