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북페스티벌 참가한 은희경 작가, '문학이란 불온한 것, 시스템에 질문하는 힘 길러줘'
아시아북페스티벌 참가한 은희경 작가, '문학이란 불온한 것, 시스템에 질문하는 힘 길러줘'
  • 김상훈 기자
  • 승인 2018.08.24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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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와의 만남 [사진 = 뉴스페이퍼]
은희경 작가와의 만남 [사진 = 뉴스페이퍼]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한 2018 ACC 아시아 북페스티벌이 24일부터 25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24일 오후 2시에는 은희경 작가와의 만남이 특별열람실에서 개최됐다. 

2018 ACC 아시아 북페스티벌은 ‘책으로 떠나는 아시아 여행’이라는 주제로 “아시아책나무” 전시, “네이버 지서재, 지금의 나를 만든 서재 – 아시아 특별전”, “아시아 책빌리지” 등 아시아 책에 대한 다양한 행사가 기획됐으며, 특히 24일과 25일 양일에 걸쳐 유명 작가들이 행사장을 찾아 자신이 접한 아시아 문학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자리를 가진다. 

은희경 소설가는 ‘작가와의 만남’에서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접한 아시아 문학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 “문학작품은 불온한 것?” 시스템의 권위와 불합리, 지배의 폭력성에서 벗어나게 해줘

은희경 작가는 먼저 문학 작품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학작품은 살아가는데 큰 효용성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실용서, 자기계발서 정도를 독서의 전부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한 은희경 작가는 그러나 “쓸데없기 때문에, 성공이나 승리와는 상관없는 길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살아가는데 중요하다고 말해지는 대부분의 것들은 주어진 시스템 안에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 유용하다고 여겨지는 것, 행복한 모습이라 이야기되는 것들 모두 시스템으로부터 주입된 개념이며, 스스로 생각해 주도적으로 정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은희경 작가는 문학의 힘이 “시스템의 관념은 누가 만들었을까? 시스템을 만든 사람의 이익에 따라 정답만 맞추며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질문은 ‘쓸데없는 질문’으로 여겨지거나 ‘불온’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온한 질문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은희경 작가의 설명이다. 은희경 작가는 “신분제를 생각해보시라. 누군가가 ‘왜 타고난 대로 살아야해?’라고 질문했기 때문에 신분사회가 깨지고 지금과 같은 사회가 이뤄진 것이다.”라며 문학적인 작업이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주고 시스템의 권위, 경직성, 불합리함, 지배의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용의 세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온갖 부조리와 모순, 해석할 수 없는 비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실용과 불온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연 중인 은희경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강연 중인 은희경 작가 [사진 = 뉴스페이퍼]

- 은희경 작가가 본 아시아 3국의 문학은?

문학작품 읽기의 중요성을 말한 은희경 작가는 아시아의 한중일을 중심으로 작가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은희경 작가가 본 중국의 작품은 실험적이거나 정부 비판에는 제약이 있지만 정통적인 문학 서사는 강하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작가들의 체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중국의 작가들은 협회에 소속되어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공무원처럼 급수가 나눠져 있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기에 공공업무에도 동원된다. 때문에 실험적 작품, 정부 비판적 작품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날카로움이나 세련됨 또한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겪은 파란만장한 삶과 대하소설에서 연상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중국 작품에는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 은희경 작가의 설명이다. 

일본은 발상단계에서부터 편집자와 작가가 상의를 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편집자가 의견을 제시하고 조정을 하며 ‘상품’의 여부를 예상하고 작품이 창작된다. 군더더기가 없고 스피디하며, 오랜 시간 편집자와 작가가 조율을 하며 독자를 의식하고 만들어냈기에 기획성도 강하다. 반면 대가들에는 해당하지 않겠지만, 작가들이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은희경 작가는 일본 작품은 “크게 실패하지 않는 세련된 작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작가들은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지도 않거니와 편집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적다. 은희경 작가는 “한국작가들은 일종의 작가주의정신, 내가 쓰고 싶은 걸 써보겠다는 정신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독자나 시스템에 맞춰 적합한 글을 쓰기보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걸 말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은희경 작가는 이런 특징으로 인해 한국소설은 굉장히 다양하며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은희경 작가는 “어떤 점에서 보면 대중적인 힘을 갖지 못하고 있고, 그렇기에 어떤 사람들은 한국문학이 약해졌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소설이 싫다고 해도 좋아할만한 작가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개인이 자신에게 맞는 독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은희경 작가와의 만남은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강연 이후에는 독자들의 질문을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한편 24일에는 채지형 여행작가와의 만남, 한,일 그림책 교류 현황을 살펴보는 시간, 김형수 작가와의 만남 등이 진행됐으며, 25일에는 김응교 시인과 김탁환 작가와의 만남이 각각 오전, 오후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