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 아방가르드 영화 선두주자, 이토 타카시 감독으로부터 듣는 일본의 실험영화
[인터뷰] 일본 아방가르드 영화 선두주자, 이토 타카시 감독으로부터 듣는 일본의 실험영화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8.17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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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국내 최대의 대안영상 예술 축제 “서울 국제 뉴미디어 페스티벌(이하 네마프)”이 8월 15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의 여러 장르의 뉴미디어 영상을 폭넓게 소개하는 네마프는 올해에는 네덜란드 특별전과 더불어 일본의 아방가르드 영화를 대표하는 두 작가를 소개한다. 

네마프에서 소개되는 두 명의 일본 감독은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과 이토 타카시 감독이다. 17년 작고한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아방가르드 영화 영상에 기초를 닦은 선구자로 꼽히는 이다.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의 제자인 이토 타카시 감독은 스승의 뒤를 이어 8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일본 아방가르드 영화의 선두주자로서 작품을 창작해왔다. 

네마프는 마츠모토 토시오 & 이토 타카시 회고전을 준비하고 그들의 대표작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한다.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의 작품으로는 1960년대 말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루었던 “장미의 행렬”, 네오-다큐멘터리즘의 실천을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니시진”, 비디오 아티스트로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모나리자”, “색즉시공”, “커넥션” 등 8편이 소개된다. 이토 타카시 감독의 작품으로는 데뷔작인 “스페이시”, 서사 없이 이미지 중심의 전개로 공포의 정서를 전달하는 “천둥”, “구역”, “달”, 최신작 “마지막 천사” 등 6편이 소개된다. 

이토 타카시 감독 [사진 = 뉴스페이퍼]
이토 타카시 감독 [사진 = 뉴스페이퍼]

네마프에서는 회고전과 더불어 이토 타카시 감독이 직접 내한하여 국내의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뉴스페이퍼 이민우 편집장은 개막식에 맞춰 내한한 이토 타카시 감독과 만나 감독의 작품 세계, 일본 실험영화의 흐름 등을 들어보았다. 

- 꿈 속 몽환적인 풍경 만들고자 영상 제작 시작 
- 한때 영상 작업 중단했지만 학생들 작품으로 용기 얻어 

이토 타카시 감독은 20살 때 미래의 스승이 될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의 작품 “아트만”을 보며 깊은 충격을 받는다. 오락 영화를 곧잘 보았던 젊은 이토 감독은 “아트만”을 보며 영화라는 것이 ‘거대한 조직에서 만들지 않더라도 한 명이나 두 명이서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개인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본 적이 없는 비현실적 세계를 만들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의 영화에 빠진 이토 감독은 마츠모토 감독의 작품을 보며 청년기를 보냈다. 이토 감독은 대표적으로 “장미의 행렬”을 언급하고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한다. “장미의 행렬”은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의 데뷔작으로, 동성애를 정면으로 내세우며 경계를 허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토 감독은 “장미의 행렬”이 “여자와 남자라는 경계를 넘어서는 게이라는 존재가 주역으로 등장한다.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부숴나가는 영화였기도 했다. 경계를 부숴나가는 모습은 생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장미의 행렬" 스틸컷 [사진 = 네마프 제공]
"장미의 행렬" 스틸컷 [사진 = 네마프 제공]

큐슈예술공과대학에서 예술공학을 전공했던 이토 감독은 예술공학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예술공학은 서로 다른 장르가 융합했을 때 생기는 효과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어릴 적부터 보았던 꿈의 장면을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이 더해지며 영상작업이 시작되었다. 이토 감독은 81년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의 수업에서 실험 영화 “스페이시”를 선보이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여러 작품을 만들며 80년대 이후의 일본 아방가르드 영화의 선두주자로 손꼽히게 된다. 

이토 타카시 감독과 인터뷰 중인 뉴스페이퍼 이민우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토 타카시 감독과 인터뷰 중인 뉴스페이퍼 이민우 편집장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토 감독이 초창기 집중했던 것은 현실의 풍경 속으로 비현실의 풍경이 밀려들어오는 것이다. 이토 감독은 “현실, 일상의 풍경을 보는 도중 비현실적인 것이 밀려들어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가 비현실인가를 모르는 지점에 이르게 되고, 결국 비현실적 세계로 완전히 가버리는 모습”이 영상이라면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토 감독은 “마치 악몽을 보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있을 수 없는 비일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싶었고, 그게 의외로 실현이 가능했다.”며 “만드는 와중에 저 자신마저도 재미있게 느끼게 됐다. ‘와, 정말 굉장히 이상한 게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좀 더 해보자.’ 이런 느낌으로 작업을 지속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소재가 떨어지고 손쓸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영화를 찍는 것을 그만두기도 했다. 3년가량의 공백기가 있었고, 도쿄의 영화배급회사에서 선전을 만드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던 이토 감독을 다시 영상으로 불러들인 것은 스승인 마츠모토 감독이었다. 마츠모토 감독은 교토의 조형예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왔고, 이에 응해 예술대를 방문한 이토 감독은 학생들의 작품을 보며 다시 한 번 충격을 받게 된다. 

