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진 시인, “한 문장, 한 문장 쌓아 전체를 보는 것이 시” 서아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다
최정진 시인, “한 문장, 한 문장 쌓아 전체를 보는 것이 시” 서아책방에서 독자들과 만나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7.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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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6월 30일 수원시에 위치한 서아책방에서는 최정진 시인이 함께한 “책방에서 만난 작가” 행사가 진행됐다. 

2007년 실천문학을 통해 데뷔한 최정진 시인은, 2011년 창비에서 시집 “동경”을 펴냈다. 

최정진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정진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최정진 시인은 자신이 자신의 시 세계를 밝히며, 습작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행사를 시작하며 최정진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들은 어떤 시점이 되면 근사한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경우에도 데뷔 직후 ‘세련된 언어’를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는 것. 하지만 최 시인은 “시를 쓰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라며 “시는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언어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 시인이 “밀도 있는 언어는 자기한테 가장 빛나는 세계를 들여다볼 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라는 것에 언어, 표현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들이 모여 어떤 지점을 건드리고 환기시키느냐.”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시는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언어”를 찾아가게 된다는 것. 

자신의 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유년기, 성장기를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정진 시인은 “저는 평생 지내온 순천을 떠나 서울의 대학원에 가며, 낯선 환경 속에 놓여 자신의 근원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그것이 시로 표현됐다고 밝혔다. 또한 시를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할 수는 없다”며 “이는 등단하기 전에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두렵다면 “타자화를 통해 거리를 일정 두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자의적인 단계에서만 그친다면 일기와 다를 바 없다.”며 최정진 시인은 “내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시를 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며 만약 그 감정을 쓸 수밖에 없는 상태라면, 적어도 “어떤 장면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수습하고 시를 끝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정진 시인이 자신의 시를 읽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정진 시인이 자신의 시를 읽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물론 시를 쓰다 보면, “단 한 문장만 떠오를 뿐 도무지 수습하거나 이어 쓸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마련이다. 

최정진 시인은 “그럴 때는 그 한 문장을 맨 밑으로 내려 보시라.”고 조언했다. 떠오른 한 문장은 개인의 경험과 사유의 산물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어째서 그런 문장을 썼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자체가 한 편의 시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 최 시인은 “사람들은 첫 문장이 근사하다고 생각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시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쌓아 전체를 보는 것”이라며 글쓰기의 방향을 바꿔보라고 말했다. 

글쓰기의 방법적 측면에 대해 설명하며, 최정진 시인은 자신의 경우 “어떤 것을 형상화시켰을 때 전달되는 빛깔 같은 음악성을 가진 시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의 ‘음악성’은 “동음이음으로 말장난하는 낮은 층의 음악성”이 아닌 “언어 자체가 겹겹이 쌓였을 때” 만들어지는 하나의 결을 의미한다. 최 시인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언어가 빛나는 지점을 찾다 보니 시가 점점 짧아지더라.”며 “첫 시집도 짧았는데, 두 번째 시집도 짧은 시 위주로 발간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정진 시인과의 만남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정진 시인과의 만남 현장. 사진 = 육준수 기자

끝으로 최정진 시인은 행사에 참여한 습작생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완성된 작품으로는 누구도 등단하지 못 한다.”며 신춘문예나 문예지 공모에서는 “다소 위태롭더라도 순수하고 낯선 신인의 가능성”을 보니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전했다. 또한 “위태로운 작품으로 등단하고 나면, 그 기회를 틈타 자기 앞에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며, 그것이 “성장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시인이 되기 전까지는 아름다움만을 생각했다면, 데뷔 이후에는 사실은 이게 경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어떨 때는 한 계절에 너무 많은 시를 써야하기도 하고, 반대로 전혀 못 쓰기도 한다.”고 일러주었다. 

한편, 최정진 시인은 앞으로의 동인 활동을 묻는 독자의 질문에 답을 해주기도 했다. 최 시인은 최정진, 김승일, 박성준, 박희수, 황인찬 시인이 모인 문학 동인 ‘는’의 소속이다. 최정진 시인은 “마지막 인원인 황인찬 시인에게 새 인원 추천권이 있는데, 더 이상 인원이 늘면 작게나마 권력화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원을 더 뽑지 말자고 제안하고 군대에 입대”했으며, 구성원들이 이에 수긍해 더 이상 인원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생각 못하고 있는 윤리적인, 아름다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활동을) 할 수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동인이란 이름으로 시집을 내거나 낭독회를 할 수는 있어도 다른 활동은 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정진 시인이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최정진 시인이 사인을 해주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최정진 시인과의 만남은 습작생들의 고민 상담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만남 이후에는 사인회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