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마켓 이상의 기능 찾아낸 서울국제도서전, "‘엄숙주의’ 벗어내고 독자 네트워크의 길로"
[기자수첩] 마켓 이상의 기능 찾아낸 서울국제도서전, "‘엄숙주의’ 벗어내고 독자 네트워크의 길로"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6.2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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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입장에 앞서 길게 줄은 선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 = 김상훈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입장에 앞서 길게 줄은 선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서울국제도서전은 역대 도서전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17년에는 ‘변신’이라는 키워드로 변화하는 출판계에 주목하면서 도서전의 변화를 보여주었다면, 올해에는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출판계의 확장이라는 산업적 측면부터 도서전 행사의 한계 확장까지 이어졌다고 평가할 만 하다. 

첫 날 입장 전부터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으며, “여름, 첫 책” 사인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주말에 이르러서는 행사장 내부를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이나 저자 강연, 심포지엄에는 출판계 관계자들 뿐 아니라 관람객도 자리하여 어딜 가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이처럼 뜨거운 열기와 함께 제대로 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2018 서울국제도서전의 요모조모를 뉴스페이퍼에서 살펴보았다. 

- 할인 마켓 이상의 기능 찾은 서울국제도서전 

14년 도서정가제의 강화 법안이 통과되며 직, 간접 할인폭이 15%로 제한되자 할인 마켓의 기능을 제공하던 도서전은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 2010년 590여 개 출판사가 참여한 가운데 13만 명 이상이 방문했던 서울국제도서전은 2016년에는 378개 출판사가 참여하고 방문객은 10만 여 명에 그치면서 쇠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016년에는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이 대거 불참하고, 이에 맞춰 독자들도 도서전을 찾지 않으며 도서전이 갖고 있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만난 시민 이 씨(28세, 양천구 거주)는 과거의 도서전의 모습을 “거대한 할인 매장”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씨는 “학교에서 단체로 도서전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방문에 앞서 선생님으로부터 책을 싸게 살 수 있으니 2만원 씩 챙겨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 싼 값에 서너 권 이상의 책을 살 수 있었다.”며 심지어 “그 자리에서 흥정해서 책을 더 싸게 구입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 씨에게 2018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이 씨는 “과거에는 서점 같은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연예인 추천도서나 잡지 부스 등 볼 거리가 많았다. 도서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사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주요 출판사들의 외면, 줄어드는 관람객, 행사의 모호한 성격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서울국제도서전은 2017년에 ‘변신’이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결과 마켓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잡지의 시대"와 "무슨 책 읽어?" [사진 = 김상훈 기자]
"잡지의 시대"와 "무슨 책 읽어?" [사진 = 김상훈 기자]

올해의 서울국제도서전은 2017년 ‘변신’에 성공한 출판인들의 아이디어가 ‘확장’하여 선보이는 자리였으며, 특히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들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여름, 첫 책”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유명 필자의 책을 단독 판매하는 기획으로, 사인회와 병행하여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독특한 잡지들을 소개하는 “잡지의 시대”, 독자에 맞춰 책을 처방해 주는 “독서클리닉”에도 인파가 몰렸다. 대형 출판사들은 부스를 크게 꾸미며 독자들을 맞이했고, 작은 출판사들은 자신들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게 부스를 꾸미며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으며, 주최 측이 마련한 “여름, 첫 책” 코너, 장동건의 기부 도서, “무슨 책 읽어?” 등에는 기념사진을 찍는 독자들로 붐비기도 했다. 
아직도 국내 도서 행사의 대부분이 서점의 기능에만 머물러 있다. 각 지자체의 책 축제들은 대부분 작은 ‘동네 축제’로 끝나거나 종합서점 정도의 기능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은 17년 ‘변신’에 성공한 도서전이 앞으로 어떻게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 행사라 할 수 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독자와의 호흡으로 더 많은 가치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을 찾은 독자들 [사진 = 김상훈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을 찾은 독자들 [사진 = 김상훈 기자]

