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에서 사회로 뻗어나간 대상애”, 유순예 시집 “호박꽃 엄마” 출판기념회 성료
“자기애에서 사회로 뻗어나간 대상애”, 유순예 시집 “호박꽃 엄마” 출판기념회 성료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7.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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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예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는 자신을 사랑하면서 부모님과 딸, 고향의 자연을 사랑하고, 나아가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과 한광호 열사 등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존재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 “호박꽃 엄마” 출판기념회에서 맹문재 시인

유순예 시집 "호박꽃 엄마".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유순예 시집 "호박꽃 엄마".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5일 대방역 인근의 여성플라자 세미나 2실에서는 “호박꽃 엄마”의 출판기념회가 개최됐다. “호박꽃 엄마”는 푸른사상을 통해 출간된 유순예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날 시집의 해설을 쓴 맹문재 푸른사상 주간은, 유순예 시인의 시 세계를 ‘대상애’라고 정의했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바탕으로 가족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며, 그것을 사회적인 범위로 확장시켰다는 것.

맹문재 푸른사상 주간. 사진 = 육준수 기자
맹문재 푸른사상 주간. 사진 = 육준수 기자

유순예 시인의 대상애는 일찍이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형성된 자기애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시 ‘호박꽃 엄마’는 유순예 시인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가 심은 호박꽃을 보고 쓴 시”로,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상징이다. “쉬잇, 도둑 들라!”라며 새끼를 치마폭에 감싸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덕분에, 유순예 시인은 자신에 대한 애정을 가졌으며 타인을 치마폭으로 감쌀 수 있게 됐다. 스스로도 호박꽃 엄마가 된 것이다. 

시 '치자꽃'을 낭독하다 눈물을 보인 유순예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시 '치자꽃'을 낭독하다 눈물을 보인 유순예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유순예 시인의 대상애는 실제 경험이 반영된 시 ‘치자꽃’에서 가족적 차원으로 발현된다. 행사장에서 유 시인은 “이 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며 낭독하던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치자꽃’은 30년 전에 낳았으나 “아빠 되는 사람이 나 몰래 입양을 보내” 찾을 길이 요원했던 딸과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시에서 화자는 “서른두 살이 되어서야 모어를 배우게 된 너”에게 “찾아와줘서/바르게 자라줘서/고마워 꽃아!”라며 큰 사랑을 표한다. 자신을 향하던 사랑이, 가장 가까운 피붙이이며 각별한 사연을 가진 딸을 향하게 된 것이다.  

이어 대상애는 세월호 참사라는 우리의 비극적인 역사와 만나 그 범위를 확장시킨다. 유순예 시인은 과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당시 광화문 광장에 나가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쓴 바 있다.

304명을 수장시킨 그 시간에 수장은 무엇을 했는지 
변명 따윈 필요 없어 
성형시술을 했든 딴짓거리를 했든 상관없어 
수장이 위헌을 밥 먹듯이 했으면 
녹을 먹는 사람들이 
국사는 뒷전이고 뒷돈이나 받아 처먹었으면 
우리가 든 촛불들은 유유히 번지고 번져서 
너와 네 측근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릴 것이야 

-「탄핵촛불」 일부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순예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순예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시 ‘탄핵촛불’에서 유순예 시인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304명을 언급하며,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변명 따윈 필요 없”다고 단호한 분노를 보인다. 이는 유순예 시인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대상애의 시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순예 시인에게 세월호 희생자와 30년 전 타의에 의해 헤어졌던 딸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할 애정의 대상이며, 치마폭으로 감싸고 싶은 ‘새끼’이다. 그렇기에 유 시인의 분노는 솔직하고 직접적이다. 

유순예 시인의 대상애의 시각에서 볼 때, 세상의 모든 아픈 일들은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며, 때문에 이 사랑이 타인을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강민 시인이 유순예 시인과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강민 시인이 유순예 시인과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출판기념회에 참여한 강민 시인은 “광화문 촛불혁명 때 처음 알게 된 유순예 시인은, 그 추운 날씨에 매일같이 광장에 나와 작가회의 천막을 지켰다.”며 유 시인은 사회의 문제점을 외면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 시를 썼다.”고 이야기했다. 

행사를 끝마칠 무렵, 맹문재 주간은 이렇듯 “대상애로 나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시인들이 지향해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며 “유순예 시인의 대상애에 대한 지향이 앞으로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시집 "호박꽃 엄마" 출판기념회에 참여한 작가들.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집 "호박꽃 엄마" 출판기념회에 참여한 작가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호박꽃 엄마” 출판기념회는 많은 문인들의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유순예 시인의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정감 어린 시선이, 시를 통해 우리의 삶 곳곳으로 번져나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