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탐방기 : 음악을 철로삼아 평화로 달리는 기차
[탐방기]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탐방기 : 음악을 철로삼아 평화로 달리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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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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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웹사이트 대문 이미지.
DMZ Peace Train Music Festival 웹사이트 대문 이미지.
DMZ 평화열차의 외부 모습.
DMZ 평화열차의 외부 모습.

[뉴스페이퍼 = 남유연 객원칼럼니스트] 지난봄에 이뤄졌던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6월의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평양 옥류관 냉면과 같은 가벼운 이야깃거리에서부터 이산가족상봉의 무거운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횡단열차로, 남한을 출발해서 북한을 지나 러시아의 시베리아 땅을 가로질러 유럽까지 가는 열차 여행에 대한 기대가 크다. 만약 북한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차가 개통된다면, 그 여행의 시작은 올해 6월 23일에 서울역을 출발해 백마고지역까지 운영된 DMZ 피스 트레인과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DMZ 평화열차의 내부 모습.
DMZ 평화열차의 내부 모습.

 

‘Give Peace a Chance (평화에게 기회를 주자)’라는 구절을 모토로 개최된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23, 24일에 걸쳐 철원 고석정에서 개최된 국제 음악 페스티벌이다. 21, 22일에는 서울에서 사전 행사가 열렸다. 필자는 DMZ 피스 트레인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철원으로 가는 DMZ 피스 트레인에 탑승하였고 고석정에서 뮤직 페스티벌도 즐겼다. DMZ 피스 트레인, 평화열차는 평상시에도 웹사이트에서 일정 확인 후에 탈 수 있는 노선의 기차이지만, 6월 23일에 운영된 열차는 특별했다. 이 열차는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참여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열차로, 열차 안에서 유명인들의 강연이 열렸고 작은 공연들도 마련되었다. 3량의 짧은 열차에 강연자들, 프레스, 그리고 치열한 티켓팅을 뚫고 예약한 다양한 나이대의 일반 탑승자들이 탔다.  

마틴 엘본에게 자신의 강연 내용을 직접 영어로 번역하며 설명하는 박원순 서울 시장
마틴 엘본에게 자신의 강연 내용을 직접 영어로 번역하며 설명하는 박원순 서울 시장

열차에서는 DMZ 피스 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의 공동 조직위원장이자 유명 락 페스티벌 글라스톤베리의 메인 부커인 마틴 엘본이 강연의 시작을 열었다. 그는 남북평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평화의 필요성, 평화와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음악의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번째 강연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였다. 박원순 시장은 남북 평화 시대를 기대하며 평양과 서울, 도시 간의 교류를 이야기했다. 통역이 있었음에도 그는 외국 관계자들을 위해 직접 자신의 말을 영어로 번역하며 그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했다. 강연 후에도 박원순 시장은 많은 탑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에게도 어떻게 피스 트레인에 대해 알게 되었는지 물었고,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 강연자인 박은석 음악평론가는 평화를 모토로 1969년 뉴욕에서 열렸던 우드스탁 페스티벌을 예시로 들며 음악과 시대정신과의 만남에 대해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곡의 우수성 뿐 아니라 군부 정권에 대항하는 투쟁이라는 시대정신과의 만남으로 더욱 상징성을 부여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사례처럼, 박은석 음악평론가는 DMZ Peace Train 뮤직페스티벌 또한 남북평화라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축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했다. 정정호 문학비평가는 서사시와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 자료에 자신의 시를 실어놓았으며,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하였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 교수는 한국사회의 과도한 경쟁과 재벌독재, 권위주의 등의 문제점들의 원인을 냉전체제와 분단으로 꼽으며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냉전체제의 폐해를 비판했다. 

기차 안에서 공연하는 Newton Faulkner.
기차 안에서 공연하는 Newton Faulkner.

