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성혁 문학평론가, 습작기에는 ‘자유연상법’ 통한 글쓰기 훈련해야
시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성혁 문학평론가, 습작기에는 ‘자유연상법’ 통한 글쓰기 훈련해야
  • 육준수 기자
  • 승인 2018.08.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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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남양주시 별내동에 위치한 별빛도서관은 지난 18일 오후 2시 문화교실에서 ‘2018 별빛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도서관에서 시인이 되다” 특강을 진행했다. 2018 별빛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동네 주민들에게 인문학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지난 5월에 시작돼 오는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진행된다. 

이날 특강에서 초청 강사인 이성혁 문학평론가는 “시의 창의적 발상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성혁 평론가는 1999년 문학과 창작 평론부문 신인상을 수상, 2003년 대한매일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했다. 저서로는 평론집 “불꽃과 트임”, “불화의 상상력과 기억의 시학”, “서정시와 실재”, “미래의 시를 향하여” 등이 있다. 

이성혁 문학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성혁 문학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시는 일상 속의 순간을 시인의 눈을 통해 다시금 보게 해준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성혁 평론가는 “시는 내가 늘 상상하던 것을 그대로 쓰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를 쓰는 사람은 창의적인 발상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창의적인 발상을 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들과 다른 시선’은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이성혁 평론가는 보들레르의 “시인은 회복기 환자의 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인용했다. 어떤 아픔을 한 차례 앓고 난 ‘회복기 환자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일상적으로 봐왔던 대상조차 새롭게 볼 수 있다는 것. 이 평론가는 “저는 열이 심하게 올라 앓았던 적이 있다.”며 “그렇게 아프고 나니 이전과 달리 세상을 바라볼 때 고마움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픔과 회복은 겪고 싶다고 해서 겪을 수 있는 것도, 겪기 싫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성혁 평론가는 아픔을 직접 겪는 대신, 시의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하여 다른 시선을 얻으라고 제안했다. 영화 “시”에서 김용택 시인은 사과 하나를 가져다놓고 묘사하듯이 사과에 대해 써보라는 과제를 내준다며, 이성혁 시인은 “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서도 시 수업을 하면 묘사부터 시작한다. 영화에서처럼 하나의 대상을 선정하고 그것을 집요하게 자유 연상하여 글로 써보시라”고 권했다. 

이성혁 문학평론가의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이성혁 문학평론가의 강연이 진행 중이다. 사진 = 육준수 기자

자유연상법의 장점은 하나의 대상에 대해 무작정 글을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에 내재된 말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성혁 평론가는 “그 말들이야 말로 내가 보지 못했더라도 나의 진실”이라고 말했다. 즉, ‘나’의 모든 발상은 우연의 산물이 아닌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사고 행위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다만, 이렇게 자유연상법으로 쓴 글이 모두 시가 되진 않는다고 이성혁 평론가는 말했다. 문장이나 심상이 전혀 정돈되어 있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고,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성혁 평론가는 자유연상을 통해 나온 발상 그 자체를 밀고 가는 게 아니라, 발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대상을 낯설게 표현”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며 이성혁 평론가는 “수많은 작가들은 모두 이런 창의적 발상을 통해 낯설게 하는 훈련을 거쳤다.”며, 글을 막 쓰기 시작하는 시기라면 자유연상법이 새롭게 발상하고 표현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시의 패러디에 대해 설명하는 이성혁 문학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시의 패러디에 대해 설명하는 이성혁 문학평론가. 사진 = 육준수 기자

한편, 이성혁 시인은 모든 시는 창의적인 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패러디 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성혁 평론가는 패러디는 진지한 제제나 태도를 장난스럽고 어긋나게 모방하는 것을 말하지만, 단순히 장난스러운 행위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패러디는 기존의 원작을 창의적으로 모방하는 행위로, 독립적인 가치를 지닌 창조적 행위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런 패러디는 문학작품이 아닌 것을 모방의 대상으로 할 때엔, 문학작품이 아닌 것을 문학의 경지로 올려놓는 창의적인 행위라고 전했다.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은 한 가지 소재를 정해 그것을 자유연상해보는 시간, 그리고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선정해 패러디 시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부 학생들은 이제니, 오규원 시인의 시를 패러디하고 그것을 직접 낭독해보기도 했다. 

별빛도서관 전경. 사진 = 육준수 기자
별빛도서관 전경. 사진 = 육준수 기자

이날 강의는 시에 대한 학생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끝이 났다. 한편 별빛도서관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올해 10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