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들 모인 요즘비평포럼 좌담회 개최, "주례사 비평은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
평론가들 모인 요즘비평포럼 좌담회 개최, "주례사 비평은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6.1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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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진행된 카페창비 지하 1층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가 진행된 카페창비 지하 1층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요즘비평포럼"은 젊은 비평가들이 모여 최근 비평장에서 다뤄지고 있는 주제를 함께 논의하는 포럼이다. 창비학당이 함께 하며 지난 3월 29일 첫 포럼을 진행한 이래 정체성 정치, 페미니즘, 여성문학 등의 주제를 논의하며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요즘비평포럼"은 지난 6월 15일에는 일반 독자들과 평론가들이 함께 평론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요즘비평포럼 좌담회가 이뤄졌다. 인아영 평론가가 사회를 맡았으며, 이성혁, 이은지, 김녕, 박하빈 등 평론가들이 자리한 가운데 독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하며 평론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 평론을 쓰게 된 계기부터 독자와의 소통 문제 등 이야기 나눠

좌담회의 첫 질문은 “어떻게 평론가가 되었는가”부터 생계, 관심사 등 직업에 대한 것들이 주를 이뤘다. 평론가가 되기의 과정에 대해 김녕 평론가는 “텍스트를 더 좋아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독서를 마치고 난 후의 인상과 감정은 막연하기에, 그 막연한 인상에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로 쓰게 되면 좋았던 부분, 아쉬웠던 부분을 조금 더 세밀하게 따져보게 된다.”고 밝힌 김녕 평론가는 “그런 과정을 통해 글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혁 평론가는 문학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 흔히 언급되는 문장을 소개했다. 바로 “시에 실패하면 소설을 쓰고, 소설에 실패하면 평론을 쓴다.”는 것. 이상혁 평론가는 자신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며, 처음에는 시인이 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시로 성과를 보지 못한 채 대학원에 진학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형도에 관한 평론을 썼다가 작품이 당선되며 평론가로 데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은지 평론가는 외국문학 전공자로, 대학원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다가 우연히 지도교수로부터 비평을 권유받았다고 회상했다. 그 전까지는 평론이나 한국문학도 읽지 않았던 이은지 평론가는 지도교수의 권유로 평론을 읽고 쓰기 시작했으며, 평론가로서 데뷔하기에 이른다. 이은지 평론가는 “어떤 작품을 분석하고 씨름하게 되는 과정이 지긋지긋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씨름하는 과정에서 독자로서 볼 때와 다른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작가와 작품에게 애정이 가는 경험도 있었다.”며 “그런 것들이 비평 활동을 계속 하게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왼쪽부터 박하빈, 김녕, 이은지, 이성혁, 인아영 [사진 = 김상훈 기자]
왼쪽부터 박하빈, 김녕, 이은지, 이성혁, 인아영 [사진 = 김상훈 기자]

장기간의 수련을 거치고, 문학상이나 신춘문예 등을 통해 ‘평론가’로 데뷔한 이들이지만 ‘평론가’라는 직업은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이상혁 평론가는 “죽진 않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강사료나 지원금으로 먹고 살 수밖에 없다.”며 “비평문이 학술성과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이다. 김녕 평론가는 “비평만 해서는 생계가 전혀 유지 되지 않는다. 저 같은 경우는 따로 하는 일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평론가들이 다른 작가들에 비해 녹록하지 못한 것은 평론을 통해 수익을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문예지나 신문사에서의 청탁을 제외하면 비평을 통해 수익을 얻을 길이 없고, 평론집 또한 독자들에게 잘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의 소통 문제는 젊은 평론가들에게 있어서 고민거리로 남는다. 

김녕 평론가는 “웹으로 문학계의 미디어도 옮겨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문학을 접하는 창구가 더 손쉬운 방향으로 확대되어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존 비평장을 지탱하는 문예지 시스템 중 공공성과 대중성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조차 메이저 잡지가 아닌 이상 구독이 끊기고 있고, 데이터베이스 관리가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한 김녕 평론가는 “창비가 매거진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비유 같은 웹진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속도가 더딘 게 아쉽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웹소설, 장르비평 등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성혁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성혁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한편으로는 대중 독자를 목적으로 하는 비평에 대해서는 회의의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성혁 평론가는 “비평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이론을 가져오지 않으면 논의의 심도가 얕을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쉬운 비평은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다만 “쓸데없이 난해하거나 어렵게 쓸 필요는 없으며, 비평 역시 하나의 문학 장르이기 때문에 자기의 문체, 자기의 방식 등 작가로서의 비평가에 대한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지 평론가는 “비평의 독자는 결국 비평가, 혹은 예비 비평가인 것 같다.”며 자신 또한 비평을 쓸 때 비평의 독자로 비평가를 상정하고 썼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평론을 썼을 때 누군가는 어떤 계기로든 읽을 기회가 생길 것이고, 독자가 비평이 텍스트에 대해 수행하는 비평적 행위, 시선 등을 읽으며 태도를 훈련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비평을 많이 보고 경험한 후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와 다른 무언가가 분명히 보일 것.”이며 이것이 바로 “비평가의 소임”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평이 캐쥬얼로 전락했을 때 어떤 대상을 모두가 보는 것과 다르게 보는 가능성을 갖고 있을 수 있을까.”라며 “과연 대중을 독자로 상정하고 비평을 쓰는 것이 옳은가, 과연 지향해야 할 일인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지 평론가와 이성혁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은지 평론가와 이성혁 평론가 [사진 = 김상훈 기자]

- 주례사 비평은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 비평이란 매도 위한 것 아니야

비평가라는 직업과 독자와의 소통 등에 대한 질문에 이어 비평의 주제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특히 ‘주례사 비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한국비평이 작품 비판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제기됐다. ‘주례사 비평’은 평론가가 마치 주례사가 된 것처럼 찬사와 칭찬만을 나열하는 비평을 말하며, 평론계의 고질적 관행으로서 비판받아왔다. 

김녕 평론가는 “한국비평이 작품에 대한 비판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첨예하게 싸우는 경우가 있다.”며 “대화의 템포가 계절 단위라서 흐름을 놓치기 쉽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비평은 발표 지면이 문예지에 한정되어 있는데, 문예지는 발매 주기가 짧게는 월에서 계절, 반년에 이르기 때문에 대립의 흐름을 놓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주례사 비평에 대해서 ‘좋은 작품을 호명하는 것이 모두 주례사 비평은 아니다.’고 말했다. 작품의 좋은 지점을 짚어주는 비평이란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김녕 평론가는 “전 계절에 나온 단편소설들을 찾아보면 100편에서 120편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그 중 10편에 대해서만 비평을 쓰게 된다.”며 “지면이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좋지 않은데 굳이 좋은 점을 끄집어내 억지로 쓰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권력을 부여하거나 후광을 형성하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지만, 그렇기에 좋은 작품을 불러주고 싶은 거 아닐까.”라며 “좋은 작품이라는 설득에 실패했기에 주례사 비평이라고 불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성혁 평론가는 “출판사가 어느 작가의 책을 내고, 평론가에게 상찬하는 평론을 부탁한다. 자본과 비평의 합작하는 모습이 굉장히 많았다. 그래서 주례사 비평이란 말이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평이라는 것은 비판, 매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품의 잠재성을 끌어올려 비평가가 증폭시키는 것”이며 “주례사 비평은 상업, 권위 등이 비평과 연결되어 있어 나온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런 일이 있으면 비판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