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안티고네'의 헤겔식 읽기 거부한다" 이현우 서평가와 함께한 문학 속의 철학 읽기
"비극 '안티고네'의 헤겔식 읽기 거부한다" 이현우 서평가와 함께한 문학 속의 철학 읽기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8.0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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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왕”과 더불어 3대 테베 비극으로 불린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 비극 “안티고네”의 주인공인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의 네 자녀 중 한 명이다. 

자신의 운명을 깨달은 오이디푸스가 두 눈을 찌르고 테베를 떠나 방랑길에 오르자, 그의 두 아들인 폴류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왕위를 차지하고자 전쟁을 벌인다. 전쟁 중 형제 모두 죽음을 맞고 테베의 왕좌는 크레온이 차지하게 된다. 크레온 왕은 “신전을 불태워 버리려 했고 동포의 피를 마신 다음 남은 사람들을 노예로 삼고자 했다.”며 폴류네이케스의 시체를 매장해서는 안 되고 새나 개가 뜯어먹게 하라고 포고령을 내린다. 

비극 “안티고네”는 오빠의 시체를 매장하려는 안티고네와 그녀를 말리는 동생 이스메네의 대화에서 시작한다. 망자가 매장되지 않으면 저승에서 안식을 취할 수 없기에 안티고네는 동생의 만류를 뿌리치고 오빠의 시신을 매장한다. 법을 어긴 안티고네는 크레온 왕에게 붙잡혀 처형당하는데, 이를 본 왕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인 하이몬이 자결하게 되고, 하이몬의 죽음에 상심한 아내마저 자살하며 크레온 왕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안티고네”를 공동체의 선을 주장하는 안티고네와 국가의 선을 주장하는 크레온의 대립으로 보고, 안티고네를 고결한 심성을 지닌 인물로 설명했다. “안티고네”를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 친족법과 국가법의 대립, 신의 법과 인간의 법의 대립, 즉 선과 선의 대립으로 본 헤겔의 인식은 “안티고네”를 바라보는 가장 널리 알려진 해석법이다. 

그러나 헤겔의 인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있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알려져 있는 이현우 서평가는 지난 8월 2일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진행된 “일상 철학을 탐구하다” 강의에서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를 설명하고 헤겔식 관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헤겔은 안티고네에 대한 여러 중요한 발언을 내놓았지만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헤겔의 권위가 견해를 뒷받침하다보니 작품 해석이 강제되었다.”는 것이다. 

이현우 서평가의 철학 강의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현우 서평가의 철학 강의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현우 서평가는 먼저 안티고네라는 인물의 고결하다는 평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안티고네는 왕의 법에 거역하고 죽은 오빠를 매장할 정도로 친족의 정을 중요시하는 인물이지만, 단 하나 남은 혈육인 동생 이스메네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매몰찬 태도를 보여준다. 이현우 서평가는 안티고네의 이러한 태도에서 그녀가 과연 고결한 인물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안티고네 : 나는 오빠를 묻어 줄 테다. 그 일로 해서 죽는다면 얼마나 좋으냐? 죄 없는 죄를 짓고 사랑하는 오빠와 함께 잠들겠어.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에게 더 착실히 도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야. 저 세상에서 영원히 살 테야. 신께서 정해 놓은 숭고한 법을 어기고 싶거든 네 맘대로 해라. 

이스메네 : 그렇다면 적어도 이 계획은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말고 단단히 숨기세요. 나도 그렇게 하겠어요. 

안티고네 : 아, 차라리 고발하려무나! 이 일을 세상에 알리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면 너를 더 미워하겠어.

매장을 그만두게 하려 설득하는 이스메네에게 안티고네는 날 선 태도를 보인다. 이스메네가 “안 될 일에는 처음부터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자 안티고네는 “그렇게 말하면 나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오빠도 너를 증오하는 마음을 갖게 될 거야. 그러니 날 내버려 둬.”라며 이스메네를 지탄한다. 

