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원 시인, 서아책방에서 "발산형 인간"으로서 쓰는 시 세계를 말하다
황유원 시인, 서아책방에서 "발산형 인간"으로서 쓰는 시 세계를 말하다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7.16 2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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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사진 = 육준수 기자
황유원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 사진 = 육준수 기자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7일 수원역 인근의 문화공간 서아책방에서는 황유원 시인과 함께하는 “책방에서 만난 작가”가 진행됐다. 

“책방에서 만난 작가”는 작가와 독자가 가까운 자리에 앉아, 편한 마음으로 시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다. 그간 함께했던 작가로는 문보영, 이혜미, 배수연, 최정진 시인 등이 있다. 

황유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황유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행사에 참여한 황유원 시인은 2015년에 펴내 제34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집 “세상의 모든 최대화”를 주제로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이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과 시에 얽힌 사연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황유원 시인은 자신은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발산형 인간”이라고 이야기했다. 스스로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는 것. 황 시인은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으나, 고등학교 3학년 때쯤부터는 시를 쓰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언어로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황유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황유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래서 황 시인은 대학교에서 문학동아리를 하며 문학에 대해 공부했다. 당시는 2001년도로 기형도의 시가 막 발굴되기 시작한 때였다. 황유원 시인은 이때 기형도의 시집과 대학 선배가 가져온 성기완의 실험적인 첫 시집, 대학생들 사이에서 뜨겁던 김수영 시인의 시집 등을 주로 읽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수영의 “거대한 뿌리”는 지금도 소중히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영의 문학을 보며 시인의 꿈을 키운 문학청년이, 이제는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된 것이다. 

이어 황유원 시인은 자신의 시는 길고 강박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이것은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종교를 믿진 않지만 세계의 종교나 사원에 관심이 깊어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며, 이를 바탕으로 시를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종교나 사원에서는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 역사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집의 표제작인 ‘세상의 모든 최대화’에도 여행, 사원과 관련한 사연이 숨어있다.

독자가 쓴 편지를 읽고, 그에 답해주는 황유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독자가 쓴 편지를 읽고, 그에 답해주는 황유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20대 시절 황 시인은 더 넓은 세상을 접하고 싶었으며, 그중에서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타 선명한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니던 대학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돈을 모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황 시인은 일을 하며 한편으로는 대산대학문학상에 지원했으나, 최종심 단계에서 떨어져 결국 시베리아 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대신 그때까지 모은 돈으로 황유원 시인은 미얀마의 사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여행길은 고독했으며, 그곳에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때 황유원 시인은 사원에서 스스로에 대해 많이 생각했으며, 특히 과거 인도에서 기차를 탔을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세트만 시베리아로 바꿔 시를 썼다고 전했다. 백설희와 스팅, 백학,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 등 다양한 가수들의 노래를 가상의 시베리아 여행과 연결시킨 시 ‘시베리아의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사운드트랙’이다. 

그해 십이월, 먼 곳으로부터 열차는 왔네 

이윽고 우리를 실은 열차는 이제 막 
시작된 테잎의 A면처럼 눈의 영토로 감겨들었고 
한 줌 햇살조차 간절했는데, 간절해져 시뻘게진 온도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건 고작 독하고 자욱한 연기 
뿐이었을 때 

그렇게 창밖으로 조그만 음표 같은 것들 하나둘 휘날릴 무렵 
다름 아닌 그것들이 음악이었음을, 우린 좀 더 빨리 
깨달았어야 했는데 

-「시베리아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사운드트랙」 일부

황유원 시인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황유원 시인이 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황 시인은 ‘시베리아의 주제에 의한 다섯 개의 사운드트랙’을 다 쓰고 퇴고 과정에서 일부를 절제했으며, “그것이 스스로 자라나 하나의 시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표제작인 ‘세상의 모든 최대화’이다. 그러며 황유원 시인은 “아마 시베리아에 갔더라면, (두 시는) 전혀 다른 시가 되거나 안 썼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행사를 마치며 황유원 시인은 추가로 현재 자신은 굉장히 긴 시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 시집의 반 정도 분량에 육박하는 시이다. 황 시인은 “길고 지루할 수도 있고, 상업적으로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만 자신은 “형식적으로 통일이 되되, 계속 변주되는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정서적으로 고요한 세계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담아내고 싶다는 것. 

황유원 시인은 여전히 자신에게 시 쓰기는 발산이라며, 시를 쓰지 않았다면 자신에게는 답답함이 맺혔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시를 썼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며, 시는 자신에게 소소한 기쁨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시를 써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독자의 책에 사인해주는 황유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독자의 책에 사인해주는 황유원 시인.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황유원 시인이 함께한 “책방에서 만난 작가”는 청중들의 열띤 질문에 힘입어 예정 시간을 지나서까지 이어졌으며, 행사 이후에는 사인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