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란 어떤 것인가? 하린 시인 특강, 대상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객관화된 시선 강조해
새로운 시란 어떤 것인가? 하린 시인 특강, 대상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객관화된 시선 강조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7.15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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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동서문학회가 주관한 하린 시인의 시 특강이 지난 12일 신사역 인근 MG타워 유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하린 시인은 ‘새로운 시’를 쓰기 위한 접근 방법과, 흔한 시를 쓰지 않기 위해 주의할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운 시는 객관화된 시선에서 집요하게 탐구한 시

하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하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강의를 시작하며 하린 시인은 새로운 시는 나태해진 감각을 깨워주며, 정서적인 울림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울림을 천천히 생각해보면, 내용적으로는 전혀 새롭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시의 새로움은 내용이 아닌 언어미학의 오묘함에서 온다는 것. 즉, 내용이 아닌 “정서적 울림이나 파장, 소재를 바라보는 태도가 미묘하고 독특한 시”가 새로운 시라는 설명이다. 

주제적 측면은 아무리 새롭다 해도, 인간의 오천 년 역사 동안 수없이 반복되어온 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때문에 하린 시인은 “우리는 같은 형상을 보더라도 다른 태도와 어법, 정서로 접근해야 새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릎을 탁 치는 소재”를 발견했을 때는, “이것을 어떤 상징, 비유, 객관적 상관물로 쓸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암에 걸린 사람’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이는 일반적인 화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사람이 앓고 있는 암의 종류와, 어디까지 전이됐는지, 어느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지, 그 진단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이 뒷받침된다면 화자는 새로운 감각을 가진 “개별화자”로 거듭날 수 있다. 

이렇듯 화자를 개별화시킨 이후에는, 객관화를 통해 고유한 간절함을 잡아내야 한다. 하린 시인은 “어떤 대상을 슥 지나가듯 봐버리면 시를 쓰지 못 한다.”며 “움직임 없이 시적 대상에 대해 지독할 정도로 내밀하게 사유하라”고 말했다. 객관적 상관물과 “무작정 관계있음이 아닌, 예민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 

하린 시인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하린 시인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때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시인과 화자의 분리”이다. 하린 시인은 “시를 주도하는 것은 시인이 아닌 화자”라며, 시인은 자신과 다른 나이대나 성별을 가진 화자의 입장에서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시인과 화자를 철저히 분리하지 못한다면, 윤리의식과 도덕의식이 간섭하여 시 쓰기를 방해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하린 시인은 “화자가 시인과 별개라 하더라도, 거기엔 시인의 무의식이 그림자처럼 깔려있다.”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시인과 화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로 미당문학상을 옹호”하는 일각의 주장은 잘못된 태도라는 것. 하린 시인은 “미당은 문학에서 중요한 천재 시인이기 때문에 그를 연구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학상을 만들어서 칭송하거나 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하린 시인은 쓰지 말아야 할 시 세 종류를 언급했다. 

학생들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하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학생들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하린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첫째는 독자에게 지식이나 깨달음을 전달하려는 시다. 하린 시인은 “7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깨달음을 주는 시가 감동을 줄 수 있었다.”만, “요즘은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시대이기에 독자를 깨우치려는 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독자들이 더 똑똑한 상황이기에 지식을 전달하는 시는 아무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 

두 번째 시는 일상적인 일들을 있는 그대로 쓴 시다. 가족서사는 시를 쓰는 사람과 일반인들이 느낀 점에 차이가 별로 없다. 그래서 하린 시인은 일상적인 것을 쓰되, 일상을 통해 일상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특별한 내적 의미를 발견”해야지, 작위적으로 특별한 일상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비판이 담긴 시다. 하린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을 원래 세상을 냉철하게 보는 힘이 강하다.”며 그러다 보니 “불합리가 계속 눈에 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린 시인은 “불합리를 찾아가는 힘은 주체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며 “독자들도 하는 것을 다시 해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술 취한 아버지가 했던 말을 반복하는 술주정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 단, 시를 통해 비판을 하고 싶다면 “풍자미학을 이용”하면 된다. 누구나 잘 하는 비판도, 해학성이나 미학성을 가지고 접근하면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만약 깨달음이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쓰고 싶다면 접근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 하린 시인은 “이 경우 깨달음, 가족서사 등의 극적인 장면만 가지고 써라.”고 이야기했다. 하린 시인은 이를 쓰기 위해서는 “정서가 최대화된 극단적인 상황”만 놓고 써보라며, 그러면 예전과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하린 시인과 동서문학회 회원들. 사진 = 육준수 기자
하린 시인과 동서문학회 회원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하린 시인의 특강은 동서문학회 회원들의 참여 속에서 끝을 맺었다. 특강 뒤에는 하린 시인의 시창작서 '시클' 사인과 사진촬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