열차 안에서 갤럭시익스프레스와 Newton Faulkner의 공연이 있었다. 기차 안에서 라이브 음악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시골 풍경, 작은 간이역들의 모습과 음악이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 순간 음악과 함께 기차가 3.8선을 넘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트레인에서는 도시락도 나눠주었는데, 이북식 만두와 북한 두부밥이 특색이었다. 이북식 만두는 당면 없이 고기와 채소로만 꽉 채워져 있어 배를 든든하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 두부밥은 두부를 반으로 갈라 양념된 밥을 넣어서 만든다. 두부밥은 유부초밥처럼 생겼으나 유부 대신 두부가 있어 담백했다.

노동당사 전경. 노동당사 앞에서는 선우정아와 차진엽 Collective A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노동당사 전경. 노동당사 앞에서는 선우정아와 차진엽 Collective A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열차를 타고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노동당사였다. 무용수들이 노동당사 건물 내에서 현대 무용 공연을 하며 나래이션을 곁들여 노동당사 건물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노동당사는 1946년에 그 지역이 북한 땅이었을 때 조선노동당이 만든 러시아식 건물이다. 러시아식 건물은 철근이 없이 콘크리트로만 만드는 것이 특징인데, 6.25 전쟁을 겪으며 무너져 내린 부분들이 많았다. 1층은 취조실 겸 고문실로 이용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열차를 타고 온 사람들과 함께 관광을 즐겼다. 무용 공연 후에는 선우정아와 차진엽 Collective A의 공연이 있었다. 열차 내의 공연에서부터 노동당사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진행된 무용 공연, 그리고 선우정아와 차진엽 Collective A의 공연까지, 평화와 예술의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월정리역.
월정리역.

다음 목적지인 월정리역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월정리역은 과거 서울에서 원산까지 가는 경원선의 간이역이었으나 현재는 열차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 과거 폭격된 인민군의 화물열차가 당시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鐵馬(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적힌 거대한 팻말도 세워져있었다. 팻말 뒤의 녹색 철책 너머로는 북한 쪽의 DMZ가 보였다. 팻말에는 월정리역에서 한반도의 주요 도시들까지의 거리가 적혀있었는데, 월정리에서는 함흥이 부산보다 가까웠다. 올해 4월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했던 “멀다고 하면 안되갔구나” 라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월정리역에서도 소규모 콘서트가 이어졌다. 드럼 등 큰 소리를 내는 악기는 군사 훈련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에 보컬과 기타 한 두 대만 허용된 공연이었다. ‘강산에’, ‘방백’, ‘Newton Faulkner’의 공연이 있었다. 특히 ‘강산에’는 평양에서 공연도 했었던 만큼 ‘…라구요’에 대한 관객의 호응은 뜨거웠다.  
   

‘鐵馬(철마)는 달리고 싶다!’ 표지판. 녹색 철책 너머는 북한의 DMZ 구역이다.(좌) 고석정에서 이루어진 ‘강산에’의 무대(우)
‘鐵馬(철마)는 달리고 싶다!’ 표지판. 녹색 철책 너머는 북한의 DMZ 구역이다.(좌) 고석정에서 이루어진 ‘강산에’의 무대(우)
팔레스타인의 ‘Zenobia’의 공연
팔레스타인의 ‘Zenobia’의 공연

