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에서 새롭게 등장한 잡지(핑거프린트, 보스토크, 브로드컬리)들의 고민 살펴봐. 라운드테이블 "분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새롭게 등장한 잡지(핑거프린트, 보스토크, 브로드컬리)들의 고민 살펴봐. 라운드테이블 "분전"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6.22 11:34
  • 댓글 0
  • 조회수 23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운드테이블 "분전"이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라운드테이블 "분전"이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오는 24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2018 서울국제도서전은 특별기획으로 "잡지의 시대"를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단행본 뿐 아니라 출판계 전체에 영향을 끼쳤고, 잡지 시장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고전적인 형태의 잡지의 영역이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자신들만의 독특한 지점을 내세운 잡지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잡지의 시대" 특별기획은 다양한 영역의 잡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전이다. 

"잡지의 시대" 기획전과 맞물려 새로운 잡지들의 편집장들과 만나 이들의 고군분투에 대해 들어보는 행사가 21일 오후 4시 30분 B1홀 이벤트홀에서 진행됐다. 행사의 이름은 "분전"으로, "핑거프린트" 박경린 편집장, "보스토크" 박지수 편집장, "브로드컬리" 조퇴계 편집장 등 세 개 잡지 세 명의 편집장이 자리하여 잡지에 대해 소개하고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분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핑거프린트" 창간호 표지
"핑거프린트" 창간호 표지

"핑거프린트"는 17년 10월 1호를 발간하며 창간됐으며, 현재까지 총 4권이 발간됐다. "핑거프린트"는 격월간 발행하는 "사물학 이야기"를 표방하고 있는데 "사물학 이야기"라는 개념이 낯설지도 모르지만,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물을 선정하고 사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잡지의 주요한 콘텐츠다. 

박경린 편집장은 "당신 삶에는 당신만의 지문이 있다는 표현에서 제목을 가지고 왔다. 지문이 각각의 사람들마다 다른 것처럼, 어떤 사물을 통해 나의 개성이나 삶의 철학을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히고 잡지의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했다. "핑거프린트"는 매 호마다 주변의 사물을 하나 정해 그 사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 1호에서는 '펜'이었고, 2호에서는 '바늘', 3호의 주제는 '물'이었다. 

섹션 중 하나인 '들여다보니'는 주제로 선정된 사물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험담이나 일화를 들어본다. 또한 사물을 매개로 인문학을 탐험하며, 사물의 역사와 사물이 동시대에 남긴 유산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박경린 편집장은 "주제로 선정한 사물에 맞는 철학자, 인문학자, 역사학자 등을 초대해 인문학적 지식을 나눠보는 섹션을 가장 공들여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토크" 표지
"보스토크" 표지

사진잡지 "보스토크"의 박지수 편집장은 "보스토크"를 소개하며 지금까지 출간됐던 표지를 관객들에게 동시에 보여줬다. 보스토크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박지수 편집장은 "9개의 표지가 모두 다르다. '하나의 잡지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만큼 중구난방이고, 기존의 잡지논법에서는 실패한 잡지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잡지는 동일한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독자에게 이 잡지가 어떤 잡지인지를 각인시키고, 동시에 안정감을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박지수 편집장은 기존 잡지가 광고주와 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풍요로운 시대의 잡지"라며 "그러한 잡지가 멋있고 근사한 것은 알지만, 더 이상 풍요로운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며 보스토크는 태어났다. 이전만큼 독자는 확보할 수 없고, 광고주를 보유한 채 잡지를 만들 수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변화한 매체 환경에서 새로운 형태의 잡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박지수 편집장은 "보스토크는 매 호마다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구성도 바꾸고 디자인도 바꾸고 컨셉이나 종이도 바꾸며, 언제나 조금씩 새로움으로 다가가려 하고 있다. 표지는 그러한 생각이 집약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로드컬리 표지
브로드컬리 표지

16년 2월 1호를 발간한 "브로드컬리"는 "로컬 숍 연구 잡지"다. 현재까지 4호가 발간됐으며, 동네빵집, 동네서점 등 자영업자를 찾아 그들을 인터뷰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브로드컬리" 취재기자들은 1호에서 동네빵집을, 2호와 3호에서 동네서점을 찾았으며, 4호에서는 새 삶을 찾아 제주도로 떠난 이들의 가게를 찾아갔다. 

조퇴계 편집장은 "자영업 공간은 책상의 배치, 물건이 쌓여있는 모양 하나하나에 손길이 미쳐있는, 운영자가 만들어낸 작은 우주라 생각한다."며 "그런 공간이 우리 곁에 머물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소비자들이 흔쾌히 돈을 쓰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자영업자들이 어떤 노력과 고생을 하고 있는지 인터뷰로 담고 있다."고 잡지를 소개했다. 

