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 시인, 이주 한인 설움 담은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 출간... 낭독 공감 성료
김오 시인, 이주 한인 설움 담은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 출간... 낭독 공감 성료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6.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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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외교부 "외교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재외동포는 약 718만 명에 달한다. 이들 모두가 이주한 지역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당 수의 재외동포들이 아직도 한국어와 한국말을 모국어로 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자 한국어와 한국말을 사용한다. 바로 그런 이들의 언어 속에서 문학적인 작품이 있을지도 모른다.

6월 8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홀에는 다소 특별한 손님이 참여하는 낭독 공감 행사가 진행됐다. 동두천에서 거주하다가 80년대 호주 시드니로 이주하여 정착했지만, 그 나라의 말이 아닌 한국어로 시를 쓰는 김오 시인이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김오 시인은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를 천년의시작 출판사를 통해 내놓았으며, 이번 행사는 시집 발간을 기념하고자 기획됐다. 김오 시인과 시인의 지인들, 행사를 주관한 한국문예창작회 이승하 회장, 출판사 천년의시작 이재무 대표 등이 참여하여 김오 시인의 시를 낭송했으며, 해외 한인들과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김오 시인은 삶의 터전을 찾아 1987년 호주로 떠난 이민자다. 호주 시드니에서 터를 잡고 살아오고 있으며, 1993년 호주 동아일보 신년문예에 당선되며 데뷔했다. 2005년 첫 시집 “캥거루의 시”를 출간했고 지난 5월 24일 두 번째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를 천년의시작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승하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한국문예창작학회 이승하 회장은 “작년 한국문예창작학회가 호주에서 국제문학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김오 시인을 그때 알았고, 시를 보고 싶다고 부탁해서 작품을 받아 봤는데 시가 참 좋았다. 이민문학이 아니라 한국의, 우리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오 시인과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작품을 읽은 이승하 시인은 그 즉시 해설을 써서 출판사에 연락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호주 한인의 애환을 담은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가 국내에 소개된 것이다.

김오 시인은 호주에서 살며 한인 이민자들의 애환을 담은 시를 써왔는데, 시집 “플레밍턴 고등어”에는 이민자의 설움이 담긴 시를 비롯, 고국을 생각하며 쓴 시 등 7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이 셋을 아비가 홀로 맡게 되었단다/세 살 다섯 살 일곱 살/한참 엄마 손이 닿아야 할 아이들/아비의 등을 쫓아 나가다 멈칫 ‘안녕히 가세요’/그래, 그래 너희들이 안녕히 가라” - ‘이민’ 일부

시 ‘이민’은 부제로 ‘엘림식품 1’이 붙어 있는데, 엘림식품은 김오 시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이름이기도 하다. 시인의 분신에 가까운 화자는 아이 셋을 데리고 장을 보는 남자를 바라본다.  “안녕히 계세요”라고 말해야 할 부분에서 아이들은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한다. 이승하 시인은 “아이들은 크면 클수록 한국인이 아니라 호주인이 되어갈 것이다. 영어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서 아버지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갈 것이다.”라며 이민자들이 겪을 세대 간 소통의 단절을 그려내고 있다고 보았다. 

“식구들 다리 뻗고 누울 빈틈을 찾아/시간을 비집고 다니는 사내가/들어서며 눈이 먼저 묻는다/‘이슬이 있어’/열 몇 해 하늘의 참 질펀한/말씀에 뒹굴어도 뿌리가 마르는 시드니/교회 옆이라 내놓고 팔지는 못하고/알음알음 사러 오는 사람들과/눈짓 불온하게 나누는 밤이면/불그레하게 저무는 저녁달/가슴이 끌고 온 무엇을 비추려는지” - ‘참’ 부분

‘참’ 또한 부제로 엘림식품이 붙어 있는 시편 중 하나이다. 시 ‘참’에서 ‘이슬’은 한국 소주 참이슬을 말한다. “빈 주머니를 더듬으며 가게 앞을 서성거”리는 남자는 “이 세상 어디 비집고 들어앉을 빈틈을 찾아/기웃거리다 돌아온 저녁”에 막막한 외로움을 달래고자 술을 사간다. 

이승하 시인은 “김오 시인은 꿈에 부풀어 이민을 갔지만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고달픈 일상과 설움, 아픔을 시로 노래한다.”라며 “바로 이 점이 주목해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시인을 소개했다. 

이날 낭독회에는 김오 시인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이들이 찾아 시인과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김형훈 중앙일보 신협본부장과 정병모 경주대 교수가 김오 시인이 한국에 거주하던 시절의 일화를 이야기했으며, 손진은 경주대 교수는 김오 시인의 작품 속에서 발톱, 신발 등 발과 관련된 시어에 주목하여 시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오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 말미에 단상 위로 나선 김오 시인은 “시의 힘이 나오기 시작한 게 박철 시인을 만나면서부터.”라고 이야기했다. 박철 시인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시를 쓰기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박철 시인은 88년 한국에서의 삶에 지쳐 새 삶을 찾아보고자 시드니로 향했다. 그러나 시드니에서도 문학을 잊지 못했던 박철 시인은 문화예술인들과 어울리고 문인협회를 만들어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던 도중 김오 시인과 만나게 된 것이다. 박철 시인은 “김오 시인은 문학이 무엇인지를 깊이 이론적으로 배우시진 않으셨을 것이지만, 작품을 통해 이민자들의 애환을 잘 담고 있다.”며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고 남다르다. 김오 선생님의 두 번째 시집에도 모국에 대한 사랑, 모국어의 반짝이는 표현이 참 많다.”며 이민자의 삶의 애환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시들을 소개했다. 

박덕규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

한편 행사 말미에 단국대 문예창작과 박덕규 교수는 한국문예창작학회의 국제 교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해외에 나가 우리 글로 문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 밖으로 많다는 것을 보고 그분들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 세계화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박덕규 교수는 “한국문예창작학회는 해외에 나가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인문학인들과 교류하고 있으며 교류 영역을 호주, 미국, 유럽 쪽으로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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