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시인 특집] 좋은 시 13. 이건 벌일까, 유유 - 최류빈 시인
[신인 시인 특집] 좋은 시 13. 이건 벌일까, 유유 - 최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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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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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에서는 데뷔 5년 미만의 신인 시인들 중, 작품이 뛰어난 시인을 선정하여 미발표 신작 시와 시에 관한 짧은 단상, 에세이 등을 연재합니다. 시인들의 시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뉴스페이퍼에서는 데뷔 5년 미만의 신인 시인들 중, 작품이 뛰어난 시인을 선정하여 미발표 신작 시와 시에 관한 짧은 단상, 에세이 등을 연재합니다. 시인들의 시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건 벌일까, 유유  


부엌엘 홀로 와 앉자 식탁보 위 펼쳐진 *만다라
밤은 처절하게 한 글자로 불려온 역사를 살아 

우리가 포옹하면 허공은 속살이 되고
펴면 소슬하게 시린 팔오금
무엇을 어떻게 포옹하지  

안녕 나의 유유, 듣고 있는지 
우리는 이름으로 불린 적 없으니 우는 소리로 명명해볼까 
희한하다 혼자서도 키스할 수 있는 저녁마다 
꽉 쥔 하루 풀어내며 오는 체크무늬 표정들  
탁자 위 글라스에 몰래 담는 언어 스칠 때마다  
이건 병(病)일까 유유, 우리는 홀로 괜찮다고 말하면서 
가끔 앓는 소릴 내면서 기일-게 울잖아 낭인(狼人)처럼, 유유 

음식에 주사를 놓는 것처럼 아, 젓가락을 들고 
너는 무언가를 씹는 척 우물거리는 복화술 
우린 책상 위 걸터앉아 다만 질펀한 밥에 수저를 꽂고. 침묵 
당신의 입모양은 알아들을 수 없고 
이건 제(祭)일까 유유, 연무 하나 오르지 않는 밤의 아귀에서 
다정하게 나눌 단어가 여기 남아있는지 
   
식탁에 놓인 꽃병 기린 같은 목 
쓸어주려다 너를 안아주려 뻗는 팔마디 내가 시린 건 

접시 위에다 유골 같은 생선 등뼈 우리 
다 쏟아낸 잔가시들 그러모아 글자를 만들까, 유유 

*우주 법계의 온갖 덕을 망라한 진수를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의 하나. 본질이라는 의미

 

 

시작노트 

소통이 없는 식탁 꼭 우리네 삶을 탁본한 것 같아 

이름 없는 유유를 마주하며 이따금씩 

나는 거울 앞에서 유유 하고 말을 건넨다. 아, 오늘의 나는 또 초면인데 너는 유유 하고 따라 울어준다. 너에게 찬사를 보낼게 

나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거울 안아주려다 머리를 부딪히고 나서야, 심장을 부여잡는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유일한 거울 속 남자 이건 비극일까?  

이른바 혼밥이 유행입니다. 혼자 떠서 허공에 올리는 수저가 가끔은 외롭지 않나요? 밥을 뜨는 수저가 아닌 서로의 마음을 후비는, 그런 것을 찾는 그 와중에 

엉엉 우는 유유 氏, 이건 벌일까요

최류빈 시인 
1993년 전북 출생 
2017년 <포엠포엠> 신인상 당선 
광주문화재단 창작기금수혜 
전남대학교 생물공학, 시설경영학 재학 
시집 <장미 氏, 정오에 피어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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