"보스토크" 박지수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보스토크" 박지수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를 시작하며 "보스토크"의 박지수 편집장은 "잡지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속으로 고소한 느낌이 났다. 나 말고도 마감의 노예들이 이렇게 많구나. 30여 개의 부스마다 에디터들이 잠시 마감을 미루고 책을 팔고 있는 풍경이 짠하기도 하고, 나 혼자 이러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에 안심을 느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행사 제목인 "분투"처럼 새로운 잡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분투'하며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 이날 행사는 편집장들이 자리한 가운데 잡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난관을 겪고 어떤 점을 고민했는지 등을 감각, 분류, 안목, 야심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대담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감각'은 잡지를 어떠한 감각으로 만들며, 잡지를 만들기 전과 만들게 된 지금 바뀌게 된 감각이 있는가 등에 대한 내용으로 대화가 이뤄졌다. "브로드컬리" 조퇴계 편집장은 "직장에 있다가 잡지를 만들러 나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이었다. 진짜를 만들어내는. 그런 감각을 갖고자 노력하다가, 창간호를 만들고 그 생각을 접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나름대로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물성'을 독자에게 선사하고 싶었다는 조퇴계 편집자는 "이 감각을 유지하고자 원가를 무시했었다."며 '종이계의 벤츠'라는 독일산 종이를 과감하게 사용하고, 종이의 질감을 온전하게 느끼게 하고 싶어 코팅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결과 단가는 엄청나게 뛰었고 코팅되지 않은 표지는 떼가 타기 일수였다. 

브로드컬리를 소개하는 조퇴계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브로드컬리를 소개하는 조퇴계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조퇴계 편집장은 "지금 추구하는 감각이 있다면 바로 '원가 중심 사고'라고 감히 말씀드리겠다."며 "당시에는 자존심과 욕심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종이가 벤츠가 아니라더라도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온전히 안에 담아낸다면 독자는 나름대로 만족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토크" 박지수 편집장은 "나는 어떤 감각을 많이 쓰는 편집자인가라는 질문으로 받아들였다."며 단행본 편집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청탁 능력", "교정교열 능력", "레이아웃 능력"으로 꼽았다. 여기에 더해 잡지 편집자들에게 "취재와 기사작성 능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 네 가지 능력 중 박지수 편집장이 가장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레이아웃 능력"이다. 

"사진을 전공했기에 사진에 글을 붙이는 멋없음에 대해 고민한다. 사진 한 장은 특별한 사물과 특별한 순간을 담지만 문장으로 환원되면 이미지가 뭉뚝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 박지수 편집장은 "언제나 이미지에 걸맞은 적당한 텍스트를 쓰는데 버거움을 느끼기에, 잡지라는 매체 속에서 사진 이미지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 화보 안의 사진 배치, 순서 등 레이아웃을 머릿속에서 넣고 빼며 여러번 돌려본다. 만약 다음날이 인쇄인데 한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자신은 교정교열보다는 사진 순서를 바꾸거나 크기를 바꾸는 타입일 것"이라고 말했다. 

"핑거프린트" 박경린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핑거프린트" 박경린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분류'는 잡지의 컨셉이나 주제를 정하고 분류화를 할 때 찾아오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가 오고갔으며, 특히 소재의 고갈이나 시의를 놓치는 것이 중점이 되었다. "핑거프린트" 박경린 편집장은 "잡지의 주제가 누구나 흔하게 쓰고 누구나 알고 있는 사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물을 선정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매력적인 사물이더라도 사람들의 이야기나 감정을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는 항상 고민"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물은 흔하지만 그에 담긴 이야기를 끌어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1호를 제작할 때에는 "'어떤 펜과 특정한 종이가 만나는 질감을 너무 좋아하므로, 꼭 그 펜에 그 노트를 써야 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찾고 싶었지만 찾아내기 너무 어려웠다."며 적합한 인터뷰이를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브로드컬리" 조퇴계 편집장은 "브로드컬리는 소진된 이슈를 위주로 다룬다."고 이야기했다. 제주도 편이나 서점 편이 대표적인데, "긍정적 내용이 많아졌을 때 다른 각도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은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결과는 뒤늦게 나온다. 제주도가 이슈가 되어 '뽐뿌'가 오고, 이주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이들은 1, 2년 뒤에나 이주를 할 것이다. 그때에 저희를 필요로 하는 독자가 생겨날 것"이라는 것이다. 

'안목'은 잡지를 만드는 편집장의 판단 능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오고갔다. 편집자의 안목이란 항상 옳을 수 없고, 때때로 치명적인 실수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핑거프린트" 박경린 편집장은 "내가 보는 것이 정말 좋은가, 내가 좋은 것이 남들이 생각한 것보다 좋은 것인가 등에 대한 고민은 책을 만들기 이전 큐레이터 일을 할 때부터 해왔다."고 이야기했다. 박경린 편집장은 "종이를 고르는 순간, 작품과 작가를 고르는 순간, 디자인을 최종결정하는 순간 등 모든 순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 같다."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보스토크" 박지수 편집장은 "편집자가 자신의 눈에 취해 안목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눈을 믿고 있다는 것"이며 오히려 "편집자가 자신의 눈을 못 믿는 경우를 더 경계한다."고 이야기했다. 제대로 된 주관 없이는 어떤 것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지수 편집장은 "사진잡지, 미술잡지에서 A라는 작가를 다룬다고 할 때,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편집자는 작가에게 대표작 몇 점을 요청하고, 가장 중요한 작품을 물어본 후 그것을 표지로 배치한다. 특정 작가의 특정 작품이 전부 표지로 오게 되는 일이 생긴다."며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잡지는 작가의 것도 아니고 편집자의 것도 아니며, 최종적으로 독자의 것이기에 편집자는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하고, 자기 눈이 작가보다 독자 쪽에 향해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됐으며, 잡지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생기는 고민과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잡지들은 모두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B홀에 마련된 "잡지의 시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세 잡지 이외에도 다채로운 각 분야의 잡지들과 접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