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문학상 등 친일문학상 폐지해야' 광복 73주년 맞이 친일문학 반대 운동 열려
'미당 문학상 등 친일문학상 폐지해야' 광복 73주년 맞이 친일문학 반대 운동 열려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8.1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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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73주년 광복절인 오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독립 운동가들의 얼을 기억하고자 찾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체감온도 35도를 훌쩍 넘는 혹서의 날씨임에도 역사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으며, 서대문구에서 서대문독립민주축제를 개최하여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친일 청산은 광복 73주년을 맞이하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해결되지 못한 과제 중 하나다. 친일파들이 여전히 독립유공자로 둔갑하여 현충원 묘소에 안치되어 있거나, 노골적인 기념사업의 대상이 되어 있다. 특히 일제를 찬양하는 시와 산문을 썼던 문필가들에 대한 문학상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시상되고 있으며, 미당문학상, 팔봉비평상, 동인문학상 등이 대표적이다. 

15일 오후 2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한편에서는 친일문인 기념문학상 폐지를 촉구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준비한 이번 행사는 친일문인 기념문학상, 소위 친일문학상의 시상과 수상을 반대하고 철폐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친일 시를 전시하여 시민들에게 친일 문학인들이 어떻게 일제에 복무했는지를 보여주고, 항일 시를 낭송하여 항일 시인들의 정신을 살펴보았다. 

유용주 위원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유용주 위원장 [사진 = 김상훈 기자]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유용주 위원장은 “친일문학인 상당수가 공적으로 기려지고 있다. 친일 행적이 단죄 받지 않은 채, 공적으로 계속해서 후대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행사의 기획 의도를 전했다. 아울러 “작가들이 형편이 좋지 못해 친일문학상의 상금에 혹할 수 있다. 상을 받으면 당시에는 형편이 좀 필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가난하게 살면 어떠냐. 상을 받으면 ‘창피하고 부끄럽다’는 인식이 들 때까지 해나갈 것.”이라며 친일문학상 반대 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작가회의 이경자 이사장 [사진 = 김상훈 기자]
한국작가회의 이경자 이사장 [사진 = 김상훈 기자]

행사는 한국작가회의 이경자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과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경자 이사장은 행사에 앞서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서대문 형무소의 흔적에 맞물린 역사적 현재, 그로부터 얽히고설킨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 이경자 이사장은 “‘식민지와 분단’이라는 현재를 정직하고 솔직하고 용기 있게 바라보아야 할 시간”이며, “용기는 애국자나 반독재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의 생활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낭독회가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낭독회가 진행됐다 [사진 = 김상훈 기자]

유순예, 전비담, 윤일균, 장우원, 최기종 시인 등이 항일 시를 낭송했으며, 행사 말미에는 미당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를 거부했던 송경동 시인으로부터 소회를 전해 듣는 자리도 마련됐다. 송경동 시인은 지난 17년 7월 자신이 2017년 미당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것을 거부한 바 있다. 당시 송경동 시인은 “5.18 광주학살과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쓰고, 그 군부정권에 부역했던 이를 기리는 상 자체가 부적절하고 그 말미에라도 내 이름을 넣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소회를 밝히고 있는 송경동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소회를 밝히고 있는 송경동 시인 [사진 = 김상훈 기자]

송경동 시인은 “미당 서정주가 살아온 길과 제가 걸어왔던 길과는 닿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제국주의 일제 치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징용으로 끌려갔다. 어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행사가 있었고, 그분들에게는 말 못할 고통과 아픔이 있었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끌려가서 돌아가신 수많은 분들이 있었다.”며 “그런 때에 제국주의의 편에 서서 시를 쓰고 문학 활동을 한 이를 어떻게 기릴 수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미당 서정주의 행적을 지적했다. 이어 해방 이후에는 분단의 아픔과 일제 청산을 극복하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싸웠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에 단 한 번도 정의의 편에 서지 않았던 사람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송경동 시인은 미당 서정주를 옹호하는 발언 중 하나인 “순진해서 그랬다”는 것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년 미당 서정주 전집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한 문학평론가는 “순진한 개구쟁이 같은 사람이라 정치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며 “비정치적인 사람이라고 속고 당한 거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송경동 시인은 미당 서정주가 전두환의 생일 축하 송시를 보낸 사건을 언급하며 “전 세계가 뒤집어지는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학살이 일어나고 수많은 이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다 죽는 일이 비일비재 했는데, 순진해서, 뭘 몰라서 그래서 그랬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매년 5월이면 5.18 묘역을 찾는다고 밝힌 송경동 시인은 “그렇기에 미당 문학상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으며, “진상규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북에 평화가 오고 분단체제를 넘어서고 나서야 온전한 역사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사 도중 한국작가회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제기됐다. 한국작가회의는 2000년을 전후로 친일문학상의 최대 비판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이 친일문학상을 받기 시작하면서 비판이 사그라들기 시작했으며, 2015년 즈음에 이르러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친일문학상이 권위를 가진 채 유지될 수 있었던 최대 공로자는 한국작가회의”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사진 = 김상훈 기자]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은 얼마 전 작고한 최인훈 소설가와 고 피천득 시인을 언급했다. 최인훈 소설가는 친일파에 비판적이었으며, 동아일보 인촌상을 거부하고 “지금까지는 두루두루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살아 왔지만, 더 이상 그럴 수는 없다.”고 밝혔다고 전해져 있다. 임헌영 소장은 “가장 격렬하게 비판한 사람으로는 피천득 선생이 계신다. ‘서 아무개가 싫다. 일제 때 친일하고 그 뒤에 온갖 독재정권에 아부한 것이 무슨 문인인가.’라는 말이 평론가가 아니라, 아주 순수하고 서정적인 수필가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작가를 언급한 임헌영 소장은 작가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강조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이 그러한 자세를 보이기를 당부했다. 

박몽구 시인은 상을 받은 문인들이 작가회의에 많고, 작가회의 회원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다보니 적폐청산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작가회의가 좀 더 전향적이고 작가회의의 정신으로 문제를 해결해주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고 전했으며, 자유실천위원회 유용주 위원장은 “수상자 심사자 대부분이 작가회의 회원이다. 이 모순을 어떻게 타파할지가 앞으로의 고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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