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소설]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당신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소설 제주" 출간 북 콘서트 열어
[추천 소설]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당신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소설 제주" 출간 북 콘서트 열어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8.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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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햇빛이 부서지듯 반사되는 투명한 바닷물과 구멍 숭숭 뚫린 현무암, 짭조름한 내음이 짙게 배어있는 묵직한 바다바람, 솜털을 찢어놓은 듯 가볍게 흩어져 있는 구름. 그리고 그 아래 잘 꾸며져 있는 목재 건물. 우리는 ‘제주도’라 하면 그림 같은 풍경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감화되어 여행 차 방문했다가 그대로 눌러앉아 카페나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청년들도 더러 있다.

제주도 풍경. 사진 = 이민우 기자
제주도 풍경. 사진 = 이민우 기자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가수 최성원은 노래 “제주도의 푸른밤”을 통해 이런 제주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바 있다. 답답한 일상을 던져버리고 푸른 하늘 반짝이는 제주로 떠나자는 제안은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단순히 로망 넘치는 휴양지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짙은 녹색의 삼나무가 사계절 내내 우거진 제주도의 아름다운 도로 ‘비자림로’는, 최근 관광객 유입 증가로 도로 확장을 위해 삼나무들이 대량으로 벌목된 바 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공사는 일시 중지됐지만, 숲에는 이미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알려주는 나무밑동들이 목 잘린 마네킹처럼 늘어서있다. 또한 제주의 한편에는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린 쓰레기들이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고, 이에 거주민들은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관광지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환경파괴의 비극을 겪고 있는 장소이며, 누군가에겐 치열한 일상이 펼쳐지고 있는 삶의 터전인 것이다. 

소설집 "소설 제주". 사진 = 육준수 기자
소설집 "소설 제주". 사진 = 육준수 기자

제주도의 이런 다면적인 모습을 천착하여 글로써 풀어낸 이들이 있다. 아르띠잔 출판사에서 펴낸 테마 소설집 “소설 제주”의 참여 작가들인 전석순, 김경희, SOOJA, 이은선, 윤이형, 구병모 소설가이다. 이중 이은선, 윤이형, 김경희, 전석순 소설가는 지난 3일 합정동 빨간책방에서 열린 “소설 제주” 북 콘서트에서, 자신이 “제주도”에서 어떤 일면을 발견했으며 그것을 어떻게 글로 표현했는지 이야기했다. 

행사를 시작하며 김경희 소설가는 “소설 제주”는 테마소설 시리즈 ‘누벨바그’의 첫 번째 앤솔로지이며, 세계 도시와 작가들이 만나는 장을 만들고자 아르띠잔과 함께 기획했다고 밝혔다. 제주라는 공간과 글을 쓰는 작가의 만남을 통해 제주의 의미를 보다 확장시키고 싶었다는 것. 

김경희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김경희 작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런 의도대로 수록된 작품들은 제주도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는 제주도의 부정적인 면, 슬픈 면들까지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는 독자에게 제주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전석순 소설가의 소설 ‘벨롱’은 관광객이 증가하고 환경이 오염되어 악취가 풍기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화자인 여성은 제주도에 도착해 탄 택시에서 “누가 코끝을 쥐고 흔들어대는 것처럼 어질해지는 냄새”를 맡게 된다. 달래듯 택시기사가 내뱉는 “어쩌면 이제 어딜 가나 냄새가 날지도 모르죠.”나 “사람들이 자꾸 득시글거리니까”라는 말에는 삶의 터전이 오염된 것에 대한 은근한 불만이 담겨있다. 

전석순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전석순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전석순 소설가는 소설 ‘벨롱’의 작업을 하며 아름다운 섬 제주도의 다른 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관광객으로 인한 환경 파괴가 대표적이다. 전 소설가는 “멀리서 볼 때 반짝거린다고 느껴지는 것들은, 대개 안에 들어가 있으면 느끼기 어렵다.”며, 가까이서 보니 “제주도 역시 멀리서 볼 때와 안에 있을 때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느낌이 두어 시간 동안 잠깐 열리다 흔적도 없이 철수하는 제주도의 ‘벨롱장’과 비슷하게 느껴져, 제목을 ‘벨롱’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벨롱’은 ‘반짝이다’의 제주 방언이다. 

