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규 시인, 광주대 강연에서 시 세계 말해. “문학은 불가능과 마주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
신철규 시인, 광주대 강연에서 시 세계 말해. “문학은 불가능과 마주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6.10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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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5월 17일 광주대학교 백인관 컨퍼런스 룸에서는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가 주관한 신철규 시인 작가초청강연회 “시, 불가능을 마주하는 것”이 진행됐다. 이날 신철규 시인은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를 쓰고 있는지 시 세계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습작생들에게 조언의 말을 건넸다.

문학은 불가능과 진실을 마주하고, 그 상처를 추적하는 것 
내가 쓰고자 하는 것과 실제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신철규 시인. 사진 촬영 = 박수아>

신철규 시인은 진실은 때때로 우리에게 끔찍하고도 잔인한 비극으로 다가오며, 비극을 마주한 인간의 마음속에는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과연 인간인가, 나는 어떠한 존재인가? 이런 질문 앞에 대개의 사람들은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려버린다. 진실이 주는 고통을 외면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신철규 시인은 이런 진실(불가능)을 마주하고 그 상처를 추적하여 글로 쓰는 것이야말로 ‘문학’이라고 이야기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고통이 어떤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그것이 어디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하고 그것을 말하는 행위”라는 것. 신 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글로 쓰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비유적으로 시를 쓰는 것은 벗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타인의 고통이나 가상으로 만들어낸 상처로 쓴 글은, 읽는 이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다. 신철규 시인은 “제 시를 보면 죄송스럽고 외람되지만 알코올 중독자이신 아버지랑 싸운 이야기도 나온다.”며 “이런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은 그때의 마음을 안다. 당신이 얼마나 아팠는지를 진실하게 말해줘야 독자도 겨우 아파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얼마만큼 진실에 도달할 수 있는지, 이런 아픔들을 어떻게 하면 정확한 언어로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라는 뜻이다. 

<신철규 시인. 사진 촬영 = 박수아>

신철규 시인은 2012년 이명박 정권 말기, 평택 어느 국도변의 송전탑에서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살을 에는 날카로운 바람이 부는 송전탑 위에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빳빳한 생쌀을 씹으며 견디고 있었다. 이에 서울에서는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북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노동환경의 구조 문제를 다룬 자리였다. 토크의 말미에는 해고노동자 부인과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부인은 짤막하게 답했고, 현장에 있던 작가와 시민들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 부인의 대답은 “사람들이 ‘힘내요’라고 말할 때가 가장 힘들다.”였다.

일반적으로 당연하고 좋은 위로라 생각하는 “힘내”라는 말은, 이미 최대한 힘을 내고 있는 이들에겐 위로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피로감만 가중시키고 상처를 덧나게 만든다. 내가 타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타인이 스스로 느끼는 감정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신철규 시인은 “우리는 우리의 언어가 어떠한 상황에 맞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어긋날 수 있다.”며, 글을 쓸 때 “내가 쓰고자 하는 것과 실제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대상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결국 “내가 그 대상들을 폭력적으로 가져오는 행위”이며, 그렇기에 “언어 자체가 대상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의견이다.

글을 쓰고 있는 습작생들에게, 신철규 시인은... 

신철규 시인은 이런 간극을 느끼게 되면 어떤 언어를, 어떤 감각으로 써야 할지에 대해 막막함이 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쓰고 있는 언어가 정말 자신의 언어인지,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정말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인지에 대한 혼란이다. 신철규 시인은 이런 감정의 부딪힘을 외면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이런 감정의 부딪힘은 시가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신철규 시인. 사진 촬영 = 박수아>

물론 이런 불안감은 작가가 돼도 사라지지 않는다. 신철규 시인은 오히려 작가가 되면 항상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압박감과, 남들은 계속해서 글을 쓰는데 왜 나는 그러지 못할까에 대한 열등의식마저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신 시인은 “안타깝지만 예술은 경쟁”이라며, 작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잘 쓰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쓰고, 더 열심히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넘어설 수 없다고 느껴지는 벽을 넘어서고,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해내는 사투의 과정이 있어야 시인으로서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철규 시인은 강의를 하다 보면 “선생님, 저한테 재능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신 시인은 글쓰기의 재능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자 하는 대상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리는 끈질김이라고 말한다. 시를 쓰다 보면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찾아오고, “이 정도면 잘 쓰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신철규 시인은 이때 타협해서는 안 되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보다 더 정확한 단어, 정확한 문장이 있지 않을까에 대해 추적해야 한다는 것.

끝으로 신철규 시인은 “시인의 정신은 미지의,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김수영 시인의 말을 인용했다. 글을 쓰는 한 불가능하다고 느껴지는 앞길에 대해 추적하는 자세를 거두지 않고, “아직 모르는 상태”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신철규 시인. 사진 촬영 = 박수아>

한편, 신철규 시인은 “인간은 결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인간에겐 육체가 있으며 인식과 감각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라면 이런 한계를 마주하고, 불가능을 넘어서는 담대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신철규 시인의 입장이다.

이날 강연은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학생들과의 열띤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문학을 공부하며 작가로의 도약을 꿈꾸는 광주대학교 학생들이, 신철규 시인의 강연을 자기 문학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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