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제2장 1편: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오딧세우스와 식민제국주의.
[연중기획]제2장 1편: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오딧세우스와 식민제국주의.
  • 김상천 문예비평가
  • 승인 2018.06.1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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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  
-오딧세우스와 식민제국주의

1, 들어가기

[뉴스페이퍼 = 김상천 문예비평가] 나는 1강에서 오딧세우스의 ‘임기응변’을 우선적으로 주목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게 그리스와 서구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임기응변이지, 즉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리스와 서구의 바깥 세계를 상대로 했을 때의 야그라는 사실입니다 과연 그러한지, 우리는 [오딧세이아] 전체를 압축파일처럼 제시하고 있는 그 서두를 다시 볼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들려주소서, 무사여신이여! 트로이아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서두를 다시 읽으먼서 우리가 눈여겨 보게 되는 것은 그 사람, 오딧세우스는 ‘왜 그렇게 많이도 떠돌아다녔는가’ 하는 것입니다 물론 오딧세우스가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것은 귀향하는 길에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의 눈을 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폴리페모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입니다 그래서 그의 노여움을 사 그의 귀향길이 꼬이게 된 것입니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배를 타고 귀향하다 풍랑을 만나 표류하먼서 그가 닿은 곳은 사람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섬의 동굴이었습니다 여기, 동료들이 하나 둘씩 잡아먹히는 위험한 순간에 그의 기지가 십분 발휘되는데, 그는 위기의 순간에도 매우 ‘침착하게’ 대처했습니다 이게 바로 임기응변이고, 이게 바로 이성의 힘인 것입니다  

먼저, 폴리페모스를 칭찬하고 포도주를 잔뜩 먹이먼서 자신의 이름을 알려줬습니다 

“나의 이름은 ‘아무도 아니’ My name is 'No-one'" 

라고, 그러먼서 말뚝을 불에 달궈 외눈을 힘차게 찔렀습니다 폴리페모스가 비명을 지르며 동료들을 부르자 동료들이 왜 불렀냐고 하기에 ‘아무도 아니’란 놈이 자기 눈을 찔렀다고 하니 동료들이 미친놈이라며 돌아갔습니다 이 틈을 이용해 큰 양의 배 밑에 달라붙어 위험한 동굴을 빠져나갔습니다 이렇게 [오딧세이아]는 기본적으로 그리스의 영웅 오딧세우스의 기지에 넘친 임기응변을 다룬 모험서사시입니다  

그런데 텍스트를 잘 보먼 거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전우들은 끝이 뾰족한 올리브나무 말뚝을 움켜잡고 
그자의 눈에다 밀어넣었소 한편 나는 말뚝 위에 매달려 말뚝을 
돌렸소 마치 어떤 사람이 도래송곳으로 선재에 구멍을 뚫고 
그의 동료들은 밑에서 가죽 끈의 양끝을 잡고 그것을 돌려대면 
도래송곳이 계속하여 돌아갈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우리는 
끝이 벌겋게 단 말뚝을 움켜잡고는 그자의 눈 안에서 마구 돌려댓소 
그러자 뜨거운 말뚝 주위로 피가 흘러내렸소 
불기운은 주위의 눈꺼풀과 눈썹까지 모조리 태워버렸고 
안구도 불타며 불속에서 그 뿌리가 바지직댔소 
마치 대장장이가 큰 자귀를 담금질하기 위해 
-바로 거기서 쇠의 힘이 나오니까- 
찬물에 담그면 쉿쉿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것처럼 
꼭 그처럼 그자의 눈은 올리브나무 말뚝 주위에서 쉿쉿 소리를 냈소 

                                - 제9권, 오딧세우스의 이야기들-퀴클롭스 이야기

자, 여기서 나의 눈을 자극하고 마는 것은 다름 아닌 ‘쇠’라는 단어입니다 더구나 그것은 비유(마치~처럼)의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비유는 머 비근한 일상사를 근거를 들어 하는 설명의 일종이니, 여기서 우리는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류가 청동기시대를 지나 철기시대가 본격화 되었다는 사실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청동bronze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주조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청동은 철에 비해 흔한 자료가 아니었으므로 주로 권력자의 차지였고 전쟁의 도구였던 것이고, 트로이 전쟁에서도 칼, 창, 갑옷, 방패 등 무구들은 온통 청동으로 무장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야금술이 발달하먼서 고열처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철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만큼 철은 청동에 비해 경도가 센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인류의 역사가 획기적인 전환기에 들어서게 됨을 볼 수 있습니다  