“TV라거나 영화에서 볼 법한 게 아닌 것들을 학생들이 만들고 있었습니다. 난해한, 일반의 시선에서 보면 잘 모를 드라마였죠. 바로 직전까지 영화회사의, 커머셜니즘의 세계에 있었고, 관객들이 좋아할 영화만을 다뤄왔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만드는 영화는 그러한 흐름과는 방향이 완전히 달랐고, 그 가능성이 재밌다고 느껴졌습니다. 학생들이 만드는 드라마를 보고 나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토 감독의 작품에는 ‘모노가타리적’ 요소가 들어가기 시작하고,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영상 작업으로 복귀하여 작품을 창작하고 있는 이토 감독은 최근에는 댄서들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향인 후쿠오카로 돌아와 2년째를 맞이한다는 이토 감독은 주변 지역의 행위 예술가들과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으며, 영상을 찍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댄서들과의 협업 작업물을 설명 중인 이토 감독 [사진 = 김상훈 기자]
댄서들과의 협업 작업물을 설명 중인 이토 감독 [사진 = 김상훈 기자]

- 일본의 실험 영화 역사 살펴봐 

이토 감독에 따르면 일본의 실험 영화의 역사는 1969년 미국과 그밖에 여러 나라의 언더그라운드 시네마가 일본에 유입되며 시작된다. 당시 언더그라운드 시네마는 개인이 만든 작품이 많았고, 이를 본 일본의 여러 아티스트들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직접 실험 영화를 찍어보게 된다. 

영상을 전공한 사람 뿐 아니라 건축가, 미술가, 소설가, 음악가 등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실험영화 제작에 몰두하기 시작했으며,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 또한 1960년대의 동료라 할 수 있는 감독이다. 

이후 70년대에 들어 8밀리 카메라가 일본의 각 가정에 보급되기 시작한다. 자신의 가족을 찍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일대 붐을 이루게 되고, 이어 “카메라를 가지고 자신의 영화를 찍자”라고 생각하는 개인이 증가한다. 이토 감독은 “영화는 거대한 시스템을 가지고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며, 일종의 자기표현인 것”이라며 당시를 가리켜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카메라로 표현하게 되는 붐이 일어나게 된다.”고 표현한다. 70년대 실험영화의 경향은 상업영화가 해왔던 문법을 거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기성 영화의 언어를 부정하고, 결말 자체를 해체시키는 당시의 경향은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지는 주요 주장 중 하나는 “카메라는 무기”였다. 80년대에는 사람들이 개별적인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이토 감독은 “무슨 무슨 파 등의 구분이 사실상 없지만 크게 나눈다면 셋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모색하는 장르, 개인의 일기 같은 세계를 영상화하는 장르, 이토 감독이 했던 영상적인 트릭을 구사하며 비현실성을 추구하는 장르 등이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기간 동안 실험영화의 주류는 “알지 말라”는 반발이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프로와 아마츄어 모두 영상미 있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으며, 이토 감독은 8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보았을 때 “당시는 대중은 알기 쉬운 걸 요구하지만, 일부러 어렵게 만든다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은 그런 것은 적어지고, 반발하는 기분보다 젊은 친구들은 ‘이해해줬으면 한다.’는 기분이 더 큰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마츠모토 토시오 감독과 이토 타카시 감독의 작품은 16일 오후 4시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됐으며, 오는 18일에는 오후 1시부터 7시 30분까지 연속적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특히 18일 오후 7시 30분에는 “실험영화가 내 인생을 미치게 하다”라는 제목으로 이토 타카기 감독의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이토 감독은 마츠모토 감독의 작품과 자신의 작품 중 한 편씩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장미의 행렬”과 “마지막 천사”를 꼽았다. “장미의 행렬”은 일본 영화의 흐름을 바꾼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픽션임에도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깃들어 있어 경계가 애매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토 감독은 “여러 실험적인 것이 들어간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천사 스틸컷 [사진 = 네마프 제공]
마지막 천사 스틸컷 [사진 = 네마프 제공]

자신의 작품으로는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천사”를 꼽았다. 이토 감독은 “일본은 정치를 중심으로 부조리한 것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마지막 천사’에서는 그런 것들을 암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천사”에는 4명의 인간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관계는 확실한 것에서 점점 애매해진다. 확실히 존재했던 사람들은 끝내는 점점 부재해간다. 이토 감독은 “불쾌함, 기분 나쁨, 불확실성을 여기에 담고 싶었다.”며 “지금 제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를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이토 타카기 감독 [사진 = 김상훈 기자]
이토 타카기 감독 [사진 = 김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