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7/30328_20475_5422.jpg)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프로그램의 5번째 사전 강연이 6월 27일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번 인문열차의 탐방지는 보은과 옥천으로, 사전 강연에서는 “고향을 그리워한 시인들”이라는 주제로 정지용과 오장환의 작품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는 국립중앙도서관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코레일이 함께 진행하는 인문 프로그램이다. 사전 강연을 통해 시민들이 인문학적 지식을 습득하고, 이후 지역 탐방에 참여하여 인문학을 생활과 현장 속에서 체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문열차 프로그램의 올해 대주제는 문학이며, 6월 현재까지 통영, 남원, 경주, 춘천 등을 탐방한 바 있다.
![강사로 나선 문혜원 아주대 교수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7/30328_20476_551.jpg)
사전 강연에는 문혜원 아주대 국문과 교수가 강사를 맡아 정지용과 오장환의 인연, 고향을 그려낸 모습 등을 살펴보았다. 문혜원 교수는 “정지용과 오장환, 두 사람이 모두 충북 출신의 동향이다. 정지용은 충북 옥천, 오장환은 충북 회인 출생인데, 멀지 않은 거리에 살았고, 고향의 모습을 그려낸 시가 많은 시인들이다.”며 두 시인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지용은 1902년 옥천에서 태어나 1918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한다. 1923년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함께하는 학교 문예지 “휘문” 창간호의 편집위원을 역임한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1929년 휘문고보에 영어교사로 부임하는데,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휘문고보에 재직하게 된다.
정지용과 오장환의 인연은 오장환이 1931년 휘문고보에 입학하며 시작된다. 정지용은 휘문고보의 교사로 부임하고 있었고, 오장환은 정지용으로부터 시를 배우고, 휘문고보 문예지 “휘문”에 작품을 발표하며 시를 쓰게 된다. 오장환은 33년 11월 “조선문학”에 시 ‘목욕간’을 발표하며 데뷔하게 되고, 정지용의 뒤를 잇는 시인으로 각광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한다.
문혜원 교수는 “두 사람은 각별한 인연이 있는 사이였고, 정지용이 각별하게 오장환을 아꼈다고 한다.”라며 “오장환이 1935년 휘문고를 자퇴하고 일본으로 건나 가며 학교에서의 인연이 끝난다.”고 설명했다.
두 시인은 모두 고향을 소재로 하는 대표시를 남겨놓았는데, 정지용의 시 ‘향수’는 고향인 옥천의 풍경을 소재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나가고, / 얼룩백이 황소가 /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 ‘향수’ 일부
문혜원 교수는 “시인이 기억하는 고향의 풍경을 5개의 연으로 나눠 그려놓고 있다. 각각의 장면에서 고향은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모양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것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구절이 후렴구처럼 배치됨으로 해서 고향에 대한 시인의 그리움을 더 간절하게 형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시에 그려진 고향 풍경은 스틸 컷처럼 고정되어 있다.”며 “실제 고향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시인의 기억 속에서 이상화된 장면들이 병렬되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대 도시로 옮겨온 시인이 겪는 고독감이 만들어낸 이상화된 고향의 모습을 그린 시”라는 것이다.
![옥천에 위치한 정지용 생가터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7/30328_20477_5522.jpg)
정지용의 ‘향수’가 고향을 평화롭고 이상적인 공간으로 그리고 있는 것에 비해, 오장환이 그려내는 고향의 이미지는 안타깝고 가슴 아픈 곳으로 형상화된다. 문혜원 교수는 “고향을 슬프고 쓸쓸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오장환 개인의 경험과 기질에서 온 것”이며 또한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거주지를 자주 옮겨야만 했던 오장환의 개인적인 성장 환경과 1930년대의 식민지 수탈이 심해지며 유랑하는 사회적 현실 또한 반영됐다는 것이다.
오장환의 시 ‘향수’는 고향의 구체적인 공간을 드러내지 않고, 어머니에게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아들을 화자로 등장시켜 어머니를 애타게 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 ‘황혼’에서의 고향은 늙은 어머니가 얕은 키를 꼬부려가며 농사를 짓는 쓸쓸한 곳이고, 병튼 학처럼 자꾸 야위어가는 쓸쓸하고 쇠락한 곳이다.
“진종일 /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 //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 양귀비 끓여다 놓고 /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 오장환, ‘고향 앞에서’ 일부
1940년 발표한 ‘고향 앞에서’는 봄이 와서 날이 풀리는 무렵 나룻가를 서성이는 화자가 등장한다. 화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설렘에 “행인의 손을 쥐면 따듯하리라”는 기대를 가지지만, 실은 “전나무가 우거져있고 집집마다 누룩 뜨는 냄새가 나는 고향”은 이미 사라진 것을 알고 있다. 문혜원 교수는 “화자의 착잡한 심경을 표현하고 있으며, 고향을 소재로 한 오장환의 시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아울러 당대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문혜원 교수는 “두 작품은 고향의 이미지가 다르고, 화자의 태도 또한 다르다. 두 시가 쓰여진 시기의 차이를 통해 설명될 수 있는데, 정지용의 시가 1910년대~20년대 초반의 농촌 풍경과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것에 비해, 오장환은 1930년대의 현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문열차 사전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news/photo/201807/30328_20478_5549.jpg)
이날 사전 강연은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현장 추첨을 통해 5명에게 탐방 기회를 제공했다.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 제5회 현장탐방은 오는 7월 14일 충북 보은과 옥천에 위치한 정지용 문학관과 생가, 오장환 문학관과 생가로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