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은 힐링이다", “일본적 마음” 저자 김응교 시인 강연
"일본인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은 힐링이다", “일본적 마음” 저자 김응교 시인 강연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6.2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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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교 시인의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김응교 시인의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87년 무라카미 하루키가 발표한 “상실의 시대”는 일본 내에서 43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하루키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하루키 신드롬”은 한국에도 흔적을 남겼는데 90년대에는 “상실의 시대”로, 2000년대 들어서는 “해변의 카프카”로 젊은이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도 그의 신간은 수십 만 부를 훌쩍 넘길 정도의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 하루키의 소설은 독자들에게는 콜라 같은 청량음료로, 일부 평론가들에게는 자본주의 상품이나 마약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적 마음』(책읽는고양이, 2017)의 저자 김응교 교수는 일본인에게 “하루키 문학의 핵심은 치유”이며 “하루키의 문학은 일본인들에게 비타민처럼 여겨진다. 하루키 소설의 핵심에는 일본인을 위한 힐링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하루키의 문학의 어디에서 치유 받는 것일까. 

여행인문에세이 "일본적 마음"을 소개하는 김응교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여행인문에세이 "일본적 마음"을 소개하는 김응교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6월 21일 오후 2시 2018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인 서울 코엑스 A홀에는 김응교 교수의 “일본적 마음과 무라카미 하루키” 강연이 진행됐다. “일본적 마음”은 김응교 교수가 펴낸 인문여행에세이로, 일본의 예술과 문학을 살펴보며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의식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김응교 교수는 저서 “일본적 마음”에서 주목 받은 한 편의 에세이, 하루키 소설의 특징을 정리하고 하루키 소설이 일본인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응교 교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의 주제를 “치유를 통해서 단독자가 되는 것”이라고 보고, “상실의 시대”와 “기사단장 죽이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상실의 시대”는 전공투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전공투는 전학공투회의의 줄임말로, 일본에서 진행됐던 학생운동 조직을 뜻한다. 하루키는 20살이 되던 해 전공투의 실패를 보았고, 이후 쓰여진 소설 “상실의 시대”에는 전공투의 실패를 겪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상실의 시대”는 “겉으로는 여학생과 자유롭게 성행위하며 지내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허무주의, 결핍주의, 희망이 없는 절망의 시대를 견디는 이야기가 있으며 “전공투 이후 희망을 잃고 권태롭게 살아가는 일본 청년들에게 위로를 준다.”고 말했다.  

1980년대말 한국 문학에 하루키 문학이 풍미했던 까닭을 그는 밀란 쿤데라와 비교해 말했다. 

“1980년대 말 한국에 하루키 문학과 함께 한국에 성행했던 작가는 밀란 쿤데라입니다. 밀란 쿤데라는 1968년 반파시즘 투쟁이 실패하고 난 뒤 실망한 젊은이들을 위한 고해성사입니다. 하루키 문학은 1969년 전공투의 실패 이후 권태롭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죠. 1987년 민주화 투쟁이 노태우 정권으로 이어지고 소련도 몰락하며 희망이 붕괴하던 시기에 밀란 쿤데라와 하루키는 한국의 젊은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겁니다.”    

하루키의 소설에는 하루키만의 독특한 특징이 존재하고, 가장 최근작인 “기사단장 죽이기”는 하루키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 중 하나다. 김응교 교수는 “하루키 문학의 핵심적인 기법은 허구 곧 ‘하루키 시뮬라크라’라는 완벽한 소설적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장례식은 원래 병풍 뒤에 관을 두고 시체 냄새를 맡는 것이 진실이지만, 지금은 시체가 냉동실에 가 있고, 영정이라는 헛것 곧 시뮬라크르 앞에서 운다. 우리 세계에는 허상이 많으며, 대체로 가공은 거짓이지만, 가공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가가 하루키다.” 

하루키의 소설은 허구와 현실을 넘나들며, 이밖에도 일관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철저히 관리하는 라이팅 전체주의”, “환상성을 부각시키는 엄마의 이미지”, “나갔다 돌아오는 순례기의 구조를 갖고 있다”며, 김응교 교수는 “하루키 소설의 첫 문장은 독자를 판타지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며 “기사단장 죽이기”의 프롤로그와 하루키 소설의 첫문장 등을 소개했다. 

“오늘, 짧은 낮잠에서 깼을 때 ‘얼굴 없는 남자’가 앞에 있었다. 그는 내가 잠자던 소파 건너편 의자에 걸터앉아, 얼굴 없는 얼굴 위 가상의 두 눈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김응교 교수는 “하루키 소설은 펼치자마자 첫 문장에서 우리를 판타지로 몰고 간다. 판타지를 만드는 방법은 세 단계가 있는데, 먼저 현실이 있고, 2단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며, 3단계에서 환상의 세계에 접하게 된다. 이 ‘성스러운 세계’에 있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일탈이 되는 것이며, 그것을 종교에서는 예배, 예불, 미사라고 부른다. 하루키 문학은 이런 의미에서 판타지로 구성된 순례자의 길”이고 말했다. 

하루키 소설의 특징에 대해 소개한 김응교 교수는 “기사단장 죽이기”가 궁극적으로 “일본의 아버지 세대가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세대”라는 이야기이며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조금은 낯선 하루키의 역사 인식과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는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이 소재로 등장하며, 이 ‘기사단장 죽이기’의 모티프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인데, ‘돈 조반니’의 돈 조반니는 여주인공인 돈나 안나를 겁탈하려던 도중 그녀의 비명소리를 듣고 나타난 아버지 기사장을 살해한다. 김응교 교수는 “전쟁을 겪은 세대를 살아있지만 이미 죽어있는 것으로 보고, 그 세대의 사상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암시처럼 읽힌다.”고 보았다. 

하루키의 모든 소설이 겨냥하는 것은 치유다. 일본 사람들에겐 잠깐의 힐링이 될지도 모르지만, 하루키가 일본인에게는 거짓된 힐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힐링으로 감동으로 다가오겠지. 그의 소설은 일본인들의 아픔에 깊게 가 닿았다. 하루키 문학은 역사를 보는 시각이 한국인과 다르지만, 일본인과 세계인들에게는 치료가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이다. 

하루키 소설은 ‘소설 놀이공원’이다. 롯데월드에 역사성이 없다고 지적하는 것은 애시당초 코드가 다른 말인 것 같다. 다만 『해변의 카프카』처럼 반(反)역사로 가지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루키는 더도 덜도 말고 잘 짜여진 하루키 놀이공원, 환상의 ‘하루키 시뮬라크르’다. (김응교 “일본적 마음” 114면)

이 문장이 김응교 교수가 하루키 문학을 평가하는 부분이다. 김 교수가 쓴 여행인문에세이 “일본적 마음”은 하루키의 문학뿐만 아니라 만엽집, 풍속화 우키요에, 와비사비, 야스쿠니 신사 문제 등 일본의 문화 예술  역사에서 일본인의 마음을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행기이자 인문서적이다. 한편 하단은 '최재천의 책갈피'에 소개된 "일본적 마음" 관련 영상으로, "일본적 마음"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다.

"일본적 마음" 출판사 부스에서 저자 사인회가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일본적 마음" 출판사 부스에서 저자 사인회가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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