월정리역에서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피스 트레인 특별 프로그램이 끝나고 뮤직 페스트벌을 즐기러 고석정에 도착했다. 노동당사와 월정리역 관람이 포함된 특별 버스와 열차는 예매가 어려웠지만 뮤직페스티벌만 예매하는 것이라면 경쟁이 매우 심하지는 않았다. 23일에는 새벽 두 시 반까지 무대가 이어졌다. ‘이디오테잎’, ‘장기하와 얼굴들’, ‘강산에’, ‘갤럭시익스프레스’, ‘블루스파워’ 등의 밴드들이 무대에 섰다. 평화의 문제가 남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많은 외국 팀들도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팔레스타인의 ‘Zenobia’, 일본의 ‘Txako’, 태국의 ‘Phum Viphurit’ 등이 무대에 섰다. 특히 주목했던 팀은 팔레스타인의 ‘Zenobia’였다. ‘Zenobia’의 두 남성 멤버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남성이 머리에 쓰는 ‘카피예’를 쓰고 무대에 올라 중동의 독특한 가락들이 실린 음악들을 연주했다. 최근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서 또 한 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불거졌다. 현재 팔레스타인 국민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총격에 노출되어있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은 어떤 나라 못지않게 평화가 간절한 국가이다. 외세에 의해 눈물진 역사를 가진 팔레스타인의 팀이 외세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에서 함께 평화를 외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24일에는 ‘방백’, ‘새소년’, ‘잠비나이’, ‘크라잉넛’, ‘이승환’ 등이 무대를 빛내주었다. 프랑스의 아이유라 불리는 ‘Joyce Jonathan’, 일본의 ‘Anoice’, 스코틀랜드의 ‘Colonel Mustard and the Dijon 5’ 등의 외국 밴드들도 무대에 올랐다. 유명 밴드 ‘섹스피스톨즈’의 설립 멤버인 글렌 매트록이 한국의 기타리스트 ‘차차’ 차승우, 크라잉넛과 다함께 꾸민 무대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조합이었다. 글렌 매트록은 심지어 노개런티로 참여하였고, 세계의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나이대가 많은 층부터 젊은 층까지 두루 섭렵할 수 있는 국내 팀들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참여한 외국 팀들의 조화가 돋보였다.

고석정 옆의 주상절리.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고 래프팅을 즐길 수도 있다.
고석정 옆의 주상절리.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고 래프팅을 즐길 수도 있다.

뮤직페스티벌과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철원의 고석정 주변은 유명한 관광지로, 아름다운 주상절리를 볼 수 있고 래프팅, 깡통열차 등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주변에 음식점들도 많아 굳이 뮤직페스티벌 내의 부스에서만 음식을 먹을 필요도 없다. 무대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 주상절리의 계곡에서 풍경을 즐기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북한과 가까운 곳이고, 남북 평화를 바라는 시기인 만큼 주상절리를 보니 북한의 자연풍경에 대해서도 궁금한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이 동시에 일었다. 어긋난 단층이 화려하게 드러난 절벽들과 시원한 계곡물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능이 좋은 음향 장비 덕에 무대에서 연주되고 있는 음악들을 주상절리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DMZ Peace Train 평화 열차 패스 티켓.
DMZ Peace Train 평화 열차 패스 티켓.

내년에도 DMZ Peace Train 뮤직페스티벌이 개최된다고 한다. 올해는 철원 고석정의 뮤직 페스티벌에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인 23일 일반권, 24일 일반권과 23일에 서울에서 철원 고석정까지 가는 무료 버스와 노동당사, 월정리역 관람이 포함된 23일 버스 패스, 그리고 23일에 서울역에서 철원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무료 열차와 노동당사, 월정리역 관람이 포함된 24일 열차 패스가 있었다. 21일 목요일과 22일 금요일에도 서울에서 컨퍼런스들과 쇼케이스가 열렸었다. 모든 티켓은 무료였다. 올해와 내년의 운영이 비슷할지는 모르겠으나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십년 만에 불어온 남북 평화의 바람을 예상하고 DMZ 피스 트레인 페스티벌이 개최된 것은 아니지만, 페스티벌은 참가자들로부터 호평을 들었고 직접 참여했던 필자도 만족스러웠다. 남북 평화가 빠르게 진전되어 몇 년 후에는 한국에서 출발하여 유라시아 대륙을 여행하며 몇몇 경유 지역에서 소규모 콘서트들을 즐기고, 최종 목적지에서도 뮤직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게 되길 기원해본다. 

남유연 객원칼럼니스트
남유연 객원칼럼니스트

 

남유연 칼럼니스트  

이력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중, Pratt Institute Fine art - Painting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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