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섭 박사의 국민연금 칼럼] 3. 연금체계 개편을 위한 국가적 ‘콘트롤 타워’ 가 필요하다
[이재섭 박사의 국민연금 칼럼] 3. 연금체계 개편을 위한 국가적 ‘콘트롤 타워’ 가 필요하다
  • 이재섭 박사
  • 승인 2018.08.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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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하고 단선적인 논의로는 국민연금의 제 문제를 해소할 수 없어

[뉴스페이퍼 = 이재섭 박사] 국민연금제도 재정계산이 공표되고 공청회가 열렸다. 이제 9월말까지 정부의 국민연금운영계획을 만들어 보고하겠다고 한다. 솔직히 걱정이다. 지금의 국민연금이슈가 그렇게 간단히 진단하고 정부안을 내놓을 수 있는 사안으로 본다면 너무 안일한 판단이다. 제도개선위원회 자문 안을 기초로 지금 가시적으로 대두되는 이슈들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들의 불신이다. 국민연금을 폐지하라고 한다. 왜 이런 주장이 계속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국민들의 마음을 담은 처방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자문위원회 건의안은 그 진단에 철저하지 못하다. 둘째, 재정불안정의 근본적 원인 진단이다. 재정계산위원회나 자문위의 접근방식은 지극히 평면적이다. ‘기금이 고갈되면 안 된다.’ ‘보험료를 높여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왜 기금고갈이 되면 안 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다.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포함한 장기적 기금의 역할 대안에 대한 고민도 없다. 또한 보험료가 낮다는 것 외에 왜 그동안 20년 동안 보험료를 올리지 못했는가에 대한 실질적 진단도 없다. 가장 감춰졌던 부분으로, 국가의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책임이 시혜인지 원칙인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재원부담의 책임을 가입자들에게만 지우는 한 소득보장도 재정안정화도 없다. 셋째, 국민연금의 핵심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시가 없다. 그 역할 수행이 어느 정도 되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이 부족하다. 일례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역할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진단과 어떻게 그 역할을 나누어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제시가 없다. 넷째, 국민들의 노후빈곤완화와 노후소득보장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적연금 전반과 사적연금을 포함한 연금제도 전반의 틀, 즉, 연금체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언급이나 논의 방향에 대한 제시가 없다. 

이런 이슈들을 제대로 다루려면 첫째, 다면적 입체적으로 연금제도 전반을 진단하고 장기적 발전방향을 설정하고, 사회적 논의와 전문적 방안을 강구할 ‘국가적 콘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가칭 ‘국가 연금체계 재편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둘째,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 짧은 기간에 결론을 내려하지 말고, 수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연금체계를 구축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차근차근 점검하고 진중하게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2015년 공무원연금개혁은 외형상 성공적인 ‘사회적 논의’를 통한 개혁이었다. 하지만 직역연금만을 한정한 부분적 논의기구였다는 점에서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그 논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개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정부나 국회가 조급하게 결론을 낸 부분이 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연금의 주요 이슈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거나 원칙에 역행한 부문이 없지 않다. 사회적 논의는 그 논의 구도를 만드는 절차부터 신중해야 한다. 숨겨진 의도를 가지고 조속한 성과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연금제도의 이슈는 참으로 복잡하고 풀기 어렵다. 어려운 것은 어렵게 풀어야 한다. 달에 사람을 보내려면 나사(NASA) 같은 곳에서 소리 없이 인내하며 연구하고, 조합하고, 실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역사적으로 복지선진국들의 연금개혁 경험을 보아도 입증되고 있다. 제대로 된 개혁을 성공시킨 국가나 정부는 진정성 있고 인내력 있게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 얻는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개혁은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심지어 정권의 실패를 가져왔다. 우리나라의 노후빈곤의 실정이 어떠한가? 국민연금제도만의 논의로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공사연금제도 전반에 대한 심층 진단과 재편이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는 OECD 독보적 1위 노후빈곤의 오명을 탈피해 노인이 존중받고 노후의 삶이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숭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여와 야, 민과 관, 노와 사를 떠나 국가의 미래를 재설계한다는 자세로 긴 안목을 가지고 그 길을 가기로 결심해야 한다. 조급한 성과주의의 욕심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그 용기가 문재인 정부, 국회, 그리고 국민들에게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때다.   

이재섭 박사
이재섭 박사

 

이재섭 박사 이력 

사람을 살리는 공적연금연구소(사·공·연) 소장
(전)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연구소장 
사회정책학 박사 (영국 University of Kent) 

esilkro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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