- ‘출판 비즈니스 트렌드’는 ‘네트워킹’, 참여 출판사들의 분발도 필요 

2018 서울국제도서전은 ‘확장’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다양한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개최하여 출판 산업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모색했다. 전자책, 오디오북, 웹 플랫폼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부터 OSMU, 국제 유통, 해외 출판 시장 등 출판 산업에 대해서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었으며, 독자들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로 꾸려져 어디를 가건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행사 기간 동안 출판 비즈니스 모델로 강조됐던 것은 ‘독자 네트워크’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제4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에서 발제자로 참여하여, 개별 출판사가 독자를 개발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시대에 독자 개발의 비용은 과거에 비하면 훨씬 낮아졌으며, 독자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출판사의 금전적 이익은 물론 업무 최적화, 콘텐츠 가치 극대화가 가능하리라는 것이었다. 

위르겐 부스 사장 [사진 = 뉴스페이퍼]
위르겐 부스 사장 [사진 = 뉴스페이퍼]

독자 네트워크의 개발은 한국 뿐 아니라 해외의 출판 시장에서도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제 콘퍼런스에 초청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위르겐 부스 사장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독자들은 저자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경향이 있으며, SNS를 활용해 네트워크와 자체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렇듯 독자 네트워크 만들기가 출판사들의 도전 과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서울국제도서전 현장에서 북클럽 가입자를 모집하는 출판사들도 있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이자, 20만 명을 넘는 독자들이 찾는 오프라인 행사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행사를 찾아갈 만큼 책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독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책을 서점처럼 전시만 해두고 판매하는 출판사들이 있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독자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은 ‘확장’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단순한 판매 서점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여력이 적은 출판사라 할지라도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장식을 한다거나 이벤트를 준비하는 등 독자와 더욱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행사의 주최 측 뿐 아니라 출판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엄숙주의’ 벗은 서울국제도서전, 발전 기대 돼 

서울국제도서전이 진행됐던 코엑스 A홀 한편에는 라이트노벨 특별 부스가 마련됐다. 애니메이션풍 캐릭터 등신대가 세워지고 라이트노벨 표지가 벽면을 꾸민 특별 부스는 언뜻 보기에는 몹시 이질적으로 느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이트노벨 독자들이 만들어내는 열기는 도서전이라는 행사를 환기시켜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인회나 한정판 도서 구입을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질서정연하게 입장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 부스 [사진 = 김상훈 기자]
라이트 노벨 페스티벌 부스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번 행사에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라이트노벨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정말로 좋아하는 법을 알고 있다. 라이트노벨과 관련된 행사장에는 좋아하는 책 속 캐릭터의 모습을 따라한 코스튬 플레이어의 모습이나, 원본 도서를 가지고 2차 창작한 결과물을 공유하는 등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독자 스스로 ‘좋아서’ 한다는 점은 독자 개발과 독자 네트워크 형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출판사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이트노벨은 지금까지의 도서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해왔다. ‘일반 독자가 읽는 것과 다른 무언가’라는 선입견이나 ‘너무 상업적이다’는 비판이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은 “확장”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라이트노벨 관련 행사를 함께했고, 이는 도서전을 찾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되었다. 

본지 기자는 2016년 서울국제도서전을 시작으로 3년 째 서울국제도서전을 취재 차 방문하고 있다. 16년 서울국제도서전을 ‘볼 거리도 없었고, 책은 비쌌으며, 강연은 어려웠다.’로 기억하고 있는 기자에게 있어 17년 ‘변신’에 성공하고, 그에 뒤이어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서울국제도서전은 향후의 행보가 상당히 기대된다. 올해에는 특히 문학적 엄숙주의를 벗고, 다양한 기획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도서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서울국제도서전의 발전을 기원한다.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모습 [사진 = 김상훈 기자]
서울국제도서전 현장 모습 [사진 =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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