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택 연출가 '벌레는 카프카의 속 이야기를 덮는 장치에 불과'
김현택 연출가 '벌레는 카프카의 속 이야기를 덮는 장치에 불과'
  • 여성구 기자
  • 승인 2015.09.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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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김현탁 연출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 7일 개막

[뉴스페이퍼 = 여성구 기자] 남상예술센터와 극단 성북동비둘기가 공동 제작한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가 오는 7일 개막한다.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프란츠 카프카의 원작 「변신」을 해체, 재구성한 작품이다.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는 20세기 최고의 문제적 작가로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을 실험적인 감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는 작가의 삶 속에서 「변신」이라는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관객과 함께 고민하며 연극을 통해 카프카가 되어 보는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작품은 원작 「변신」의 흐름을 따랐으나 소설 장면을 무대화하지 않고 작품의 연극성을 높였다.

연출가 김현탁은 장 주네의 「하녀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김명수의 「혈맥」,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 등 국내외 명작들을 자신만의 연극미학으로 해체, 재구성하며 작품마다 화제를 모았다. 소극장에서 벗어나 첫 중극장 연출을 시도하는 그가 독특한 구조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를 어떤 미학적인 아이디어로 해석해낼지 기대를 모은다.

다음은 작품에 관한 연출가 김현택의 인터뷰 전문.

항상 고전명작을 가지고 파격적인 해석을 선보여 왔습니다. 이 정도 해체와 재창작이면 그냥 창작을 해도 괜찮겠다 싶은데, 굳이 고전의 재창작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전에 희곡이 너무 쓰고 싶어서 한두 번 직접 써 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쓰고 나서 제가 드라마에 소질이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죠. 저는 제가 쓴 작품을 가지고도 그대로 두지 않고 계속 이걸 어떻게 뒤집고 해체할까 고민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쓴 희곡은 명작이 아니다 보니 그런 해체와 전복 속에서 새로운 소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그 뒤로는 계속 명작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하는 작업들도 크게 보면 원작을 가지고 새로운 글쓰기를 한다는 점에서 작가적인 시점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 개인적으로도 연출보다 텍스트를 만드는 작업이 훨씬 오래 걸리고 힘도 많이 듭니다.

연출가 김현탁 <서울문화재단 제공>

주로 어떤 명작을 볼 때, 무대화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시나요?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제가 난독증이 있어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못 읽습니다. 주로 인터넷에 나와 있는 줄거리나 요약본을 읽어요. 어릴 적부터 그랬어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늘 같은 부분을 펴놓은 채 머무르고 있어요. 그 뒤가 너무 궁금한데, 그럴 때 뒤쪽을 빨리 찾아 읽기보다는 이렇게 저렇게 뒷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게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작품을 고를 때도 처음부터 다 읽고 선택한 적은 거의 없고, 주로 제목이나 책 표지, 또는 공연사진 같은 데서 영감을 받을 때가 더 많습니다.

이번에 카프카의 「변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전에 <헤다 가블러> 공연하고 있을 때, 파비스 선생님이 한스-티스 레만 선생님과 같이 오신 적이 있어요. 그날 공연을 보고 난 레만 선생님이 이걸 보니 카프카 생각이 난다고, 「변신」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줄거리를 찾아보면서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의 콘셉트를 처음 잡았죠. 처음에는 ‘스파이더맨’ 같이 스펙터클하고 무협영화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그런데 작품을 시작하면서 생각이 점점 바뀌어서 지금은 처음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죠.

그동안 주로 소극장 무대에서 작업을 이어왔는데, 이번에 남산이라는 대극장 무대에 도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십니까?

사람들이 김현탁이란 연출을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소극장 무대를 고집한 게 아니라 대극장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던 건데, 자꾸 한정된 시선으로 저를 판단하는 것 같아 힘들었습니다. 저는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남산이든 다른 곳이든 극장 공간에 구애받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어디가 되었든 무대를 보면 곧 상상이 떠오르고, 어떤 공간이든 최대한 맞출 수 있으니까요. 대극장과 인연이 없었던 것은 저의 선택이 아니라 제한된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데서 온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대본이 상당히 빨리 나왔는데, 어디서 영감을 떠올렸는지 궁금합니다.

