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수요낭독공감. 김해자, 이정록, 유용주의 신간 시집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한국작가회의 수요낭독공감. 김해자, 이정록, 유용주의 신간 시집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7.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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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6월 20일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에서는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한 수요낭독공감 “파도가 노래라면 기다리고”가 열렸다. 

수요낭독공감 현장. 사진 = 이민우 기자
수요낭독공감 현장. 사진 = 이민우 기자

이날 행사는 김해자, 이정록, 유용주 시인이 최근에 출간한 시집들을 소개하며,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김해자 시인의 “해자네 점집”과 이정록 시인의 “동심언어사전”, 유용주 시인의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이다. 

각 시집들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작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보았다. 

해자네 점집 

김해자 시인은 글은 “완벽한 사람이 아닌, 자신의 모자람을 아는 사람”이 쓴다고 이야기했다. 완벽한 사람은 자신의 흠을 되돌아 볼 수 없어, 문학의 세계에 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 시인은 자신은 굉장히 소심하고 주체적이지 못한 성격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체질에 맞지 않는 일을 종종 했으며, 스스로를 답답하게 여겨왔다는 것. 김 시인은 자신은 이런 흠을 정면으로 인식하는 과정에서 “제 존재로부터 쏟아져 나온 것들”이 있었으며, 그것이 시가 됐다고 전했다. 

김해자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김해자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이날 김해자 시인은 “해자네 점집”에 수록된 시 ‘무용Useless’과 ‘벽 너머 남자’ 등을 낭독했다. 

무용Useless* 

수천 명 맴머드공장, 수십 라인 중 단 하나의 부속이 되어, 소매달이는 소매만, 에리달이는 에리만 주구장창 박아댄다. 대량생산만큼 대량으로 나오는 미세먼지, 먼지만큼 대량 기침, 쿨럭쿨럭, 완성품이 어찌 생겼는지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 누가 입을지 모르는 옷, 당연히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않고 입을 사람들을 위해, 위해서라는 생각조차 없이, 얼굴 처박고 미싱만 돌린다 

특별함을 파는 백화점 고급 브랜드는 효용이 아니라 메이커를 판다  
희소할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 

진흙과 연잎과 풀잎으로 만든 생태적 옷은 파리패션무대에 전시된다  
탱화 속 보살들이나 걸칠 법한 잠자리 날개 같은 옷  
모델 외에는 입을 수 없는  

살림집 한 귀퉁이 비워 수선집 차렸다  
석탄가루 밟으며 까만 비닐봉다리 하나 들고  
먼 길 걸어 온 늙은 광부의 튿어진 작업복을 고친다  
더 쥐어주려는 까만 손과 동전을 돌려주려는 굳은살 박인 손 
대낮부터 대취해 돈 달라 떼쓰는 남편이라는 작자 난닝구도 손 좀 봐야겠다  
궁시렁시렁 이빨 빠진 바지지퍼 바꿔다는 나는 Useless 시인이다  
갈수록 필요가 넘쳐나는 이 지구엔 무능과 약간의 무용이 필요하다 

*옷에 관한 몇 가지 에피소드를 다룬 중국 다큐멘타리 영화 제목

‘무용’은 “어쩌면 시를 쓰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시이다. 여기서 무용하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화자는 이 시대를 “수천 명 메머드 공장, 수 십 라인/단 하나의 부석이 되어”버린 시기라고 진단하며, 오히려 “갈수록 필요가 넘쳐나는 이 행성엔 무용과/약간의 무능이 필요하다.”고 인간다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래는 시 "무용Useless"의 전문이다.

김해자 시인은 “우리가 무용하다, 유용하다를 말하며 잘나고 똑똑해지고 싶어”하지만, “어느 누구도 다른 누구보다 낫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본인이 어떤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심언어사전 

“동심언어사전”은 이정록 시인의 시 316편을 사전형식으로 엮은 시집이다. 이 시집의 특징은 각 시의 제목들을 모두 순우리말 복합어로 정했다는 점이다. ‘가로귀’와 ‘가로쓰기’, ‘달꽃’ 등 단어와 단어가 만나 생겨난 ‘겹낱말’이다. 이는 하나의 언어가 다른 언어를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확장시키며,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날 이정록 시인은 시 ‘남의나이’와 ‘가로쓰기’ 등을 낭독했다. 

이정록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이정록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남의나이는 환갑이 지난 나이, 보통 팔순 이상을 이르는 말이다. ‘남의나이’가 된 이들은 “때도 없이 어리광 부리고/떼쓰기와 삐치기와 사탕을 좋아한다./아예 똥오줌도 못 가리는/갓난아기로 돌아간다.”며 “그래서 영혼은/모두 다 동갑내기 벗이 된다.”고 말하는 이정록 시인의 목소리는 독자들에게 정감 있게 다가온다. 

이정록 시인은 “우리의 귀한 언어들” 안에는 고유의 문화들이 깃들어 있으며, ‘남의나이’ 같은 하나의 단어를 통하면 그것을 엿볼 수도 있다는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한편, 이정록 시인은 “저는 세상이 아니라 시상을 믿는다.”며, 작가는 “시상을 원고지 위에 문장으로 모시는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이 시인은 원고지에 “별 하나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은하수처럼 쏟아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집필 기간 동안, 시상이 자꾸 떠올라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글을 쓴 적도 종종 있다는 것. 이 시인은 이런 집필 과정이 지칠 때도 있었지만 무척이나 기분 좋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또한 이 시인은 언어 폭을 더 다양하게 넓혀, 똑같은 크기와 형식의 짝지 책을 내년에 출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

유용주 시인은 199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시 ‘목수’ 등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시집으로는 “가장 가벼운 짐”과 “크나큰 침묵”이 있으며 산문으로는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등이 있다. 

이날 유용주 시인은 지난 4월 출간한 시집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 겨”는 12년 만에 펴낸 시집이라고 밝히며, 감회가 남다르다고 이야기했다. 유 시인은 지난 2006년 시와시학사에서 시집 “은근살짝”을 펴낸 이후, 소설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 등 다른 장르의 책들만을 출간해왔다. 
   

유용주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유용주 시인. 사진 = 이민우 기자

이 시집에는 총 58편의 시가 5부로 나뉘어 담겨 있다. 행사에 참여한 이정록 시인은 “이제 여름이 되는데, 제목은 서울이 춥다고 하고 있다.”고 농담을 던지며, 유용주 시인이 ‘어째서 서울을 춥다고 하는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수요낭독공감에는 많은 문인들, 독자들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뒤, 행사에 참여한 독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