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한국문학번역원 윤부한 경영기획본부장, 토마스 멜레, 이기숙 번역가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6/30167_20205_2911.jpg)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6월 12일 국내에 소개된 독일 작가 토마스 멜레의 소설 “등 뒤의 세상”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번역됐다. 주한독일문화원과 한국 머크가 협력하여 개발한 “소셜 번역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로, “소셜 번역 프로젝트”는 작가와 번역가가 온라인을 통해 토론과 대화를 나누며 번역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등 뒤의 세상”의 출간과 더불어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소셜 번역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1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진행 중인 코엑스 A홀에는 “등 뒤의 세상”의 저자인 토마스 멜레와 이기숙 번역가가 참여한 가운데 “문학 번역의 새로운 방식”이라는 제목으로 교류 행사가 이뤄졌으며, “소셜 번역 프로젝트”와 프로젝트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등이 청중들에게 소개됐다.

“소셜 번역 프로젝트”는 소셜 기능을 제공하는 E-book 플랫폼 ‘렉토리(LECTORY)’를 통해 진행된다. 원문을 보며 번역문을 작성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에 텍스트에 메모를 첨부하거나 다른 번역가들과 논의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이 더해진다. 번역자는 애매한 문장이나 번역하기 어려운 단어 등에 대해 다른 번역자에게 의견을 물을 수도 있고, 심지어 작가에게 직접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소셜 번역 프로젝트”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등 뒤의 세상”에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번체, 간체), 몽골어, 태국어, 베트남어, 벵골어, 마라티어, 신할리어 등 총 10개 언어권의 10명의 번역가와 저자인 토마스 멜레가 참여했다.
![플랫폼을 통해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 = 소셜 번역 프로젝트 영상 갈무리]](/news/photo/201806/30167_20209_3014.jpg)
이기숙 번역가는 “소셜 번역을 한다고 들었을 때 소셜과 번역이 어떻게 같이 엮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에는 반신반의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번역가들의 워크숍을 거치고 실제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치자 그러한 생각은 바뀌었다. 이기숙 번역가는 “아시아 문화권의 다른 번역가들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지평이 넓어지는 면이 있었다. 번역의 최종적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는 것이지만, 다중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저자인 토마스 멜레와 이기숙 번역가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6/30167_20210_3036.jpg)
다른 언어권 번역가들과의 교류와 작가와의 직접적인 교류는 번역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 이기숙 번역가는 “작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단어가 있기도 했다. 번역가들이 모두 알아들을 수 없어 작가에게 물어봤는데, 의미가 ‘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고아에 갔다왔을 법한 히피’라는 의미였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굉장히 놀라웠다고 말한 이기숙 번역가는 “설명이 없었다면 눈치껏 짐작해서 번역했을 것이고, 나중에 찝찝함이 남았을 것”이라며 “작가가 어떤 부분을 직접 말해준다거나 ‘내 의도는 이런 것이었다’고 말해줄 때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과정은 저자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저자인 토마스 멜레는 번역 과정에 참여하며 ‘텍스트가 작가보다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작가의 의도를 묻는 질문이 번역자들로부터 여러 차례 도착했지만, 스스로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썼을까”를 텍스트에서 유추해야만 했었다는 것이다. “소셜 번역 프로젝트”가 “소통 과정에서 작가에게 상당한 것을 요구하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말한 토마스 멜레는 “여러 번역가들의 번역을 동시에 도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토마스 멜레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6/30167_20213_3120.jpg)
한편 “소셜 번역 프로젝트” 개발에 협력하고 이번 행사를 주관하기도 한 주한독일문화원은 22일 저녁에는 주한독일문화원 건물에서 “등 뒤의 세상”을 낭독하고, 저자와 번역자가 참여한 가운데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