작업할 때 일단 줄거리를 보고 난 뒤, 작가가 주인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상상하곤 하는데, 이 작품은 작품 속에서 카프카가 바로 보이더라고요. 작가랑 주인공이 완전 판박이인 거예요. 그러면서 이 작품은 카프카에 맞추는 게 답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또 카프카의 시선으로 읽다 보니까, 카프카가 글을 쓰는 방식이랑 제가 연극을 하는 방식이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가 하는 짓거리인 연극을 가지고 풀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잠자와 카프카와 김현탁, 그리고 이들을 관통하는 모티브인 ‘변신’. 이렇게 놓고 나니 생각보다 금방 풀렸습니다.

작품 안에 <혈맥> <세일즈맨의 죽음> <햄릿> <자전거 Bye Cycle> <갈매기> 등 그동안 공연해온 작업의 일부분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이 작품들을 선택, 배열했는지요?

상당히 까다로운 작업이었습니다. 각 작업에서 장면을 추출해내고 다시 원작의 흐름 속에서 변형, 배치시켜야 했으니까요. 드라마의 흐름과 함께 몸의 흐름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에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았어요. 제가 한 작업들 중에서도 몸을 쓰는 장면을 중심으로 변해가는 몸, 지쳐가는 몸, 죽어가는 장면들을 놓고 몸의 흐름에 따라 죽 배열을 해봤습니다. 그걸 가지고 드라마의 흐름에 따라 고쳐가면서 원작의 대사를 집어넣기도 하고, 순서를 바꾸기도 하면서 조율을 했죠. 지금도 순서나 대사는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에서 ‘변신’이란 모티브는 주인공과 작가, 그리고 연출 자신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극 중에서도 김현탁의 수많은 작품들이 계속 ‘변신’하면서 등장하고 있고요.

카프카의 「변신」하면 대부분 ‘벌레’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벌레는 카프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덮는 장치에 불과합니다. 오로지 글만 쓰면서 살고 싶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 위를 벌레가 기어가게 하는 방식인 거죠. 중요한 것은 ‘변신’이라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상상을 통해 무언가로 변신해 가는 것, 그게 카프카에게는 글쓰기였고 저한테는 연극인 것이죠. 사실 연극의 본질 또한 ‘변신’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가장 연극적인 <변신>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 연습장면 <서울문화재단 제공>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이 모든 것이 출근하기 전, 주인공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하나의 연극적 놀이였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요.

「변신」의 마지막 장면을 잠자의 입장에서 읽으면 슬프지만, 카프카의 입장에서 읽으면 자기만족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상상이 현실에서는 부질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걸 알기에 더욱 깊고 강렬하게 상상할 수 있는 작가의 모습이 보여요. 우리 연극의 마지막에 그레고르가 혼자 박수를 치는 장면 역시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상상에 스스로 보내는 찬사이자 만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고 일상을 견뎌낼 수 있는 방식으로써 카프카에게는 ‘글’이, 저에겐 ‘연극’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이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노래 선곡을 종종 선보여 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I'll Be There’가 등장합니다. 왜 이 곡이어야 했는지요?

직관적인 건데, 카프카의 「변신」이다 하는 순간 마이클 잭슨이어야 했어요. 이유는 설명을 못 하겠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마이클 잭슨이 계속 성형을 했잖아요. 끊임없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는데 마지막에는 자신이 왜 변신을 했는지 모르게 되어버렸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 중에 가족이 있었고요. 그런 마이클 잭슨의 삶의 궤적에서 연결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꼭 그런 걸 생각할 필요는 없고 그냥 노래만 즐겨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잠자는 변신의 카프카>는 카프카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김현탁에게 ‘연극’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많은 것에 연극인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것이 무대화될 때의 쾌감이 있어요. 힘들게 작업을 하고 나서 이 정도면 괜찮다, 멋있다 싶어서 스스로 만족스럽고 대견한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연극의 힘이고 제 유일한 무기인 것 같아요. 반면에 연극 좀 좋아하고, 이거 좀 할 수 있다고 해서 힘든 게 너무 많습니다. 연극만 생각하고 고민하기에도 급급한데, 이게 아닌 다른 것들은 정말 감당이 안 돼요. 그래서 전 눈 뜨자마자 연습 시작해서 자기 전까지 연습만 했으면 좋겠어요. 온전히 연극만 생각하고 다른 것들은 끼어들 틈이 없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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