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의혹 벗은 박진성 시인... 재판부 “허위라고 봄이 상당”
성범죄자 의혹 벗은 박진성 시인... 재판부 “허위라고 봄이 상당”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7.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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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에 “출판 계약 이행하라” 법적 조치 준비 중
박진성 시인 [사진 = 박진성 시인 제공]
박진성 시인 [사진 = 박진성 시인 제공]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16년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당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 받았던 박진성 시인이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한국일보를 상대로 승소하며 성범죄자 의혹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는 18일 오후 “한국일보는 박진성 시인에게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고 정정보도하라.”고 선고했으며, 한국일보에서 보도한 기사에 적시되었던 가해 내용 대부분을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박진성 시인은 2016년 10월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당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미성년자 제자를 추행했다거나 시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졌고, 한국일보가 이를 최초로 보도하며 실명과 얼굴이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박진성 시인은 17년 1월 한국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1년 반 동안 법정 공방이 이어져온 것이다.

한국일보의 보도에는 박진성 시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A, C, D, E 등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이중 C 여성은 박진성 시인을 강제추행, 강간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되었으며, 이후 박진성 시인은 C 여성을 무고와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고 수원지검은 C 씨가 초범이고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보이는 점 등을 들어 기소를 유예했다. E 여성은 허위글을 작성해 박진성 시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3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C 여성에 대한 판결문 [사진 = 박진성 시인 제공]
C 여성에 대한 처분 결과 [사진 = 박진성 시인 제공]

A 여성은 “박진성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는 등의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 등의 피해 사례를 폭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원고(박진성 시인)가 카카오톡 대화 전문을 제출하였고, 그 내용 중에 미성년자에 대한 성희롱으로 해석될만한 표현은 뚜렷하게 발견되지 않은 점”, “A여성이 최초 트위터에 올린 폭로성 글에 따르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자 원고가 그와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카카오톡 대화 전문에서 A 여성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취지의 내용을 찾을 수 없는 점”, “A 여성이 음해성 글을 올린 후 돈을 요구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허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박진성 시인이 공개했던 A 여성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 = 박진성 시인 제공]
박진성 시인이 공개했던 A 여성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 = 박진성 시인 제공]

D 여성은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여부를 물으며, '좀 더 나이 많은 사람과 해보는 건 어떠냐'고 말했다”고 피해 사례를 폭로했으며, 한국일보가 이를 보도한 바 있다. 재판부는 “원고(박진성 시인)는 D여성과의 과거 경험을 소상하게 진술하며, 단지 D 여성에게 일종의 '구애'를 한 사실만 있을 뿐이라는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며, “D 여성의 SNS와 '문단 내 성폭력' 관련 인터넷 페이지의 기재 내용이 갖는 신빙성은 충분히 탄핵되었다고 볼 것이므로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또한 한국일보가 보도한 “여성에게 ‘너는 색기가 도는 얼굴’이라는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 “침대 위에서 시를 가르쳐줄게 등의 말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 사건에서 A, C, E 여성과 원고(박진성 시인)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SNS 메신저 대화 등의 거의 대부분이 복원되었는데, 이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원고(박진성 시인)가 어떤 여성에게 그와 같은 발언을 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며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일보는 박진성 시인이 한겨레신문에 기고했던 "나의 여성혐오를 고발합니다"와 사건 최초기사가 나온 이튿날 올린 사과문을 예시로 들며 박진성 시인이 보도 내용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한겨레신문 기고문은 "피고들이 적시한 사실과 같이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행하였음을 자인하는 의미로는 읽히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사과문에 대해서는 "'눈앞의 불을 끄고 보자'는 식의 생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형식적인 사과문을 올린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보았다. 

한국일보에서 보도되었던 A, C, D, E 등 피해 여성들의 주장 대부분이 “허위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박진성 시인에게 씌워졌던 성범죄자 의혹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박진성 시인의 승소 소식이 알려지자 19일에는 A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SNS에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폭로는 거짓”이었다고 주장하며 “죄송스럽고 많이 무섭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진성 시인은 "법원의 판단이 명백하게 있고 본인의 자백을 받았으니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성범죄자 의혹을 해소한 박진성 시인은 향후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적 및 사회적으로 대응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걸음은 문학과지성사와의 출판 계약 문제다. 문학과지성사는 박진성 시인의 시집인 “식물의 밤”을 14년 5월 출간한 바 있으며 계약 기간은 5년이다. 16년 박진성 시인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제기되자 문학과지성사는 책의 출고를 정지시키기로 한다.

16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밝힌 사고
16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밝힌 사고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이후로, 박진성 시인에 대한 의혹 대부분이 해소된 현재에도 출고정지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성 시인은 “출고 정지를 해제해달라는 요구를 2017년 4월 이후 10여 차례 한 바가 있고 번번이 묵살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출고정지 조치와 관련해서 입장 변화는 현재로선 없다.”며 “무죄가 나왔다는 것은 보도로 접한 바 있지만, 그럼에도 출고정지를 취한 것은 당시 시인께서 현황을 시인 하셨고, 일방적으로 저희 출판사가 출고정지를 취한 것이 아니라 시인분과 양자 합의에 의해 출고정지를 취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출간 절판 요청을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했고, 이에 계약해지 확인서를 시인 분께 날인해서 전한 바 있다.”는 것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시집 "식물의 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시집 "식물의 밤"

박진성 시인은 뉴스페이퍼와의 통화에서 “계약 해지를 원한다고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있으나 변호사와 가족 등 주변의 만류로 의사를 철회하였고 양쪽 날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 해지 건은 무효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약 해지를 한때나마 원했던 것은 출고정지 해소를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문학과지성사 측에서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답답한 심경으로 그러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학과지성사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재판부는 언론에 대한 손해배상 평균 인용액인 약 853만 원에 비하면 몹시 이례적인, 5천 만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사회생활 자체를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점”, “시집이 회수되고, 책자 출간이 불가능해지는 등 재산적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명시했으며, 또한 “한국일보 소속 취재진들은 단순히 SNS에 폭로된 게시글만을 취합하고, 그에 대한 추가 확인을 전혀 하지 아니한 채, 마치 그 내용이 사실일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처럼 보도해 원고의 명예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점”도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뉴스페이퍼는 16년 박진성 시인에 대한 폭로가 일어났던 당시 박진성 시인 뿐 아니라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을 취재하여 “박진성 시인, 강제적 성관계 의혹에 대해 부인.. "적극적 해명하겠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성폭력 문제에서 언론들의 제대로 된 취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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