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시대를 바라보는 청동거울” 김상천 문예비평가의 비평문고 “삼국지”
“고전, 시대를 바라보는 청동거울” 김상천 문예비평가의 비평문고 “삼국지”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8.16 22:09
  • 댓글 0
  • 조회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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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지식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담론을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특히 지난 10여 년 간 모바일 장치의 눈부신 발전은 초연결 시대의 서막을 알렸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담론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제기되며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다양한 담론이 터져 나오는 시대에 자신의 목소리를 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담론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이다. 제대로 된 판단과 인식 없이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은 왜곡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기에,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중 하나인 인문학이 각광받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인문학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고전’은 세상을 인식하는데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명시단평”의 저자로, 전자문명으로 인한 대중평자의 시대를 이야기한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고전은 인간의 근본에 대해 천착한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며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코 바뀌지 않는 인간의 근본을 탐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어느 시대건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고전은 결코 말라비틀어진 고목枯木이 아니라 퍼도퍼도 마르지 않는 깊은 우물 같은 것”이라고 표현한다. ‘우물 같은 고전’을 읽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숙독(熟讀)이다. 숙독은 글의 뜻을 잘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읽음이라는 뜻으로,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숙熟’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火’이라는 의미소”이며 “이는 자연의 세계와 달리 인간의 세계는 정신의 불을 통과해야 보다 성숙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은유”라고 설명한다. 

고전을 숙독하고 독자들이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을 돕고자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고전 텍스트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비평문고’ 시리즈 첫 권으로 “삼국지”를 내놓았다.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삼국지”를 인문학적 지식으로 톺아보고, 특히 조조를 중심으로 그가 어떤 위인인지를 살펴본다. 

“삼국지”는 국내에서도 교양 필독서로 각광받았던 소설이며, 동시에 명사들이 겉장이 닳을 정도로 많이 읽은 책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삼국지”를 정치사로 읽을 수 있으며 동시에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문화사적 측면에서는 ‘삼국지’라는 소설의 형태를 갖추고 나타난 것은 원나라 말기 명나라 초기이기에, “한족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고 중화민족주의를 발양시키고자 써졌다”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유교가 이념적 역할을 다하고 혼란이 극에 달한 시기, 유교적 형식과 이념의 허상을 깨달은 민중들이 도교에 이끌리는 모습에서는 ‘삼국지’를 사상사로 읽어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조조를 중심으로 보는 이유는 “삼국을 통일한 실질적인 주역이 바로 조조이기 때문”이다.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조조가 매우 왜곡되어 있고 역으로 유비-관우는 지나치게 신화화 되어 있다.”며 “즉 유비-관우든 조조든 과잉결정되어 있어 통념을 탈신화화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조조를 중심으로 두고 “어떻게 살[生] 것인가”, “어떻게 볼[見] 것인가”, “어떻게 쓸[作] 것인가” 등 세 장으로 나눠 “삼국지”를 살펴본다. ‘난세의 간웅’으로만 알려져 있던 조조를 시대의 개혁가로 바라보고, 특히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발견해 3장에서 소개한다. 

1장에서 저자는 여백사를 죽인 조조의 모습을 보여주며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돕는다. 소설 삼국지(삼국지통속연의)는 ‘의리’에 가까운 정의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유비와 유비를 충실히 따르는 관우, 장비, 조운, 공명 등을 통해 주제를 펼쳐놓는다. 김상천 평론가는 당대의 도덕적 이데올로기를 강조하기 위해 “관우와는 반대로 조조는 매우 잔인하고 인정미 없는 간웅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유비와 관우 반대편에 있었던 청년관료이자 의기 넘치는 장군인 조조의 면모를 살펴본다. 

2장에서는 저자는 동양 사상이 어떻게 전개되어 ‘삼국지’ 속 시대까지 이어졌는지를 살피고, 유교 질서 체제가 가지고 있었던 결함과 한계를 살펴본다. 특히 불합리한 유교 질서 체제의 균열에서 등장한 현학을 조명하고, “유교의 까다롭고 번거로운 형식주의에 심리적 반감을 갖고 있는 ‘현학玄學’은 자연 간결함을 중시하고, 실질을 강조하며, 현실을 우선하고, 변화를 따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간웅’으로만 알려진 조조가 현실적인 개혁가이자 과감한 통치자였다는 면모를 제시하기도 한다. 개혁가이자 민중들에게는 인자한 군주였으며, 지주 계급에게는 저승사자였던 조조는 ‘정실주의’보다는 ‘실력주의’를 따랐으며 겸병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도 한다. 

김상천 문예비평가는 조조가 오랫동안 악으로 여겨져 왔던 이유를 “오랜 동안 지배담론으로 기능해왔던 유교질서 체제와 그 안에서 이득을 보고 있던 지주계급들의 지배적 정서가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교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질서 체제 아래서 유비, 관우 등이 추앙되며 신화적 허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삼국지” 속 명문들을 살펴보고 특히 시인으로서의 조조를 주목한다. 저자는 조조의 작품을 소개하고 “시적 효능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했던 문무겸장의 영웅적 시인”으로서의 조조를 살펴본다. 

담론이 무수히 제기되는 시대에는 옳고 그른지 분간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특히 최근의 한국 사회는 정치, 외교, 정책 등에서 다양한 담론이 제기되고 갑론을박이 일어나기 일쑤다. 규제 강화인가 약화인가, 성장인가 분배인가, 규제 강화인가 약화인가 등 다양한 정치 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담론을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힘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상천 문예비평가의 비평문고 첫 시리즈 “삼국지”는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를 다른 관점에서 읽도록 도와주며, 인식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인물과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며,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을 전달해주는 비평문고 “삼국지”를 통해 인식의 힘을 기르고 고전을 다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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