인류가 고열로 처리된 경도가 높은 쇠를 무기와 농기구로 사용하게 됨에 따라 전쟁은 더 격렬해졌고 농업은 더욱 발전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주왕조가 해체되고 춘추전국시대라는 대혼란이 시작된 것은 역사적으로 철기의 출현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청동보다 강한 철기를 농구로 사용, 우경牛耕과 결합하먼서-여기, 밭갈경에서 ‘耒’는 쟁기를 상형한 것입니다-심경이 가능해 지고, 이는 경지면적의 확대와 수확량의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다시 새로운 권력의 재편을 가져왔으며, 다시말해 농업의 혁명은 소박한 마을 중심의 모권母權 중심의 자연공동체를 해체시킴으로써 점차 밭田에 나가 일 力을 하는 남자男 중심의 가부장家父長 사회로 재편, 사회는 봉건군주를 중심으로 하는 제후국을 향해 치달아가기 시작하먼서 중국의 역사는 새로운 개변기改變期를 맞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철기시대가 본격화하먼서 땅따먹기 전쟁 또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리오 휴버먼([자본주의 역사 바로알기])의 말대로 ‘봉건시대에는 토지만이 거의 모든 필요한 재화를 생산했고, 그래서 사실상 토지만이 부의 열쇠’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머, 서양문명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역사는 청동기, 철기문명으로 농업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이에 대한 비례로 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이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약탈과 전쟁이 행해졌던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에게는 저 세계의 식량창고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등 흑해연안의 제해권을 둘러싸고 당시 최강자였던 트로이와 부족의 명운을 건 일전이 불가피했던 것이고, 그것이 바로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일리아스]의 본질입니다 다시 말해 트로이 전쟁이 ‘헬레네’라는 천하 미색의 계집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은 재미있으라고 한 것이지 사실 쌩구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 [오딧세이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호메로스는 무슨 신밧드의 모험이야기처럼 오딧세우스의 모험을 재미있게 다루어 놓고 있지만 사실 알고보먼 여기에 바로 에게해의 최강자 트로이를 물리친 그리스의 식민 제국의 꿈이 구워져 있는 것입니다 가령, ‘디아스포라diaspora’가 그 결정적 근거입니다 이 개념이 최근에는 세계적인 난민의 증가로 전지구적 규모의 인구이동과 분산거주현상을 설명하려는 경향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고, 또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대인의 이산체험을 가리키는, 즉 유대인들이 바빌론 유수 이후 팔레스타인 밖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역사적 고난의 경험을 일컫는 개념 도구로 사용되어 왔지만, 근자에는 이스라엘 역사의 좁은 맥락을 넘어 조국으로부터 추방되어 타국에 소수자로 존재하는 공동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는 사회학 용어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디아스포라는 그리스어 ‘디아스페레인diaspeirein'에서 나온 말입니다 ‘디아’는 ‘여러 방향으로through’, ‘스페레인’은 ‘씨를 뿌린다to scatter’는 뜻으로, 원래는 그리스인들이 인근의 소아시아(지금의 터키) 및 지중해 인근해 지역을 정복한 뒤 자국민을 이주시켜 식민지를 건설하먼서 생긴 용어였던 것입니다 

자, 이런 일련의 사실들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체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왜 호메로스의 고전서사시들이 지금도 그리스는 물론 서구인들에게 마르지 않는 영혼의 샘으로, -이미 우리는 어느 책에서 본 바 있거니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The Reader]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장면을 본 바 있습니다 “우리의 첫 대화가 있던 날 한나는 내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알고 싶어 했다 나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키케로의 연설문 그리고 물고기와 바다를 상대로 한 노인의 싸움에 대한 헤밍웨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국가이데올로기장치의 하나인 교과서로, 재현과 모방의 원형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드디어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가 제국주의 식민 신화를 재생산하는 모본 텍스트original text라는 사실입니다

2편 이어서

김상천 문예비평가         
“텍스트는 젖줄이다”, “명시단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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