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 찾은 시인과 작가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함께 연대해
분향소 찾은 시인과 작가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함께 연대해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7.2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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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주중 씨를 추모하는 분향소 [사진 = 김상훈 기자]
고 김주중 씨를 추모하는 분향소 [사진 = 김상훈 기자]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6월 27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김주중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 김주중 씨를 추모하고자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가 세워졌고 추모와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일에는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한국작가회의 국제위원회, 신동엽학회가 공동으로 “쌍용 피해자를 추모하는 낭송회”를 개최했다.
  
2009년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5년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지만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는 45명에 불과했다. 120여 명의 노동자가 복직될 수 있으리란 ‘희망고문’을 받아왔고, 그 와중에 힘을 잃고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고 김주중 씨는 서른 번째 희생자에 해당한다.

김응교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김응교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를 주관한 한국작가회의 국제위원회 김응교 시인은 “촛불시위가 정권교체로 이어져 모두 해결된 듯이 착시현상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 아직 궁핍한 분들이 너무 많다.”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가들이 자리를 채워 기억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분향소를 찾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시인은 “우리가 바라는 평화, 세상은 가까이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노동자라는 신분은 여전히 굴레인 것 같다.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한 착취신분으로서의 노동자는 헤어날 길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사건이 그러한 상징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현장에 자리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작가들이 가져오신 필력의 힘으로 쌍용 자동차 희생이 얼마나 크고 안타깝고 아프고 슬픈지 세상을 향해 외쳐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정우영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정우영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낭독회에는 이지호, 양기창, 임봄, 전비담, 맹문재 등 시인들과 하명희 이수정 등 소설가들이 참여했으며, 시와 산문을 낭독하며 노동자들의 지치고 아픈 마음을 위로했다. 

양기창 시인과 하명희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양기창 시인과 하명희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하명희 소설가는 자신의 단편소설 ‘불편한 온도’ 중 일부를 낭독하기도 했다. ‘불편한 온도’는 소설가가 타워크레인 현장과 조종사를 인터뷰하고 쓰여진 소설이다. 하명희 소설가는 “몇 년 전 타워크레인 운전을 하는 여성 조종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비정규직법 통과 이후 노동 현장은 와해되었고 살려달라는 외침이 어디서든 뛰어나오던 시기였다.”라며 “지금도 그 외침이 여전하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이야기했다. 하명희 소설가가 취재한 내용은 소설 속의 취재 일지 형태로 삽입되었으며 일지의 첫 부분은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데 이에 대해 하명희 소설가는 “‘옛날 옛날에’ 일어난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망을 담아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옛날 옛날에 오류동의 한 공사장에서 58세의 노동자가 밀린 월급 350만 원을 달라며 5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다 떨어졌다. 4월 2일의 일이다. 광주 월계동에서는 임금체불을 비관한 50대의 노동자가 타워크레인에 목을 매 숨졌다. 3월 19일의 일이다. 청주 성화동에서는 41세 노동자가 체불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며 7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12월 20일의 일이다. ……광주 수완동에서는 63세의 노동자가 10미터의 크레인에 올라가 체불 임금을 지급하라고 외쳤다. 5월 16일의 일이다.” - 하명희, ‘불편한 온도’ 일부

이수경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수경 소설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수정 소설가는 소설 ‘자연사박물관’ 중 일부를 낭독했으며, 낭독에 앞서 “남편이 공장에서 해고되어 해고자 가족으로 살았다. 집에 가압류가 들어오기도 하는 등 생존의 위협을 받기도 했고, 언제 남편이 죽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소설을 썼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수정 소설가가 낭독한 ‘자연사박물관’에는 해고 노동자의 숨 막히는 상황과 감정이 담겨 있다.

“노동조합 사무장은 그와 함께 해고된 사람이었다. 사무장의 아내는 법원에서 날아온 불길한 서류들을 들고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렸다고 했다. 찬물에 샤워를 했대. 여자는 샤워 도중에 죽었다. 심장마비였다네. 사무장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여자는 알몸으로 욕실에 쓰러져 있었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거실에 잠들어 있었더라고 그가 말했다. 병원 장례식장에는 키가 큰 사무장이 슬픔과 고통에 잠긴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어린 두 딸이 그의 곁을 서성거렸다. 그와 함께 해고된 조합원들이 죽은 매미들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도 그들의 곁에서 밤을 새웠다.” - 이수정, ‘자연사박물관’ 일부

김득중 지부장 [사진 = 김상훈 기자]
김득중 지부장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 말미에는 금속노조 김득중 지부장이 마이크를 잡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정리해고, 국가폭력, 대법원의 재판거래가 없었다면 김주중 동지는 죽지 않았을 것. 김주중 동지 뿐 아니라 앞서 떠나간 30명의 가족과 동료 그 누구도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문제를 언급했는데 아직 진행된 것은 없다. 저희가 요구한 것에는 한 걸음도 나아가고 있지 못하다. 거기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문과 분향소를 중심으로 많은 시민들과 연대해 힘을 키우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밝혔으며, 고 김주중 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는 월요일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추모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28일 오후 7시에는 김수영 연구회 주관으로 김수영 시를 낭송할 예정이며, 리얼리스트 100, 젊은작가포럼 등이 문학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행사에 참여한 한국작가회의 맹문재 시인은 “김주중 노동자가 원했던 해고 노동자 전원 복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인, 작가들이 기꺼이 연대할 것을 다짐하고, 약속드리며 시를 낭송하겠다.”며 자신의 시 ‘깃발론’을 낭송했다.
  
깃발론 

맹문재
 
내가 한 색깔의 깃발을 들었다면 세상을 속이는 일
세상은 속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의 깃발은 한 색깔이라고 고집한다
위장 전략이라고
타협일지라도 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나의 깃발에는 색깔이 문제가 아니다
크기도
어떻게 드는가도
내구성도
얼마나 들 수 있을지도
무게도 문제가 아니다
  
만성적인 명분일지라도 나는 아직 깃발을 들고 있다
자유로운 동행으로
자부하는 습관으로 들고 있다
  
바람 부는 광장으로 가고 있는
아, 나의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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