안티고네는 결국 오빠의 시체를 매장하고 크레온 왕에게 붙잡힌다. 그런 안티고네 앞으로 이스메네가 끌려 나와, 자신도 매장에 참여했으니 사랑하는 언니와 함께 처벌을 받겠다고 말한다. 이에 안티고네는 “말로만 친구라고 하는 자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는 아니다.”라며 이스메네가 함께하지 않았다고 부정한다. 이현우 서평가는 “이때 안티고네는 ‘나는 죽더라도 너는 살아야지’가 아니라 ‘그 명예로운 일을 하는데 어디서 숟가락을 얹느냐’는 태도다.”고 보았다. 

또한 왕의 말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의연한 태도를 보이며 ‘열사’와도 같이 행동했던 안티고네는 고작 혼인을 못한 것을 탄식하며 감옥으로 끌려간다.  

안티고네 : 어버이가 어떻게 사셨기에 나는 이런 비참한 존재가 되었을까! 나는 저주를 받고 혼인도 못 한 채 부모와 함께 살 곳으로 가는구나. 아, 오빠, 오빠는 불행한 결혼을 하더니 결국은 죽어서조차 내 삶을 망쳐 놓았군요! 

코러스 : 경건한 행동은 찬양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권력을 지키려는 사람은 권력에 대한 모욕을 참지 못합니다. 아가씨의 고집 센 성격은 결국 아가씨를 파멸시켰습니다.

이현우 서평가는 “안티고네는 이스메네의 소극적 태도를 비난하며 매도한다. 이스메네가 언니를 끝까지 염려하자, ‘날 위해 걱정 따위 하지 마라’고 대꾸한다. 안티고네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고 죽기를 원했으며, 동참하지 않으려는 이스메네를 적으로 두었다.”고 보았으며, “강한 태도를 죽음에 이르기까지 견지하지도 못한다. 안티고네의 태도가 과연 고결한지,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연 중인 이현우 서평가 [사진 = 김상훈 기자]
강연 중인 이현우 서평가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현우 서평가는 “통상적인 해석에서 이스메네나 하이몬의 이야기는 빠지고 안티고네와 크레온을 주인공으로 간주하고 둘의 대립을 다루지만, 이는 작품에 대한 부당한 해석이라 생각한다.”며 “안티고네가 가장 고결한 인물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뭐가 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안티고네가 죽음을 무릅쓰고 오빠를 매장하려는 태도는 분명 고결할 수 있으나, 다른 모습들을 함께 보았을 때 ‘가장 고결하다’고 볼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안티고네와 대립하는 크레온은 극이 진행됨에 따라 포고령을 철회하고 자기 잘못과 오판을 후회하게 된다. 이현우 서평가는 “이렇게 되면 크레온과 대립하는 인물은 없어지게 되고, 무엇과 무엇이 충돌하고 대립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은 허수아비의 대립이다.”고 지적했다. 

극 중에서 안티고네와 크레온 모두 고집 센 모습으로 인해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 안티고네는 동생의 만류를 뿌리치고 왕 앞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행했다가 처형당했으며, 크레온 왕은 아들과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안티고네를 처형시켰다가 아들과 아내를 잃게 된다. 극은 “신들에 대한 존경심을 버려서는 안 된다. 오만한 자의 호언장담은 언제든 큰 타격을 받고, 벌 받은 자는 늙어서야 현명해진다.”는 코러스로 마무리된다. 

이현우 서평가는 두 인물 모두 오만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오만은 그리스에서 용납 받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인간 위에는 신들이 있기 때문에, 오만한 인간은 신들로부터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게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철학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철학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오만으로 인해 대가를 치르는 두 인물 옆에는 각각 대비되는 인물들이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한다. 여동생 이스메네와 아들 하이몬이다. 이현우 평론가는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립으로 보는 시선은 “작품의 경과를 보지 않고 한 가지 테제를 가져와 대립시키기 때문에, 작품의 진행과정을 과소평가 하게 된다.”고 지적했으며, 이스메네와 하이몬에게 주목해본다면 작품이 새롭게 읽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오는 8월 9일에는 "문학에서 철학 읽기" 두 번째 시간을 오후 7시 30분부터 2시간가량 진행한다. 주제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이며,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구산동도서관마을 홈페이지,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