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서울국제도서전 “문화거점 서점의 역할과 기능” 말해보는 콘퍼런스 성료
책만 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서울국제도서전 “문화거점 서점의 역할과 기능” 말해보는 콘퍼런스 성료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7.0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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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과거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공간이었던 서점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역할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독서모임이나 낭독회가 정기적으로 열려 다른 독서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있는 동네책방이나 간단한 음료와 공간을 함께 제공해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감성책방, 라이프 스타일이나 관심 분야를 공유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거점으로서의 서점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 시대에 서점은 새로운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콘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삼성코엑스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을 맞아 “현대의 도시에서 서점이 어떤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018 서울국제도서전 ‘확장’ 주제 세션으로 마련된 프로그램 “변신하는 서점, 진화하는 서점 : 새로운 문화거점 서점의 역할과 기능”이다. 이날 세션의 사회는 안유정 작가가 맡았으며, 발표로는 위트앤시니컬의 대표 유희경 시인과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 조경환 서울산책 대표가 참여했다. 

물방울에 의한, 물방울 공동체를 위한 서점을 제안합니다. 

유희경 시인은 “출판시장에서는 늘 우리가 굶주려 있고 침체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서점에서 진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사람들이 책을 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읽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출판계를 진정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독자가 책을 읽었을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 독서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 

유희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유희경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를 위해 필요한 개념이 바로 “물방울 공동체”이다. 여기서의 ‘물방울’은 이탈리아의 교수 조르조 아감벤이 저서 “불과 글”에서 언급한 개념을 빌려온 것이다. 조르조 아감벤은 저서에서 “세상에는 물방울 인간과 소용돌이 인간이 존재한다.”며 “물방울 인간은 안간힘을 써서 바깥으로 분리되려고 노력하는 인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희경 시인은 “책이라는 물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철저하게 내면화된 개인적인 시간을 즐긴다.”며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물방울 인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 시인은 이런 물방울 독자들이 하나의 지향성을 가지고 모여 의미를 가질 때, “물방울 공동체”를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느슨하게 제 취향의 문학을 향유하는 공동체, 생태계, 테두리이다. 그러며 유 시인은 “책을 읽는, 좋아하는 사람이 가시적 형태를 갖게 됐을 때야말로 나라에 독서와 책에 대한 정책을 요구할 수 있고, 독서를 하는 이들이 가치와 의미를 가진 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트 앤 시니컬에서는 독서문화에 기여하기 위해 “두 시간 클럽”과 “낭독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두 시간 클럽”은 참여자들의 휴대폰을 걷어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독서모임이며, “낭독회”는 1년에 총 12회 가량 진행되는 위트 앤 시니컬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낭독회의 경우 노쇼를 막기 위해 유료로 진행되지만, 참여자들에게 음료 등 2만 원의 혜택을 돌려준다.

유희경 시인은 “물방울 공동체”의 형성에는 작은 서점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지금의 대형서점은 보다 많은 상품을 파는 데에 집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서점이 공동체를 모으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의 독자들은 어떤 경로로 책을 어떻게 접하고 있는가? 

유희경 시인은 최근 책을 읽은 이들의 서평은 점점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다 말했다. 인터넷의 상단 노출이나 대형 오프라인 서점의 매대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 유희경 시인은 “저는 이게 불편하고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책에 대한 누군가의 의견은 귀담아 들을만한 것이 돼야 한다. 흥미로운 토론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로 유어마인드 대표는 “독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책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보도자료에 이 책이 안 좋다고 쓰는 출판사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주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 유희경 시인은 이에 공감하며 “책을 클릭해서 구매하는 게 아닌, 골라서 끄집어내고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야말로 소중하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것이 가능한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서점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경민 서울산책 대표는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책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곳에 책이 있어야, 읽는 습관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길거리, 공원, 빌딩 로비, 동네 어귀, 담벼락 등 어디에서든 책과 접촉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서점”이라며 “책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 그런 의미에서의 책방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돕는 서점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조경민 서울산책 대표. 사진 = 육준수 기자
조경민 서울산책 대표.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유희경 시인은 “개인적으로는 책의 표지가 예뻐서 사야겠다는 태도도 바뀌길 바란다.”며 극단적으로는 “책 표지가 모두 화이트로 통일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전했다. 

끝으로 각 책방의 대표들은 사회자의 “책방은 장사가 안 되지 않냐.”는 질문에 실제 매출 면에서 많이 힘든 편이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유희경 시인은 “위트 앤 시니컬에서 한 달에 천 권이 팔린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며 “그렇다고 해도 순수익 중에서 월세와 잡비를 빼면 얼마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점의 주인들은 이런 힘든 와중에도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 

이날 세션은 서점 개업을 꿈꾸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과 출판계 관계자들의 많은 참여 속에서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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