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메인 콘퍼런스 [사진 = 이민우 기자]](/news/photo/201806/30070_20075_2132.jpg)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미디어 환경의 빠른 변화는 출판계에도 영향을 주었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거나 기존 매체에 대한 회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8 서울국제도서전은 ‘확장-new definition’을 주제로 잡고, 독립출판 플랫폼의 대두, 오디오북, 미디어믹스, 비즈니스 사례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콘퍼런스를 진행한다. 20일 오후 2시 코엑스 B1홀 이벤트홀 3에서는 “책, 인간, 미래”라는 주제로 2018 서울국제도서전 메인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발표자로 김상욱 물리학자와 이진경 사회학자, 정여울 작가 등 세 명이 참여했다. 행사에 앞서 이상길 교수는 “주제를 바라보며 책이라는 미디어가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정의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다.”며 종이신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종이신문의 구독자는 98년 약 65%였는데, 현재에 이르러서는 15%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 이상길 교수는 “많은 신문사들이 디지털 퍼스트로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지만, 상당히 빠르게 영향력이나 의미를 잃고 있다. 책도 신문과 유사한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확장되고 변형하며 여전히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며 존재할지는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사회학자는 “책의 미래와 과거, 읽을 수 없는 책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진경 사회학자는 “쉽게 읽히는 책은 내용을 처리하는데 새로운 시냅스 연결이 필요 없다는 것이며, 본질적으로 알고 있는 걸 서술하고 있기에 안 읽어도 되는 책이라는 것을 여러 의미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며 “책이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말하는 ‘읽을 수 없는 책’은 새로운 감각을 담고 있어 익숙하지 않기에 읽기 어려우며, 때때로 수수께끼 같은 책들을 말한다.
“진실은 비밀을 담고 있는 것이고, 비밀은 수수께끼로 끝나야한다”는 소설가의 말을 인용한 이진경 사회학자는 “많은 책들이 읽을 수 없도록 쓰여진다. 비밀을 담고 있기 때문이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비밀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다른 사례로 현대미술이나 현대음악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대미술은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대로 진행되어왔고, 20세기 음악의 핵심은 음악적 소리가 아닌 것을 음악적 소리로 변화시켜 이전에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세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해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보이지 않는 것,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을 보이게 만들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책을 쓰는 사람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정리한 이진경 사회학자는 “세상에 비밀을 보여주려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출판은 점점 어려워지겠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책들이 가장 중요한 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비밀, 즉 진실을 전달하려는 이들은 “책의 미래가 몰락으로 서술되는 순간조차 계속될 것이며, 그런 시기야말로 읽을 수 없는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욱 물리학자는 책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책의 과거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책의 역사에 접근했다. “문자와 책은 굉장히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 김상욱 물리학자는 최초의 문자인 바빌론의 석판, 지금의 책의 형태를 만든 중세의 코덱스, 문자문화의 폭발적 발달을 이끌어낸 인쇄술의 발명 등 역사의 중요한 국면들에 대해 설명했다.
김상욱 물리학자는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라는 책의 내용을 언급하며 “문자 기록을 하며 등장한 새로운 현상은 바로 논리라는 것이었다. 책은 단순히 말과 생각을 문자로 적어놓은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해놓은 것이며, 책을 읽으면서 추상화된 개념을 체계화시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쇄술의 발명에 이르러서는 책이 사상이 퍼져나가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오늘날 시민사회의 근간을 만든 시민문화의 기반은 “읽고 쓰는 문화”에 있다고 보았다. 때문에 오늘날 “사람을 평가할 때 얼마나 잘 독해하고 논리적인지를 살펴보고 있고, 가치 체계가 ‘읽고 쓰는 문화’에 맞춰져 있기에 책을 쓰고 읽는 능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건, 일, 생각을 문자로 적은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나아가 단순한 컨테이너가 아니라 책과 인간이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상욱 물리학자는 “책의 미래를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책은 단순한 매체가 아니라는 것이며, 책과 인간의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서는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없다.”며 출판관계자들에게 “책은 무엇을 파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행사의 말미를 장식한 정여울 작가는 “종이책과 전자책, 오디오북의 창조적 공존을 위하여”라는 발표를 통해 오디오북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800권이 넘는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여울 작가는 오디오북을 애용한 자신의 사례를 들어, 오디오북과 종이책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할 수 있는 관계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라는 책을 인용하며, 전자책 시장의 성장이 주춤세에 접어들고 종이책이 더 많이 인쇄되는 경우가 생겼다고 전했으며,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뜻밖의 공존이 가능하고, 이러한 공존은 전자책과 종이책 뿐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진행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콘퍼런스는 100여 명이 넘는 청중이 몰린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 기간 동안 변화한 출판시장을 두고 다양한 콘퍼런스가 진행될 예정이며, 21일에는 오디오북과 새롭게 등장한 다양한 잡지들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