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구로인문학' 이기호 소설가, 소설 쓰기에 중요한 것은 ‘나와 타인의 작은 차이’에 대한 인식
'희망의 구로인문학' 이기호 소설가, 소설 쓰기에 중요한 것은 ‘나와 타인의 작은 차이’에 대한 인식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7.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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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지난 18일 구로구청 5층 강당에서는 이기호 소설가 초청 ‘희망의 구로 인문학’ 강연이 진행됐다. 

1999년 단편소설 ‘버니’로 데뷔한 이기호 소설가는 소설집 “최순덕 성령충만기”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와 “차남들의 세계사”, 짧은 소설집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최근에는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를 출간한 바 있으며, 현재 광주대학교에서 교수직을 수행하고 있다. 

동정에서 공감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 실천의 시간들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날 강연의 주제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기호 소설가는 “소설에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바탕 되어 있는 영감이나 감수성, 서정성이 아니”라며, 소설을 쓰는 데에 정말 필요한 것은 재능이 아닌 “혼자서 노력하는 실천의 시간들”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우리가 잘못 아는 것 중 하나가, 영감이나 서정성이나 감성적인 것들을 문학의 본류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자신의 삶이 떨어지는 것과도 같은 슬픔을 느낀다. 이기호 소설가는 “나와 그 사물을 동일시했을 때 생기는 이런 감수성을 서정성이라고 부른다.”며, “서정의 핵심은 나와 세계가 같다는 동일시에 있다.”고 말했다. 

추운 겨울 서울역 앞에서는 박스를 깔고 떨면서 자고 있는 노숙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들을 보고 “춥겠다, 안 됐다, 배고프겠다.” 등의 생각을 한다. 이기호 소설가는 “우리는 노숙자의 삶을 한 번도 경험 안 해봤지만, 그분들을 보면 얼마나 추울까에 대해 생각한다.”며 이것은 “내가 가장 추웠던 경험을 그 사람에게 대입해 추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자기 경험에 비춰 이입하고 판단내리는 감정을 이기호 소설가는 ‘동정’이라고 말했다. 동정을 할 때 우리의 내면에는 “저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이 생긴다. 하지만 이는 오래 가지 않는다. 아주 잠깐이고, 길어봤자 얼마의 유효기간 안에 머물 뿐이다. 

열강하는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열강하는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의 모든 지상파에서는 2개월 이상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이 다시 열릴 즈음 모든 프로그램은 원래의 감수성으로 되돌아왔다. TV에서는 월드컵을 응원하거나 연예인들이 넉살을 부리는 예능을 방영했다. 이기호 소설가는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보며 아파했지만 길어야 두세 달로 끝났다면, 그 슬픔을 보며 느낀 감정들이 혹시 동정은 아닌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사에서 내 아이나 형제가 희생당한 것으로 상상해 슬퍼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물론 동정이 나쁜 것은 아니다. 동정은 ‘공감’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똑같이 세월호 참사를 접하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가족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다. 이기호 소설가에 의하면 이는 그들에게 “차이에 대한 작은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아프고 슬프다고 해도, 직접적으로 슬픔을 겪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그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내가 알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겠다는 마음”이 생기면 이것은 ‘공감’의 단계로 나아간다. 

이기호 소설가는 “나와 타자는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며, “자신과 타자 사이에 생긴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어느 누구도 쉽게 알 수 있는 사람,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 이기호 소설가는 익숙하게 마주해온 대상을 전부 안다고 확신하는 순간, 타자와의 차이를 전부 놓쳐버리는 위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타자의 행동이나 감정은 “내가 예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언제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기호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때문에 이 소설가는 “공감은 가만히 앉아서 되는 게 아니고,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라며 “그렇기에 공감은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기호 소설가가 건네는 글쓰기의 팁 

이기호 소설가는 “사실 작가를 한다는 것은 연극배우나 영화배우 같은 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작가가 인물이 되어, 인물의 감정 상태에서 글을 쓰는 작업방식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저 역시 배우가 아니기에, 학교의 선생이나 아이들의 아버지였다가 다른 감정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기호 소설가의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기호 소설가의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그래서 이를 위해 이기호 소설가는 “내가 이기호라는 정보와, 이기호의 눈으로 보는 정보들을 전부 차단”해버린다고 밝혔다. 작업실에서 스마트폰을 치우고 인터넷 연결을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기호 소설가는 “이기호를 표상하는 많은 것들을 없애고 나면 제가 가진 것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아무것도 깔려있지 않은 노트북뿐”이라며 “그 노트북을 갖고 삼십분 정도 가만히 앉아 내가 이제부터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해 고민하고 글을 쓴다.”고 말했다. 

또한 “저는 제 첫 소설을 보관하고 있다.”며 “이제 제법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것을 본다.”고 고백했다. 엉망진창이었던 자신의 습작생 시기와, 그 후 7~8년간 여러 소설들을 쓰며 수련한 시간들을 떠올린다는 것. 어느 누구도 한 번에 작가가 되고, 한 번에 인정받아 상을 탄 사람은 없다. 모두에게는 각자가 노력했던 시간들이 기저에 깔려있다. 

이기호 소설가는 “학교에 처음 들어온 학생들에게 소설을 써서 내라고 하면, 처음엔 차마 눈 뜨고 못 볼 흑사병 수준의 소설을 가져 온다.”고 너스레를 떨며, “하지만 이거에 대해 선생이 이야기를 해주고, 그 친구 집에 가서 글을 거듭 고치면 소설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인식과 노력이 바탕 된다면 글은 좋아진다는 것. 

끝으로 이기호 소설가는 “제게 영감을 주는 건 단순한 감정이 아닌 정확한 시간과 실천”이었다며 “여러분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어 나와 타자에 대해 더 발견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이기호 소설가의 사인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기호 소설가의 사인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기호 소설가의 강연 뒤에는 질의응답 및 사인회가 이어졌다. 한편 구로구에서는 오는 8월 8일 손아람 소설가가 함께하는 ‘희망의 구로인문학’ 강연을 예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