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소설가의 김수영 50주기 특강 "김수영 문학과 나", 김수영 문학의 특징과 자신이 받은 영향 말해
황석영 소설가의 김수영 50주기 특강 "김수영 문학과 나", 김수영 문학의 특징과 자신이 받은 영향 말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6.19 0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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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시는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 강조한 김수영 시인의 50주기를 맞아, 지난 16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김수영 문학관에서는 제4회 명사 초청 강연 황석영 작가의 “김수영 문학과 나”가 진행됐다. 

<황석영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강연을 맡은 황석영 소설가는 김수영 시인의 시 세계를 말하며, 그의 영향을 받은 자신이 현재는 어떤 문학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수영 시인의 형형한 눈에는 사회의 다른 점들이 보였을 것” 
김수영 선생은 우리의 억압적인 근대화와 싸웠다 

행사를 시작하며 황석영 소설가는 “김수영 선생님은 68년도에 작고하셨지만, 저는 동시대에 살며 김수영 선생님의 삶과 혁명에 대한 견해와 열정을 배우면서 자랐다.”고 이야기했다. 황 소설가의 베트남 전쟁 참전으로 활동 시기가 엇갈려 실제적 소통을 하진 못했지만, 김수영 시인의 행보에서 문학인의 자세를 배웠다는 것. 

분단 당시 김수영 시인은 북한군에 징집됐으며, 북에서 탈출한 이후에는 남한 경찰에 체포되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갇히는 고초를 겪었다. 황석영 소설가는 김수영 시인의 삶은 자유가 없는 포로수용소의 삶을 목격하며 크게 개편됐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억압된 이들의 삶을 지척에서 보며, 심적인 울림과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으리라는 것. 그러며 황 소설가는  “그가 돌아왔을 때 그의 형형한 눈에는 사회의 문제점들이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석영 소설가는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 기간 30년 동안 빠르게 이뤄졌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근대화라는 것은 위에서의 독재가 아닌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소설가는 서구의 경우 긴 근대화의 세월 동안 시민원칙을 만들어내고 인권과 자유, 평등, 보편적 가치 등을 논했으나, 우리의 근대화는 억압적으로 이뤄졌다며 “이런 개발 독재는 근대화의 기본인 민주주의적 이념을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황석영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가운데 “김수영 선생은 그릇된 근대성과 싸웠다.”고 황석영 소설가는 말했다. 60년대에는 4.19혁명의 중심에 서서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 그러며 황 소설가는 “김수영 시인은 문학에서 후진적 식민지에 처한 한국문학이, 어떻게 하면 세계 속에서 보편성을 획득하고 자기 시대 사람들과 이 현대를 통과해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한 분”이라고 이야기했다. 

황석영 소설가는 “김수영이 시에서 이뤄낸 여러 역할을, 내가 능력이 있다면 산문에서 하고 싶다.”며 “시에서는 김수영이 있다면 소설에서는 황석영”이라 불리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지금도 가끔 김수영 시인의 시를 들춰본다며, “그럴 때면 이 분이 옆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황석영 소설가의 근황, 만년의 글쓰기에 대해서... 

현재 전라도 익산의 원불교 수련원에서 지내며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는 황석영 소설가는 “작년 ‘수인’이라는 자서전을 쓰고 나니 간이나 쓸개가 빠져나간 것처럼 허전했다.”고 말했다. 일생을 정리한 자전적 작품을 쓰고 나니, “이제 다 한 건가? 정말 이게 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자신의 문학에 끝이 찾아온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 

더해 황 소설가는 “나이든 작가와 예술가들은 만년의 어느 시점이 되면, 수십 년간 써온 작품이 괜찮은 건지, 동어반복의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경우에도 1998년 석방이 된 이후에 쓴 작품들 중 “처음 세 편에서는 열정이 느껴졌으나, 최근 작품들은 열정이 빠진 원숙한 소설쟁이의 솜씨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 

그러며 황 소설가는 이런 상황에 처했던 몇몇 외국 작가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가령 로멩 가리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리볼버를 서랍에 넣어뒀다가, 더 쓸 글이 없게 되자 차를 마시다 총을 꺼내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헤밍웨이는 쿠바에서 낚시를 하다말고 샷건을 입에 물고 포크로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황석영 소설가는 이런 “만년 문학의 위기”는 곧 “또 다른 세계로 나가는 길”이라고 이야기했다. 만년에 접어든 예술인은 완성된 단계에 머물지 않고, 열정과 실험정신을 가진 옛날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것. 예컨대 베토벤은 심포니를 통해 베토벤적 음악을 완성한 듯했으나, 현악4중주라는 비 베토벤적인 음악으로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황 소설가는 그런 의미에서 “만년 문학이라는 것은 치매의 문학”이라며, “제가 지금 그런 상태다. 인생을 걸고 과거의 실험정신, 전위적인 정신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황석영 소설가는 “누가 정 살기 싫으면 예쁜 복어를 마늘이랑 다시마 넣고 끓여 먹으면 서서히 마비가 된다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만약 잘 안 되면 복어를 삶아먹을지도 모른다. 복어 안 먹으려면 제가 이번 작품 잘 써야한다.”고 살벌한 농담을 던졌다. 이에 한 관객은 “죽지 마세요!”라고 다급하게 외쳐 참여자들을 웃음짓게 했다. 

<"김수영 문학과 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황석영 소설가의 특강은 많은 도봉구민과 문학 독자들이 참여했으며, 질의응답을 끝으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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