윤이형 소설가의 소설 “가두리”에서 제주도는 ‘돌고래 불법포획’이 일어났던 ‘억압의 장소’로 등장한다. 소설의 화자는 불법포획 당한 돌고래의 모습에서, 자신이 제주도에서 여성으로서 겪었던 수치와 냉대, 희롱 등을 투영한다. 그렇기에 화자가 제주도를 지칭하는 ‘이 섬’이라는 말에서는 아름다움보다는 짙은 불안감이 느껴진다. 

윤이형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윤이형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윤이형 소설가는 “모든 인간은 태어났기 때문에 어떤 억압이나 침해를 받지 않고 살아야 한다.”며,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으로 살아가며 가부장제가 우리에게 주는 답답한 심정을 많이 생각”해 여성과 돌고래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더해 “사실 우리는 돌고래를 잡아오는 종이기에 인간의 억압과 연결 짓는 것은 기만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를 통해 “여성이 내면의 자유를 약간이나마 찾은 다음에, 이제는 내가 피해자인 것만이 아니라 얘들을 가두는 종의 일원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은선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은선 소설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소설 “귤목”을 쓴 이은선 소설가는 자신에게 제주도는 ‘슬픔’을 자극하는 공간이라며, “저는 어느 순간부터 제주도라고 하면 차마 하늘로 가지 못한 세월호 아이들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세월호에 올랐던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목적지가 바로 제주도였기 때문이다. 

이은선 소설가는 그중에서도 “제가 세월호와 관련해 떠오르는 기억의 첫 페이지는 할아버지들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장면”이라고 이야기했다. 팽목항에 앉아있는 한 노인의 사진을 보며 “할아버지는 내 손주를 잃은 슬픔과 자식 잃은 자식의 슬픔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지만, 자식보다 더 큰 슬픔에 빠져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리하여 손주 잃은 할아버지를 화자로 설정했다며, 이은선 소설가는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들려주는 전래동요를 통해 (학생들을) 수학여행에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며 “제가 그 아이들을 보내주자는 손을 내밀었으니, 독자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소설 제주’를 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북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북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육준수 기자

북 콘서트에 참여하지 않은 작가들 또한 제주도의 다양한 면면을 담아냈다. 구병모 소설가의 소설 ‘물마루’의 배경은 몽고 침략 이후의 고려시대로, 실감나는 사투리를 사용하여 제주도가 지닌 역사성을 강조했다. SOOJA 작가는 소설 ‘송당’을 통해 제주도의 풍경과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휴가차 제주에 방문한 지우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육즙이 넘치는 돼지고기와 코끝에 남는 오렌지향,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용눈이오름의 모습은 대단히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행사를 마치며 전석순 소설가는 “벨롱장이 끝나고 쓸쓸하도록 치워져 있는 그 자리에 가보면, 가끔 치우기 어려운 아주 작은 조각들이 남겨져 있다.”며 “귀걸이와 쿠키 조각들 등 벨롱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흔적이 있는 그 모래사장에서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선 소설가는 소설제주의 문장지도를 제시하며, 이 거리를 따라 책을 읽으면 와 닿는 감정과 재미가 배가 될 듯하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많은 독자들이 방문했으며, 작가들과의 대담 이후에는 가수 초콜렛 박스의 음악 공연이 이어졌다. 

해질녘 제주도. 사진 = 육준수 기자
해질녘 제주도. 사진 = 육준수 기자

북 콘서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제주도’라는 섬에서 각자 다른 순간들을 포착했다. 이들이 발견한 제주도는 바다에 맞닿아 있는 아름다운 관광지도,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청년 놀이 문화의 성지도 아니었다. 이런 여섯 작가의 단편 소설들은, 마치 읽는 이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져주는 듯하다. 

과연 당신에게 제주도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공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