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연 시인, 시집 "조이와의 키스"의 숨은 일화들 서아책방에서 이야기해
배수연 시인, 시집 "조이와의 키스"의 숨은 일화들 서아책방에서 이야기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6.19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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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6월 16일, 서아책방에서는 배수연 작가가 함께한 “책방에서 만난 작가”가 진행됐다. 배수연 시인은 2013년 시인수첩 신인상에 당선되어 데뷔했으며, 올해 시집 “조이와의 키스”를 펴낸 시인이다.

문학창작공간 “서아책방”은 독자들에게는 좋은 책을, 예비 작가들에게는 창작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수원역 인근의 독립서점이다. “책방에서 만난 작가”는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기 위해 서아책방과 인터넷 독서플랫폼 ‘미디어서점’, 젊은출판사 ‘새봄출판사’가 함께하는 정기 프로그램이다. 

이날 배수연 시인은 독자들이 써준 편지를 읽고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독자들은 배 시인의 근황을 물으며, 감명 깊게 읽은 시를 낭송해달라고 요청했다. 배 시인은 흔쾌히 시를 낭송하며, 시에 얽힌 이야기와 쓰게 된 계기 등을 말해주었다. 

조이와의 여행 

시 “조이와의 여행”은 배수연 시인이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쓴 시이다. 시의 화자는 “굽은 새끼손가락으로 오팔의 빛나는 약속을 하는 나의 조이”의 “굽은 손가락을 작은 지팡이처럼 잡고 한낮이 지나도록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 시인은 시에 등장하는 ‘조이’는 자신의 남편과 영화 인사이드아웃의 기쁨이(joy)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배수연 시인은 많은 사람이 행복에 대해 말하지만 “저는 어느 때부턴가 행복이라는 말이 불편하고 불가능한 것으로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행복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타 세계와 단절된 채 “나 혼자 단독적으로 행복하다 말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배 시인은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기엔, 행복하지 못한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행복을 느끼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하려니 묘한 죄책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때 배수연 시인에게 불편하지 않게 다가온 감정이 바로 ‘기쁨’이다. 배 시인은 “제 신랑은 조이처럼 기쁨이 많은 사람”이라며 “그것이 저에겐 자극적이고 신기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기쁘다는 것은 현실감 있고 닿을 수 있으며, 구체적이고 불편하지 않게 느껴졌다는 것. 

이런 ‘조이’에 대해 배 시인은, “시를 쓰며 층위가 더 많이 생기고 넓어졌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조이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말 당황하게 된다.”며 “명료하게 말하고 싶지만 쉽사리 정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히려 “중언부언하고 시를 쓰면서만 조이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유나의 맛 

시 ‘유나의 맛’에는 배수연 시인이 고등학생 시절 미술학원에 다니던 기억이 녹아 있다. 배 시인은 당시 학원에서는 물감이나 흑연가루가 묻은 화판 하나를 의자에 엎어두고 도시락이나 주문한 음식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낮은 화판에서 음식을 먹다 보니, 화판에는 김칫국물이나 음식물 찌꺼기가 무척이나 많이 튀었다. 배수연 시인은 “저는 그 더러워진 화판이 슬프게 느껴졌다.”고 이야기했다. 

시에서 유나는 매일 그림을 그리던 손으로 저녁 식사를 만든다. “목탄이나 잉크가 묻어서인지 파 뿌리나 오징어를 다듬어서인지” 유나의 손을 늘 더럽게 얼룩져있다. 배수연 시인은 “이 시는 먹는 일과 그리는 일이 오버랩 되며 쓴 시”라고 말했다. 음식을 하는 손과 그림을 그리는 손, “그 두 개를 떨어뜨려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시러 썼다는 설명이다.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러며 배수연 시인은 “빛 속에서 우리는 너무도 지독하고 강렬하게 구분된다.”며 “저는 어둠 속에서 어떤 윤곽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다. 어둠 속에서는 사물이 명확히 갈리지 않고 실루엣으로만 드러나듯, 그림을 그리는 일과 밥을 먹고 사는 일은 “모두 삶에 닿아있어 분리된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배 시인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무조건 고상하고, 먹고 사는 문제는 별개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며 실루엣을 만들어가는 느낌으로 이 시를 썼다고 전했다. 

엉덩이가 많은 정원 

배수연 시인이 마지막으로 낭독한 시는 “엉덩이가 많은 정원”이었다. 

배수연 시인은 “최근 시를 쓴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아름다운 정원을 묘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그 정원과 마주하면 너무 아름답고 흥분해서, 바지를 내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 생각은 시에 “리시안서스의 레이스나 나비의 발목, 거미의 가슴팍을 보고 바지를 내리지 않는 생명체는 없었다.”는 문장으로 표현됐다.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배수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러나 배 시인은 “요즘은 정원을 가꾸듯 시를 쓴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전했다. 처음 시를 쓸 때에는 하루에 세 편도 쓰는 등 에너지가 넘쳤는데, 지금은 시를 쓰면 쓸수록 다음 작품을 못 쓰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 배 시인은 “한 걸음씩 멀리 달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알았다.”며 “그래서 괴롭지만 꾸준히 써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날 배수연 시인이 함께한 “책방에서 만난 작가”는 독자들과의 사인회를 끝으로 마무리 됐다. 끝으로 배 시인은 습작기를 겪고 있는 독자들과 서아책방에 응원의 말을 전했다. 

배수연 시인과의 만남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배수연 시인과의 만남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서아책방은 오는 27일 최두석 시인의 신작시집 “숨살이 꽃에게 길을 묻다” 출간 기념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예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